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시 돌아갈래"…네이버 라인, '일생일대' 기회 놓친 이유 [조아라의 IT's fun]
"직장 동료들과 함께 깔았어요. 주로 카카오톡으로 업무 소통하는데, 이번처럼 오류로 안 되는 경우도 있어서 직장 동료들과 '서브 메신저'로 활용하려고요."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한모 씨는 최근 화재로 인한 카톡 '먹통' 사태로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그는 "문자로 업무 소통을 하기엔 한계가 있어서 라인을 깔았다. 카톡 오류 2시간이 지나도 복구가 안돼서 답답한 마음에 바로 갈아탔다"고 말했다.

카톡 친구 약 1600명이라는 한 씨는 현재 라인 애플리케이션(앱)에 약 400명에 달하는 친구가 가입돼 있다. 그는 "(카톡) 오류 당일 100명 넘는 친구들이 가입한 것 같다. 오늘도 10명 정도 새로 가입했다고 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지=라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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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다 라인 쓰자"…카톡 이용자들 '엑소더스'

사진=애플 앱스토어
사진=애플 앱스토어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최근 라인 메신저 앱 이용자가 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카톡 서비스 오류 사태가 직접적 계기가 됐다. 이날부터 네이버 메신저 앱 라인 가입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라인 메신저 앱은 서비스 장애 이후 닷새가 시점에도 주요 앱 스토어(구글플레이·앱스토어)에서 전체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다. 카톡 소통이 어려워지자 대체재로 라인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카톡 서비스 오류 이튿날인 지난 16일 카카오톡 사용자 수는 3905만명으로 사고 하루 전인 지난 14일 대비 207만명 급감했다. 같은 기간 라인은 43만명에서 128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텔레그램(22만명)과 페이스북 메신저(19만명) 증가분을 크게 웃돌았다.

라인 관계자는 "주로 해외 이용자들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는데 최근 짧은 기간에 관심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역대급' 카톡 먹통 사태로 라인은 카톡을 제치고 주요 앱 스토어에서 1위 메신저 앱으로 단숨에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특수'는 오래가지 않았다. 카톡 서비스 복구가 이뤄지면서 점차 이용자들이 다시 카톡으로 '회귀' 했기 때문이다. 같은 분석기관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17일 카톡 사용자 수는 4093만명을 기록해 하루 만에 다시 188만명 늘었다. 서비스 오류 사태로 이탈했던 사용자들이 대부분 돌아온 셈이다. 다른 메신저 앱 설치는 늘어났지만, 카톡 서비스 대부분이 정상화되며 익숙한 카톡 생태계로 되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왜 라인을 주(主) 사용 메신저로 안쓸까

이미지=한경DB
이미지=한경DB
'네이버' 브랜드 효과로 상당히 많은 이들이 라인을 다운로드했지만 다시 카톡으로 돌아간 배경에는 '익숙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정보기술(IT) 플랫폼은 초기에 다수 가입자를 확보한 사업자에게 이용자가 집중되는 '선점 효과'가 작용해 웬만해선 시장 판도를 바꾸기 어렵다. 특히 연령대가 높은 사용자의 경우 익숙한 브랜드와 서비스를 찾는 경향이 커 주 사용 메신저를 바꾸기 쉽지 않다.

50대 주부 최모 씨는 "대부분 주변 지인이나 가족들이 가입돼 있어 다른 메신저 앱을 쓸 엄두가 안 난다"며 "사진이나 동영상도 쉽게 바로바로 보낼 수 있고 송금도 가능해 여러모로 편하다"고 말했다. 60대 이용자 김모 씨 역시 "카톡 말고 다른 수단이 어떤 게 있는지 모르겠다. 원래 쓰던 게 익숙하고 좋다"고 했다. 이미 카카오 서비스와 생태계에 익숙해 다른 앱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낮은 것이다.
이미지=각사 메신저 앱 캡처
이미지=각사 메신저 앱 캡처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거리낌없는 젊은 이용자들 반응을 보면 라인이 특수를 제대로 못 누린 또 다른 이유가 나온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라인의 이모티콘과 사진·동영상 파일 전송 품질 등이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30대 직장인 윤모 씨는 "카톡 오류로 라인을 깔아봤는데 동영상 보내니 화질이 별로였다"며 "메신저 기능은 비슷비슷한 것 같은데 가입자가 많지 않아 대화 상대가 별로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이모티콘도 촌스럽고 송금, 선물하기 등 기능이 없어 불편하다"며 "계속 쓰기엔 무리고 카톡 오류 났을 때 사용할 비상용으로 다운로드만 해놨다"고 덧붙였다.

"오늘은 OO를 알아볼까요~"…익숙한, 그 이모티콘

이미지=네이버 블로그 캡처
이미지=네이버 블로그 캡처
적잖은 이용자들은 라인 이모티콘(라인프렌즈)에 부정적 반응을 내놓고 있다. 광고성 블로그에서 '분량 채우기'용으로 과도하게 많이 사용해 "불편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블로그 검색을 하다 페이지에서 저 이모티콘을 보면 원하는 정보를 절대로 안 알려주기 때문에 보통 뒤로 가기를 누른다"며 "아무리 스크롤을 내려도 찾는 내용을 본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 역시 "블로그를 보다가 이 이모티콘을 쓰면 정보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 보통 협찬 등 광고성 게시물이 많아 자동적으로 거르게 된다"고 했다.

개별 이모티콘 자체의 경쟁력보다는, 블로그에서 본론을 적지 않고 날씨나 기분 등 불필요한 '잡설'을 길게 늘어놓을 때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이모티콘 다양화를 위해 2014년 5월부터 이용자들이 이모티콘을 등록해 수익화하는 '라인 크리에이터스'를 운영 중이다. 현재 약 1500만 세트 넘는 이모티콘 스티커가 판매됐다. 이미 출시된 지 10년 된 이모티콘인 만큼 오랜 기간 고착화된 이미지가 단기간 바뀌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하나의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이 돼버린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메신저 특성상 대화 상대의 감정을 나타내는 이모티콘을 많이 쓰다보니 주목도가 높다. (이모티콘 사용 관련) 관리의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