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이 인공지능(AI)을 발명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AI를 특허권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나온 특허청의 사상 첫 판단이다. 아직 인간의 개입 없이 AI 단독으로 발명하는 기술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명자를 인간으로 제한하는 현재 형식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특허청은 미국인 개발자 스티븐 테일러가 AI ‘다부스(DABUS)’를 발명자로 표시한 국제특허출원에 대해 무효처분했다고 3일 밝혔다. 특허청은 “사람(자연인)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을 발명자로 기재한 형식상 하자가 있다”며 무효처분 이유를 설명했다.

다부스는 테일러가 만든 AI다. 다부스가 발명했다는 식품용기는 내외부에 돌기가 있어 열전달 효율이 높고 손으로 잡기 쉽다고 했다. 테일러는 “나는 특허 출원과 관련된 전문지식이 없다”며 “다부스는 일반적인 지식을 학습한 뒤 새로운 형태의 식품용기와 신경자극 램프를 독자적으로 발명했다”고 주장했다.

테일러는 2019년 9월 다부스를 발명자로 표시해 국제 특허출원을 냈다. 국제 특허출원은 하나의 출원으로 여러 나라에 동시 출원한 효과가 발생한다. 한국과 미국, 유럽특허청(EPO), 영국, 독일 등 16개국이 대상이다. 한국에 관련 서면이 제출된 시점은 2020년 3월이다.

한국의 특허법은 사람(자연인)만을 발명자로 인정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해외 특허법도 같다. 한국 특허청은 이에 테일러에게 “AI를 발명자로 한 것을 자연인으로 수정하라”는 보정요구서를 지난 2월 보냈다. 테일러는 응하지 않았다. 특허청은 이에 테일러의 특허출원을 무효처분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