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이매지니어링 팀은 스턴트로닉스 기술을 활용해 하늘을 나는 스파이더맨을 현실 속에 구현했다. 디즈니 캘리포니아 어드벤처 내 어벤저스 캠퍼스에서 스파이더맨 로봇이 하늘을 나는 모습.     애너하임=서기열 특파원
디즈니 이매지니어링 팀은 스턴트로닉스 기술을 활용해 하늘을 나는 스파이더맨을 현실 속에 구현했다. 디즈니 캘리포니아 어드벤처 내 어벤저스 캠퍼스에서 스파이더맨 로봇이 하늘을 나는 모습. 애너하임=서기열 특파원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 자리 잡고 있는 '디즈니 캘리포니아 어드벤처'에 들어가 가장 먼저 찾은 '어벤저스 캠퍼스'. 영화 속 히어로 스파이더맨이 나타나 시선을 잡아끕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20m 상공으로 높이 뛰어 옆 빌딩으로 건너가는 모습에 관람객들은 기립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내질렀습니다. 영화 속에서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을 타고 빌딩 숲을 날아다니는 것을 테마파크에서 그대로 구현한 것이죠. 그런데 하늘을 날았던 스파이더맨은 사람이 아니라 '스턴트 로봇'이었답니다.

이런 장면을 가능하게 한 것은 월트디즈니의 연구개발 조직인 이매지니어링(Imagineering)입니다. 상상하다(imagine)와 엔지니어(engineer)란 영어 단어를 조합해 만든 단어입니다. 말 그대로 '상상했던 일을 현실로 구현'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인 업무를 맡고 있는 엔지니어링 팀인 거죠. 이곳 애너하임 뿐만 아니라 미국 올랜도,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 프랑스 파리 등 전세계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디즈니 테마파크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죠.

로봇까지 만드는 디즈니


어벤저스 캠퍼스는 '상상을 현실로 구현한다'는 디즈니 이매지니어링의 기술력을 눈과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스파이더맨 뿐만 아니라 마블에 시리즈에 등장하는 캡틴아메리카, 아이언맨, 닥터스트레인지, 앤트맨 등을 직접 볼 수 있고, 그들이 타는 장갑차나 비행기 그리고 건물까지 실제처럼 아주 현실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매지니어링 팀원들은 어벤져스 캠퍼스를 개발할 때 어벤저스의 핵심 철학인 '힘, 공유, 다양성, 팀워크'를 활용했다고 합니다. 어벤저스의 주인공들이 모이는 것처럼 다양한 재능과 지식을 가진 구성원들이 모여서 도구, 기술을 사용해 영감을 주는 테마파크를 만들어냈습니다. 영화나 TV 시리즈에서 봤던 그 히어로들과 장소를 이 테마파크에 실감나게 재현해 놓은 거죠.
디즈니 이매지니어링 엔지니어가 스파이더맨 스턴트 로봇을 만드는 과정에서 테스트 하고 있다.       디즈니 제공
디즈니 이매지니어링 엔지니어가 스파이더맨 스턴트 로봇을 만드는 과정에서 테스트 하고 있다. 디즈니 제공
실감 나게 하늘을 나는 스파이더맨은 '스턴트로닉스'의 산물입니다. 관람객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 선사하기 위해 수년에 걸친 연구와 실험 끝에 스턴트를 하는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내장 센서를 장착해 스턴트 로봇이 턱걸이를 하고, 하늘에서 공중제비를 할 때 회전을 늦추는 것을 스스로 결정하는 정교한 로봇을 설계한 거죠. 수학과 물리학을 동원한 기술로 이매지니어링은 논문과 특허까지 냈다고 합니다.

스파이더맨이 거미줄로 악당을 물리치는 장면을 구현한 어트랙션(놀이기구) '웹슬링어'를 체험하면 영화 속 한 장면에 직접 들어와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관람객들은 3D 안경을 쓰고 스파이더맨처럼 거미줄을 던지면서 게임을 즐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의 동작을 감지하고 직관적으로 이를 화면에 구현하는 기술인데요 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해 3D 화면에 사용자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겁니다.

콘텐츠를 실제로 구현한 테마파크


이매지니어링은 관람객들이 테마파크에서 직접 영화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입니다. 디즈니 이매지니어링의 마이클 세르나 상무는 "스파이더맨으로 관람객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깊이 고민했다"며 "하늘을 나는 스파이더맨을 구현하고 관람객들이 스파이더맨이 돼 거미줄을 날리는 것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습니다.
스타워즈의 영화 속 공간을 그대로 구현한 디즈니랜드의 '스타워즈 갤럭시 엣지'.    애너하임=서기열 특파원
스타워즈의 영화 속 공간을 그대로 구현한 디즈니랜드의 '스타워즈 갤럭시 엣지'. 애너하임=서기열 특파원
디즈니의 사랑받는 스토리와 캐릭터를 어떻게 전세계의 디즈니 테마파크에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입니다. 켄 포트록 디즈니랜드리조트 사장은 "디즈니는 전세계 12개의 테마파크를 갖고 있고 연 평균 매년 1억4500만명이 방문합니다"며 "이는 월드컵 경기장을 찾는 관중 보다 2000배나 많은 숫자"라고 말했습니다. 디즈니의 테마파크 지난해 매출은 100조8207억원입니다.

디즈니의 핵심 사업모델은 영화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공개된 콘텐츠-테마파크의 놀이기구-캐릭터 상품까지 이어지는 경험에 기반합니다. 창업자 월트 디즈니는 테마파크에서 소비자들이 캐릭터와 직접 만나고, 영화에서 본 장면을 놀이기구를 타면서 디즈니 브랜드에 개인적인 경험을 갖길 원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에 감동하고, 디즈니랜드에 와서 영화 속 한 장면을 체험하고, 이어서 캐릭터 상품의 구매로까지 이어지도록 한 거죠. 실제로 디즈니랜드의 기념품판매점에는 관람객들이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상품을 사고 양손 가득히 들고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디즈니는 이런 '콘텐츠-테마파크-상품'의 선순환 구조를 더욱 강화할 방침입니다. 디즈니의 대규모 팬행사인 '디즈니 D23 엑스포'의 개막에 앞서 만났던 밥 체이펙 월트디즈니컴퍼니 최고경영자(CEO)는 "어벤저스 캠퍼스가 멀티버스에 더욱 깊숙히 들어갈 것입니다"라며 "어벤저스 캠퍼스를 확장할 계획이죠"라고 말했습니다. 물리적인 세계와 디즈니의 디지털 지적재산권(IP)를 혼합하는 작업을 더욱 확장하겠다는 거죠.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디즈니의 계획이 앞으로 어떻게 현실화될지 기대됩니다.

애너하임=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