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일 KAIST 교수, 자율주행 기술 개발…"실생활 연구가 비결"
“자유로운 연구환경이 조성돼야 실생활에 밀접한 중요한 질문을 떠올릴 시간이 생기죠.”

최준일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사진)는 한국인 최초로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최우수 논문상을 4회 이상 받았다. 22일 KAIST 연구실에서 최 교수를 만나 잇따라 세계적으로 연구 업적을 인정받은 비결을 들어봤다.

IEEE는 1884년 설립된 미국 전기공학자협회(AIEE)의 후신이다. 전기전자공학 관련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산업 조직으로 명성이 높다. IEEE에서 발표되는 연구 성과는 세계 전자업계의 주요 표준으로 자리 잡는다는 평까지 나온다.

최 교수는 최근 ‘차량 간 통신을 위한 밀리미터파 기반 통신 레이더 융합시스템 연구’ 논문으로 IEEE 이동체공학 학술회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전·후방 거리 감지 센서 등 자동차에 설치되는 레이더 기기를 응용해 차량 간 통신을 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차량 간 통신은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별도의 통신 장비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완성차 제조사들은 통신 장비를 추가로 개발해 차량에 장착하는 것에 대해 생산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최 교수가 개발한 기술은 전방 차량 거리감지 센서, 측·후방 주차용 거리감지 센서 등 이미 차량에 장착돼 있는 레이더 기기를 통신용으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받는다.

최 교수는 2015년엔 IEEE 신호처리 학술회에서, 2019년엔 IEEE 통신 학술회에서, 작년에는 IEEE 이동체공학 학술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거대한 안테나에서 극히 작은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소모되는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 등과 관련돼 있다.

최 교수는 남들이 평생 한 번도 받기 힘든 IEEE 최우수 논문상을 네 번이나 수상한 비결에 대해 “운이 좋았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재차 비결을 묻자 “논문 연구 주제를 실생활과 밀접한 주제로 잡아 고민한 게 주요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유로운 연구 환경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삼성전자 연구원을 거쳐 미국 퍼듀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그는 “공부할 때도 선배 연구자와 지도교수님들로부터 ‘연구실 출퇴근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성과만 좋으면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자녀를 어린이집에 등·하원시키는 오전·오후 시간을 제외하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연구 주제를 떠올린다고 했다.

대전=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