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보다 '가성비' 높아 결제액 적은 고객 유치 효과적"
[게임위드인] 국내외 게임사 앞다퉈 '배틀패스' 도입하는 이유는
국내외 게임산업의 주된 수익모델(BM)이던 확률형 아이템이 각국 정부 규제와 부정적인 여론에 부딪히면서 게임 업계가 '배틀패스'에 주목하고 있다.

배틀패스는 일정 금액을 내고 구매하면 출석 일수·도전과제 달성 등 게임플레이 진척도에 따라 게임 아이템이나 재화를 보상으로 얻는 서비스다.

해외 온라인 게임 업계에서 처음 도입된 배틀패스는 최근 국내에서도 온라인·모바일 게임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게임위드인] 국내외 게임사 앞다퉈 '배틀패스' 도입하는 이유는
◇ 글로벌 게임시장에 부는 배틀패스 열풍…오버워치2도 랜덤박스 버리고 도입
오는 10일 5일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출시를 앞둔 블리자드의 1인칭 슈팅(FPS) 게임 오버워치2는 최근 게임 무료화 및 배틀패스 도입을 발표했다.

전작인 오버워치는 타이틀을 구매해야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었지만, 동시에 게임머니인 크레딧이나 유료 재화인 배틀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전리품 상자'를 판매했다.

전리품 상자에서는 게임 속에서 쓸 수 있는 각종 치장 아이템이 무작위로 나오는데, 발매 당시에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유료 패키지 게임에서 랜덤박스를 따로 판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오버워치2는 게임을 무료화하는 대신 구매하면 영웅과 고유 보상을 얻을 수 있는 10달러 가격의 '프리미엄 배틀패스'를 9주마다 출시할 예정이다.

배틀패스 BM의 시작은 전략 액션 게임 '도타2'를 운영하는 밸브가 2013년 내놓은 '기록서'로 여겨진다.

기록서를 구매한 이용자들은 기간 한정 치장 아이템을 얻고, 이용자들이 지불한 금액은 매년 열리는 도타2 국제대회 '디 인터내셔널' 상금에 누적되는 방식이다.

밸브가 처음 선보인 배틀패스 BM은 이후 에픽게임즈가 2017년 출시한 히트작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에 배틀패스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보편적인 온라인 게임 BM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밸런스 때문에 캐릭터 성능과 직결되는 아이템을 내놓는 데 한계가 있는 전략 액션(AOS·MOBA) 게임, 대전형 FPS 게임에서 자주 채용된다.

서양권에서 전통과 인기를 자랑하는 FPS 게임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2019년 출시된 '모던 워페어' 부터 배틀패스를 도입했다.

또 라이엇게임즈의 '발로란트', 슈퍼셀의 '브롤스타즈',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의 '헤일로 인피니트'도 상시 배틀패스를 운영하고 있다.

[게임위드인] 국내외 게임사 앞다퉈 '배틀패스' 도입하는 이유는
◇ 국내 게임업계도 배틀패스 도입 활발…MMORPG로 확산
확률형 아이템 판매가 주 수익원이던 국내 게임 업계도 최근 배틀패스를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PUBG: 배틀그라운드'는 2018년 '서바이버 패스'를 도입한 이래 주기적으로 새로운 시즌을 업데이트해왔다.

넥슨의 장수 온라인 FPS 게임 서든어택은 2020년 배틀패스를 출시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용자와 PC방 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배틀패스 BM의 성공에 주목한 게임 업계는 국내에서 가장 큰 매출을 올리는 장르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도 이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엔씨소프트는 2020년 11월 '아이온' 클래식 서버 오픈과 동시에 배틀패스 방식의 상품을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블레이드&소울', '블레이드&소울 2', 아이온 라이브 서버 등에도 잇따라 배틀패스를 출시했다.

올해 2월에는 '리니지' 시리즈 최초로 '리니지M'에 배틀패스를 도입했고, 지난달에는 리니지2M과 리니지W에도 배틀패스 상품을 출시했다.

컴투스가 지난달 출시한 '서머너즈워: 크로니클'은 배틀패스가 핵심 상품이다.

상점에서 파는 배틀패스의 종류만 해도 '서머너 패스', '아레나 패스', '계정 레벨업 패스', '캐릭터 레벨업 이벤트 패스' 등 4종류다.

이밖에도 넥슨의 '던전 앤 파이터'·'메이플스토리',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등이 배틀패스 상품을 내놓은 바 있다.

한국형 MMORPG에서 배틀패스가 확률형 아이템을 완벽히 대체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돈을 쓴 만큼 강해지는 '페이 투 윈'(Pay to Win) 모델에 거부감을 가진 게이머들에게 있어 배틀패스는 이른바 '가성비 좋은' 선택지로 다가온다.

배틀패스 구매 후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의 총량이 구매에 투입한 비용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판교의 한 게임 업체 관계자는 배틀패스에 대해 "상대적으로 게임 아이템 결제에 적은 금액을 쓰는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배틀패스를 구매한 이용자가 오랫동안 게임에 머물면서 다른 상품도 결제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앞으로도 중요한 BM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효남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지난해 한국컴퓨터정보학회에 투고한 논문 '게임에서의 배틀패스 비즈니스 모델 개선에 관한 연구'에서 배틀패스의 성공 요인을 ▲ 확정적인 획득 ▲ 노력에 비례한 보상 ▲ 강요하지 않는 결제 등 3가지로 보았다.

그러면서 "기획자와 사업부 어느 한쪽에서만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배틀패스 기획에) 참여해 '재미'와 '수익성'을 모두 챙길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