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이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선한결 기자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이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선한결 기자
LG유플러스가 일상 생활 전반에 대한 플랫폼 사업을 대폭 강화한다. 비통신 분야 매출을 키워 5년 안에 기업가치를 12조원까지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기성 통신 사업과 신규 플랫폼 사업 ‘양쪽 날개’를 달고 ‘유플러스 3.0’ 시대를 여는 게 목표다.

“이용자 본위 서비스로 차별화”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15일 서울 장충동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해) 늦지 않았는가, 통신회사가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나올 수 있지만 통신이 가진 강점 영역도 많다”며 “백지 상태로 출발하는 것도 아니고, 기존 통신 데이터 등을 활용하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 미디어 콘텐츠, 구독 서비스 등에 대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어 ‘제로’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LG유플러스가 플랫폼 비즈니스로 눈을 돌린 것은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용자가 LG유플러스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하기 위해 자체 플랫폼을 낸다는 구상이다.

황 사장은 “통신은 이용자들이 시간을 많이 쓰는 서비스이지만, 실제로 (통신을 통해) 이용자와 접점을 가지고 고객을 이해하는 기회는 여타 플랫폼 기업들이 대부분 선점하고 있어 통신사가 신사업을 적극 펼치기 어렵다”며 “이같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정공법’을 택했다”고 했다.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마련하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서비스 혁신을 이루기 위해선 이용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깊이 이해해야 하는데, 이같은 이해에 필요한 데이터가 아직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황 사장은 “통신 서비스만 가지고는 이용자들이 어디서 시간을 쓰는 지를 알 수 있지만, 무엇에 쓰는지는 모른다”며 “우리만의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어 고객 접점을 늘리면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기대를 뛰어 넘는 이용자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미디어콘텐츠 플랫폼을 하려는 이유도 있다. 최근 이용자들이 가장 시간을 많이 쓰는 서비스 분야가 미디어콘텐츠라서다.

단순히 OTT 경쟁에 뛰어든다는 게 아니다. 각 OTT 서비스를 모아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콘텐츠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아이돌·미드폼 콘텐츠 중심으로 자체 콘텐츠 제작 역량도 확보한다.

황 사장은 “LG유플러스는 이미 OTT와 공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며 “이는 앞으로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사장은 “OTT 시장 성장에 따라 잠식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맞춰 새로운 개념의 TV 플랫폼을 내놓을 것”이라며 “‘OTT TV’를 곧 선보이겠다”고 했다.

‘탈통신 아니라 추가 성장동력 확보’

이날 간담회에서 LG유플러스 경영진은 ‘탈통신’ 기조를 택한다는 것이 아니라 추가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플랫폼 비즈니스도 통신 서비스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만큼 통신 서비스 고도화에도 꾸준히 신경을 쓰겠다는 방침이다. 황현식 사장은 "탈통신보다는 사업의 확장 개념으로 보고 있다"며 "신성장동력 한 쪽을 추가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LG유플러스는 이날 신사업과 미래 기술 등 네 개 분야에서 플랫폼 사업을 키워 ‘유플러스 3.0’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라이프스타일, 놀이, 성장케어, 웹3.0 등이다. 통신 서비스부터 구독, 미디어콘텐츠 플랫폼 등을 총동원해 행동·구매·시청·소비·이용 데이터를 모아 이용자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통해 혁신 서비스를 꾸준히 내겠다는 구상이다.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은 기존 구독 서비스에다 루틴 서비스를 더한다. 분야별로 전문가가 지출·운동·영양제 섭취 등 관련 루틴을 추천하고 달성 챌린지(도전)을 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이 될 전망이다. 데이터 기반 초개인화 서비스도 내놓는다.

놀이 플랫폼은 아이돌·미드폼 중심으로 콘텐츠 제작 역량을 확보한다.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콘텐츠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든다. 성장케어 플랫폼은 아이의 성장 단계별 인터랙티브 학습 콘텐츠 추천 기능 등을 강화할 예정이다. 키즈 상품 연계 커머스 플랫폼도 구축한다. 각 플랫폼은 중장기적으로 LG유플러스 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을 비롯해 타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도 쓸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마련한다.

황 사장은 신규 플랫폼 사업에 대해 “매출이나 손익구조 등 당장의 실적을 바꾸는 것 보다 이용자 경험 혁신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용자의 만족을 지향하면 실적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LG유플러스의 통신 서비스를 이용자 본위로 바꾸면서 최근 이용자 불만 건수가 줄고, 통신 서비스 해지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황 사장은 “지난 7월 구독서비스 ‘유독’을 출범하면서도 사업적인 목적보다는 이용자 경험을 어떻게 혁신할지에 초점을 두고 서비스를 설계했다”며 “이같은 접근법 자체가 차별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 성장 전략은 고객 중심 회사로의 전환과 별개인 건이 아니라 결국은 같은 문제”라며 “새로운 사업을 하려면 새로운 고객경험 혁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LG유플러스는 철저하게 고객 중심 회사로 거듭나 이를 기반으로 새롭게 확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을 이해하고 혁신 서비스를 하겠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