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 약물자문위원회 2차 표결을 앞두고 ‘냉탕과 온탕’을 오갔던 미국 제약사 아밀릭스의 루게릭병(ALS,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치료제 후보물질 ‘AMX0035’이 결국 표결에서 승리했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FDA 말초 및 중추신경계 약물자문위원회는 아밀릭스의 AMX0035에 대한 신약승인을 권고하기로 표결을 통해 결정했다. 찬성은 7표였으며, 반대 2표, 기권 2표였다. FDA가 약물자문위원회의 권고를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으나, 약물자문위원회의 권고를 존중해 승인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례로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헬름’이 자문위원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승인을 받아 논란이 됐다.

앞서 약물자문위원회는 지난 3월 1차 표결에서 AMX0035를 승인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아밀릭스가 제출한 데이터가 약물의 효능을 뒷받침하는 데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여기에 대해 아밀릭스는 AMX0035가 대조군(위약) 대비 루게릭병 환자들의 수명을 10개월 가까이 연장할 수 있다는 새로운 분석 결과를 제출했다. 루게릭병의 진단 후 평균 기대 수명은 2~5년 정도다.

2차 표결을 앞두고 제약업계에서는 약물자문위원회가 부정적인 의견을 낼 것이라는 추측이 더 우세했다. 아밀릭스가 새로 제출한 연구결과가 앞서 제출한 연구결과와 같은 데이터에서 추출됐기 때문에 독립적인 증거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한 아밀릭스는 임상에서 설정한 대조군 외에도 유럽 의료기관에 온 1만명 이상 루게릭병 환자의 데이터를 이용해 AMX0035의 생존 예측 알고리즘을 짜 제출했다.

FDA는 이에 대해 “직접 임상에 참여한 환자로부터 얻은 데이터가 아니며, 변인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신뢰성이 낮다”며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표결에 참여한 약물자문위원회 회원인 리아나 아포스톨로바(Liana G. Apostolova)박사는 “임상적으로 설득력이 없지만 꽤 안심할만 하다(quite reassuring)”고 평가했다.

업계는 AMX0035의 안전성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았고, 지금까지 루게릭병 치료제로 승인된 약이 2개 뿐이라는 점. 가장 최근에 나온 약이 5년 전에 승인된 약이라는 점 등 미충족수요가 크다는 것을 약물자문위원회가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루게릭병 환자들은 약물자문위원회의 표결을 앞두고 AMX0035에 대한 승인을 촉구하는 민원과 이메일을 FDA에 보내기도 했다.

FDA의 최종 결정은 이달 29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