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무선 매출 정체하자 신사업으로 눈 돌려…'본업 소홀' 우려도
[위클리 스마트] 이통사들은 왜 '탈통신' 외칠까
"통신업을 재정의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인공지능(AI) 대전환을 통해 회사를 성장시키겠다.

"(SK텔레콤 유영상 대표)
"통신 사업자에 머물지 않고 통신에 기반을 둔 플랫폼 사업자로 바뀌어야 한다.

"(KT 구현모 사장)
"플랫폼을 통해 2027년까지 비통신 사업의 매출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겠다.

"(LG유플러스 황현식 사장)
세 발언의 핵심은 '탈(脫) 통신'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는 통신이 본업인 이동 통신 3사의 '미래 먹거리 전략'이기도 하다.

왜일까?
17일 이동 통신 업계에 따르면 이는 기존 통신 사업의 투자 대비 수익이 정체돼 있기 때문이다.

통신 분야에서 비중이 큰 무선 통신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여서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이동 통신 서비스 회선 수는 지난 7월 현재 5천561만 개를 넘어섰다.

국민 한 명당 한 대 이상 휴대 전화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요금이 비싼 5세대 이동통신(5G)이 상용화하면서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최근 중간요금제나 e심(내장형 가입자식별모듈)이 도입되면서 더는 수익이 크게 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이통사들이 지닌 고민이다.

더군다나 통신은 기간 산업인 데다 내수 지향적이라는 산업 특성상 국내 시장이 포화했다고 해서 해외로 진출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지난 2014년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다른 이동 통신사의 가입자를 빼앗아 오는 것도 여의치 않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이동 통신사들은 올해 상반기 호실적에도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는 처지라고 말한다.

자연스레 통신 외 분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이통사들은 통신 서비스 가입자와 축적된 데이터, 현장 영업 노하우 등을 토대로 드라마 제작 같은 미디어 콘텐츠와 인공지능(AI), 구독형 서비스, 메타버스, 도심항공교통(UAM) 등 여러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 조직도 새로운 사업에 맞게 개편하고 인력도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AI 서비스 'A.'(에이닷)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VFX(시각특수효과) 기반 미디어 콘텐츠 제작소를 개관하기도 했다.

KT는 '디지코'(DIGICO·디지털 플랫폼 기업)를 모토로 미디어 콘텐츠와 클라우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KT의 탈통신 전략 결과의 하나다.

LG유플러스는 구독형 서비스 '유독'과 영유아 미디어 플랫폼 '아이들나라' 등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아이들나라'의 사업 확대 기대에 분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이동 통신사의 이러한 '외도'에 이용자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통신 외의 영역에 집중하다 자칫 본업인 통신 품질 향상에 소홀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이동 통신 3사가 탈통신을 본격화한 최근 몇 년 사이 크고 작은 통신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018년 4월 2시간 31분 동안 통화 장애를, LG유플러스는 2017년 9월 40분 정도 부산과 경남, 울산 지역에서 이동 통신 서비스 장애를 일으킨 바 있다.

KT의 경우 지난 2018년 11월 서울 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 화재로 서울 일부와 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에 통신 장애가 일어났다.

이들 서비스 장애·사고가 탈통신 기조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지 몰라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통신 사고 발생 시 이동 통신사의 네트워크 관리 소홀과 연결 지어 생각할 수도 있다.

아울러 통화 품질에 대한 불만과 인터넷 속도 논란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의) 신사업 자체가 기본적인 통신 네트워크 아래에 여러 서비스를 더한 것"이라며 "기본이 안 된다면 미래의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그쪽(통신)은 계속 신경을 잘 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