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정부 차원의 다양한 정책 지원으로 인공지능(AI) 신약개발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한국도 제약·바이오업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인력 확보, 데이터 관리를 위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의약품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약 28억달러다. 제약·바이오 강국인 미국(724억달러)은 물론이고 주요 경쟁국인 중국(113억달러), 일본(123억달러)과 비교해도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AI 신약 개발을 지원하며 백신 및 후보물질 발굴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 중이다. 실제로 화이자와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데 AI·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했다. 그 결과 최종 임상까지 보통 10년 이상 걸리는 백신 개발을 각각 10.8개월, 11.4개월 만에 해냈다. 또 미국은 국립보건원(NIH)을 중심으로 제약사 등이 참여하는 국가 차원의 AI 신약 개발 ‘아톰(ATOM) 프로젝트’를 2017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민간에서도 구글이 사노피 등과 함께 AI 신약 개발을 위한 ‘혁신 랩(Innovation Lab)’ 프로젝트를 2019년부터 수행 중이다.

일본은 정부 산하의 이화학연구소를 중심으로 AI·빅데이터 기반 신약 개발을 위한 산학연 협력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정보기술(IT) 업체(후지쓰·NEC), 제약사(다케다·아스텔라스·에자이), 연구기관(교토대) 등 99곳이 참여하며 프로젝트 규모는 약 1100억원이다. 또 차세대의료기반법을 제정해 의료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양질의 의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끔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한 바이오업체 대표는 “치료제를 개발할 때 실험실에서 ‘이 단백질을 저해하면 되겠다’고 나온 결과가 실제로 병원에서 집계된 환자 데이터에서도 입증되는지 확인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국내 병원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관련 데이터를 받기가 까다로워 영국 등 외국 데이터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