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센터 내 설치된 직경 20m, 높이 1m 크기의 입자가속기. 중앙의 연두색 그물망에서 탄소입자를 가속회로로 공급하면 바깥쪽 파란색 전도자석들이 빛의 속도 70%까지 가속시킨 뒤 별도 치료실로 보내 환자의 암세포에 에너지빔을 전달한다. 연세의료원 제공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센터 내 설치된 직경 20m, 높이 1m 크기의 입자가속기. 중앙의 연두색 그물망에서 탄소입자를 가속회로로 공급하면 바깥쪽 파란색 전도자석들이 빛의 속도 70%까지 가속시킨 뒤 별도 치료실로 보내 환자의 암세포에 에너지빔을 전달한다. 연세의료원 제공
방사선 치료의 수십 배 효과를 내며 ‘꿈의 암 치료법’으로 불리는 중입자 치료 시대가 열린다. 연세의료원이 3000억원을 투자해 최신 중입자치료기 및 관련 센터를 완공하고 내년 3월부터 국내 최초로 중입자 암 치료를 시작한다. 세계 16번째다. 국내 암 치료 판도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2분 만에 치료 후 귀가…통증 없어

신촌세브란스, 국내 첫 중입자치료…"췌장암 등 생존율 두 배로 높일 것"
윤동섭 연세의료원장(사진)은 지난 19일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미래 치료 패러다임을 밝혔다. 윤 원장은 “중입자치료기는 탄소 원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뒤 치료기를 통해 에너지빔을 암세포에 정밀 조사한다”며 “질량이 무거운 만큼 기존 양성자치료기와 방사선치료기보다 월등한 치료 효능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중입자가 암에 닿는 순간 강력한 방사선 에너지를 방출해 암세포 DNA를 없애는 원리다. 이때 암세포 주변 정상세포는 거의 파괴되지 않는다. 중입자는 양성자보다 질량이 12배가량 무거워 암세포를 훨씬 많이 파괴할 수 있다. 국내 처음으로 도입하는 중입자치료기는 고정형 한 대와 회전형 두 대다. 회전형은 360도 회전하며 중입자를 쬐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든 환자의 암세포를 목표로 할 수 있다. 치료기는 입자를 가속하는 장비인 싱크로트론과 치료장비인 회전 갠트리로 구성됐다. 싱크로트론은 가로 20m, 높이 1m 크기로 만들어진다. 회전 갠트리는 무게 200t에 길이는 9m에 달한다.

치료 횟수와 기간도 짧다. 초기 폐암은 1회, 간암은 2회로 치료가 끝난다. 환자 1인당 치료 시간은 2분 정도로 매우 짧은 데다 통증도 없다. 입원하지 않아도 되며 치료 후 바로 귀가할 수 있다. 치료 준비 과정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석 대로 하루에 환자 50여 명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환자 치료는 시험 가동을 거쳐 내년 3월부터 이뤄질 예정이며, 치료 예약은 오는 10월부터 받는다. 연세의료원은 중입자치료기 의료장비와 전용 건물, 의료진 연수 등 이번 프로젝트에 3000억원을 쏟아부었다.

“난치암 생존율 향상”…비용은 고가

윤 원장은 “중입자 치료는 암세포 외에 다른 정상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 보니 부작용과 후유증 위험이 낮아진다”며 “중입자 치료를 통해 3대 난치암으로 꼽히는 췌장암과 폐암, 간암의 생존율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중입자 치료가 가능한 암은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이지만 특히 산소가 부족한 환경의 암세포에 강력한 효과를 보인다”며 “골·연부 조직 육종, 척삭종, 악성 흑색종 같은 희귀암 치료는 물론 전립선암 치료 등에도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적으로 중입자 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10여 곳에 불과해 해외 원정 치료 시 소요되는 비용은 1억~2억원에 달한다. 국내 환자가 주로 찾는 일본은 1994년 세계 처음으로 중입자 치료를 시작한 이후 현재 중입자 치료센터 일곱 곳을 가동 중이다. 연세의료원은 중입자 치료 시설이 완공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를 거쳐 치료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외국 사례를 고려하면 국내 치료비 역시 수천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윤 원장은 “그동안 연세의료원이 국내 의료계를 선도해 온 로봇수술 외에도 빅데이터, 유전체 정보 등 데이터사이언스와 세포치료제 기반 정밀의료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