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루게릭병) 치료 후보물질 ‘토퍼센’의 품목허가 심사 기한을 3개월 미뤘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토퍼젠은 ‘SOD1’ 유전자 변이로 인한 ALS(SOD-ALS) 치료에 대한 FDA 품목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안티센스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가 SOD1 메신저리보핵산(mRNA)에 결합해 SOD1 단백질의 생산을 차단하는 기전이다.

바이오젠은 토퍼센에 대한 임상 3상을 진행했지만 1차 평가변수인 6개월 기준 ALS 기능 평가 척도(ALSFRS-R) 변화 등을 충족하지 못했다. 하지만 일부 2차 평가변수 등을 통해 질병 진행이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바이오젠은 12개월 추적 관찰을 통해 SOD1 단백질 및 신경 퇴화의 지표인 신경섬유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FDA는 토퍼센의 임상 결과를 종합해 판단한 결과 지난 7월 바이오젠의 우선 심사(priority review) 신청을 받아들였다. 당시 FDA는 처방약사용자수수료법(PDUFA)에 근거해 내년 1월 25일 전에 심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검토 과정에서 FDA는 추가 자료를 요청했고, 바이오젠은 이에 대한 응답을 제출했다. 미국 의약품 매체인 피어스파마에 따르면 FDA는 바이오젠이 제출한 자료를 주요 수정 사항(major amendment)으로 간주하고 추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결정으로 심사기일은 내년 4월 25일로 미뤄졌다.

ALS는 중추신경계의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사멸되는 퇴행성 질환이다. ALS 환자는 근력이 약화되고 전신에 마비 증상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증상이 처음 나타난 후 3~5년 이내에 호흡 부전으로 사망한다. 미국에서 매년 약 5000명이 ALS를 진단받는다. SOD1-ALS는 전체 ALS 환자 중 약 2%를 차지하는 유형이다. 현재까지 SOD1-ALS를 표적하는 치료제는 없다.

아밀릭스 파마슈티컬스의 ALS 치료제 ’릴리브리오‘는 약물사용자문위원회가 기존 반대의견을 뒤집으며 지난달 FDA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루게릭병 치료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높고 부작용이 적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코아스템 헬릭스미스 등이 ALS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코아스템은 골수 유래 중간엽줄기세포 치료제 임상 3상을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 중이다. 헬렉스미스는 플라스미드DNA 기반의 유전자 치료제 ’엔젠시스‘로 미국 2a상까지 진행해 안전성을 확인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