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개발하고 있는 ‘아밀로이드베타’ 표적 알츠하이머 항체치료 후보물질 ‘레카네맙’이 임상 3상에 성공했다.

29일 국내 증권가에선 뇌 속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이라는 ‘아밀로이드베타 가설’을 확증한 최초의 대규모 3상 성공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향후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27일(미국 현지시간)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레카네맙((BAN2401)의 3상 결과를 발표했다. 임상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MCI) 및 경증의 알츠하이머병 환자 1795명을 대상으로, 체중 1kg당 레카네맙 10mg을 정맥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3상에선 치료 18개월차 환자들의 임상치매척도(CDR-SB)가 위약군 대비 얼마나 나아지는지를 1차 평가지표로 삼았다. 레카네맙은 투약 18개월에 치매 환자의 인지 저하를 위약 대비 27% 늦췄다.

1차 평가지표뿐만 아니라 모든 2차 평가지표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을 확인했다. 2차 평가지표인 뇌 속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양전자단층촬영(PET)으로 확인하는 영상검사 등에서 레카네맙 투여 환자군은 대조군보다 개선 효과를 보였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지난 5월 레카네맙의 가속승인을 위한 신약허가신청서(BLA)를 제출한 상태다. 내년 1월 6일 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가속승인 허가 여부가 공개될 예정이다.

양사는 이번에 발표된 확증임상인 ‘Clarity AD’ 3상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1분기까지 정식 허가신청서를 FDA에 제출할 계획이다.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 입증…알츠하이머 치료제 관심 증가 기대

증권가에선 이번 레카네맙 3상 결과는 최근 불거진 아밀로이드베타 가설에 대한 불신을 임상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랜 기간 논쟁해온 아밀로이드베타 제거가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이나 기억 상실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이론에 힘을 실어줬다”며 “이는 아밀로이드베타 표적 항체 개발사들에게 호재며, 향후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밀로이드베타 항체 경쟁은 플랫폼 기술 거래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밀로이드베타 항체로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은 바이오젠, 일라이 릴리, 로슈 등이다. 허 연구원은 “아직 이렇다 할 주도권을 가진 업체가 없어, 알츠하이머 시장 주도권 찾기 위한 기술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특히 뇌부종의 부작용을 줄이고, 효능을 더 높일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높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뇌혈관장벽(BBB) 투과 이중항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에이비엘바이오가 거론된다. 강하나 이베스트투자 연구원은 “아밀로이드베타 항체와도 접목 가능한 에이비엘바이오의 BBB 셔틀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 연구원은 “에이비엘바이오는 사노피에 파킨슨병 치료 이중항체 신약 후보물질 ‘ABL301’을 기술이전해 이력(레퍼런스) 확보하며 추가 기술이전에 용이하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선경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퇴행성뇌질환 환자들은 BBB가 망가져있어 전달 효율에 대한 필요성이 존재하고, 아밀로이드베타 경쟁자 및 후발주자들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BBB셔틀에 대한 수요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플랫폼은 다른 플랫폼보다 뇌 발현율이 높은 수용체를 표적해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위탁생산(CMO)과 관련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간접 수혜도 중장기적으로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로직스 원료의약품(DS) 매출의 95% 이상을 단일 항체 치료제 CMO로 추정한다”며 “이번 뉴스를 포함해 전체 단일 항체 치료제 시장 성장률에 기여할 수 있는 이벤트가 이어질 경우, 글로벌 단일 항체 치료제 CMO 기업들의 투자 매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