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게 밝은 원형 창 너머로 푸른색 풍경이 보인다. 붉은색·하얀색 드레스를 입은 인물들은 어두운 마룻바닥에 서서 화려한 바깥 풍경을 바라본다. 르네상스시대 미술을 연상시키는 그림 ‘스페이스 오페라극장’은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미드저니로 제작됐다. 그래픽디자이너가 입력한 특정 영어 단어들을 AI가 인식하고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 그림은 최근 열린 미국 콜로라도주립미술박람회에서 1등상을 받았다. 심사위원은 “작품 속 풍경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25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AI는 이제 ‘연구 단계’를 넘어서 ‘확산 단계’에 접어들었다. 일상생활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AI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형 KAIST 명예교수 겸 인천재능대 총장은 “고교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학생도 쉽게 중간고사 과제용 AI 음성인식 및 언어번역 앱을 개발한다”고 설명했다.

AI 연구는 1940년대 시작했다. 현대 컴퓨터공학의 선구자인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은 “기계가 지능적 행동을 보이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기계의 지적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게임과 번역 등 다양한 실험을 제안했다.

초기 AI는 사람의 지시를 수행하는 것에 그쳤다. 수많은 명령을 내려야 겨우 하나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AI 연구자들은 인간의 뇌를 모방하기로 했고, 여러 정보를 연결해 동시에 연산하는 신경망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는 못했다. AI를 학습시킬 충분한 데이터와 이를 소화할 컴퓨팅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다. 복잡한 연산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개발됐고, 알고리즘도 고도화됐다. AI는 이후 ‘확산의 길’로 접어들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아마존 등 세계 시가총액 1~10위 기업 중 일곱 곳이 AI와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AI를 적용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응용프로그램(API)을 내놨다. 아이폰의 AI 비서 시리부터 테슬라 전기자동차의 자율주행 모드 등 활용 분야가 다양하다.

김 총장은 “앞으로는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야 창업도, 취업도 가능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