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코텍 "제2,제3의 기술수출 대박에 도전"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인 오스코텍이 대대적인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확장에 나선다. 오스코텍은 유한양행을 거쳐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기술수출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을 개발한 회사다. 파이프라인 확장을 통해 ‘제2의 레이저티닙’ 도출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윤태영 오스코텍 대표(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자체 임상개발 파이프라인을 현재 세 개에서 최대 여섯 개로 늘리겠다”며 “매년 한 개 이상의 신규 후보물질의 임상을 신청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스코텍의 파이프라인은 크게 세 줄기로 나뉜다. 몸속 과도한 면역 반응을 차단하는 ‘SYK 저해제’, 항암 면역 반응을 활성화하는 ‘FLT3·AXL 저해제’,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을 막는 ‘타우단백질 저해제’다. 윤 대표는 “기존 파이프라인에 적응증(치료 영역)을 확대하는 한편 새로운 임상개발 프로그램도 외부에서 적극 도입하겠다”고 했다.

오스코텍은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지만 기술수출 대박을 낸 레이저티닙 그늘에 가려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얀센은 2018년 12억5500만달러(약 1조4000억원)에 레이저티닙 글로벌 판권(한국 제외)을 사갔다. 자사 폐암 신약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으로 임상 3상 중이다.

오스코텍은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로 개발했지만 지난해 임상 2상에서 실패의 쓴맛을 본 SYK 저해제 파이프라인을 재정비한다. SYK는 염증을 일으키는 신호 전달에 핵심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이 신호를 차단하는 게 SYK 저해제다. 윤 대표는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는 전체 환자가 아니라 초기(경증·중등증 이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다시 할지, 기존 치료제와 병용요법으로 재임상을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같은 SYK 저해 원리를 적용한 면역혈소판 감소증 치료제 개발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올 연말이면 임상 2상 환자 투여가 끝나고 내년 초 주요 임상 결과를 내놓는다. 윤 대표는 “중간 데이터를 보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했다. SYK 저해제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희귀질환 적응증도 추가로 찾고 있다.

면역억제력을 낮춰 항암 반응을 활성화하는 원리의 FLT3·AXL 저해제도 임상에 속도를 낸다. 먹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치료제로 내년 임상 1상을 시작한다. 윤 대표는 “주사제로 이미 임상 1상을 마친 만큼 경구용 임상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형암에 대해서도 임상 1a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는 적정 투약 용량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으로, 내년이면 본격적인 효능 확인 임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스코텍은 2024년 얀센의 레이저티닙 상업화 전략에 따라 로열티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로열티 수입이 들어올 때까지 임상 개발 확대를 기다릴 순 없다는 게 윤 대표 생각이다. 최근 12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이유다. 이 여파로 오스코텍 주가는 이달 초 대비 40% 가까이 급락했다. 3월에도 300억원을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조달한 터라 추가 자금 조달에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그는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상업화에 따른 현금 유입만 기다리다가는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