이재용 삼성 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 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27일 회장으로 승진했다. 2012년 부회장에 오른 지 10년 만이다.

이날 오전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경영 안정성을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 승진 안건은 사외이사인 김한조 이사회 의장이 발의해 이사진 논의를 거쳐 의결했다. 이 신임 부회장은 별도의 행사 또는 취임사 발표 없이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은 2012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10년 만이다. 2014년 고(故)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사실상 그룹 총수 역할을 해 왔다. 명실상부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은 2017년 3월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이후 컨트롤타워 없이 태스크포스(TF) 체제로 운영돼 왔다.

그간 국내 상위 5대 그룹 가운데 총수가 '부회장' 직함을 갖고 있는 곳은 삼성이 유일했다. 직함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대내외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위기에 대응하려면 그룹의 역량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총수'가 절실했다.

특히 최근 반도체 업황 부진 여파로 이날 발표한 올 3분기 삼성전자 실적(영업이익 10조8500억원·전년 동기 대비 31.39% 감소)이 급격히 악화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회장이 된 만큼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다. 미·중 대립 구도가 갈수록 치열해지는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까지 더해졌다.

그간 재계에선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이 부회장보다 젊은 그룹 총수들도 회장직을 맡아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점을 들어 이 부회장도 조만간 회장직을 맡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회장 취임으로 '이재용의 삼성' 시대가 본격 문을 열게 됐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