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리스모 테라퓨틱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회사의 차세대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인 ‘SynKIR-110’의 임상 1상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적응증은 메조텔린 발현으로 인한 난소암, 담관암 및 중피종이다. 베리스모는 각 적응증에 대해 발병 후 5년 생존율이 난소암 49.7%, 담관암 30%, 중피종은 10%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메조텔린은 고형암에서 고도로 발현되는 세포 표면 당단백질이다. 메조텔린의 과발현은 암세포 증식과 전이를 촉진해 종양의 형질전환 및 공격성 강화 등을 유발한다.

SynKIR-110은 베리스모가 개발한 플랫폼 기술인 ‘KIR-CAR’를 기반으로 개발되는 차세대 CAR-T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KIR-CAR는 자연살해(NK) 면역세포의 수용체 구조와 유사한 ‘멀티체인’ 수용체를 T세포에 발현시켜 만든 CAR-T 치료제 플랫폼이다. 이 수용체를 이용해 체내 신호전달물질인 ‘DAP12’를 자극한다. DAP12는 T세포나 NK세포가 암이나 감염 세포를 효과적으로 살상할 수 있게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이다.

암과 에이즈, 간염 등 만성 질환의 항원에 장기간 노출된 T세포는 원래의 면역 기능을 상실한다. 이를 ‘T세포 탈진(T cell exhaustion)’이라고 한다. 이렇게 이미 탈진한 T세포는 항원이 제거돼도 원상태로 회복되지 않아 면역치료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KIR-CAR 플랫폼은 T세포가 불필요한 상황에서 활성화되지 않게 함으로써 면역효과를 높여준다는 설명이다. KIR-CAR는 앞선 전임상 마우스 모델에서 항종양 T세포 활성을 유지했다.

회사는 내년 1분기 미국 펜실베니아대 병원에서 1상 환자 등록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1상에서는 SynKIR-110의 안전성과 내성, 예비 효능을 평가한다.

베리스모는 세계 최초로 승인된 CAR-T 치료제 ‘킴리아’의 개발자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생명공학회사다. CAR-T 관련 최다 특허를 보유한 펜실베니아대(유펜)에서 분사했다.

브라이언 김 베리스모 최고경영자(CEO)는 “KIR-CAR 플랫폼은 T세포가 종양에 결합하지 않을 때는 쉴 수 있도록 일종의 스위치를 제공해 T세포 탈진을 줄인다”며 “또 세포 표면의 안정성을 높여 면역세포의 성능을 향상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FDA의 1상 승인은 펜실베니아대의 개척자들과 베리스모의 수년간의 연구와 노력을 입증한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서는 HLBHLB제약이 지난해 4월 베리스모 지분 30%를 취득하며 이 회사와 연을 맺었다. 올 6월 말 기준 HLB는 9.61%, HLB제약은 35.24%의 베리스모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HLB제약이 SynKIR-110의 국내 및 아시아 지역의 생산과 판매 권리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