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씨엠생명과학이 급성췌장염 줄기세포치료제 ‘SCM-AGH’의 임상 1·2a상에서 1차 유효성 평가 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2차 평가변수를 충족했고 의약품의 탐색적 효능을 확인해 후속 임상을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1일 에스씨엠생명과학에 따르면 SCM-AGH 1상에서는 장기부전을 동반한 중증 급성췌장염 환자 4명을 대상으로 내약성을 확인했다. 2a상에서는 장기부전을 동반하거나 전산화단층촬영 중증도지수(CTSI)가 4 이상인 중등증 이상 환자 36명을 투약군과 위약군으로 나눠 28일간 관찰했다.

이번 임상의 1차 유효성 평가변수(Primary endpoint)는 ‘임상시험용의약품 투여 후 28일차 전산화단층촬영 중증도지수(CTSI)’와 ‘임상시험용의약품 투여 후 7일차 장기부전 정도 측정 평가점수(MMS·Modified Marshall Score)’로 설정했다.

2차 유효성 평가 변수(Secondary endpoint)는 염증표지자를 나타내는 ‘CRP(C-Reactive Protein)’ 수치 변화, 전신성 염증 반응 증후군(SIRS)의 지속 기간 등 16개였다. 이 같은 내용은 미국 임상정보 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등록됐다.

임상 결과 에스씨엠생명과학은 1차 평가지표 모두에서 위약군 대비 시험군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회사는 2차 유효성 평가변수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2차 평가지표인 CRP 수치가 투여 초기인 1, 2, 3일 시점에서 위약군 대비 시험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또 시험군 내에서는 1차 평가변수에 대해 투약 전후 유의미한 차이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안전성 평가에서는 SCM-AGH를 투여 받은 대상자들 모두에서 중대한 이상반응은 발생하지 않았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1차 유효성 평가지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이번 임상이 실패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2차 평가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감소를 확인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회사는 1차와 2차 유효성 평가변수는 우위가 없는 병렬적인 지표로, 독립적인 주평가지표(primary endpoint)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다른 해석이 나온다. 1차와 2차 유효성 평가변수가 병렬이려면 공동 1차 유효성 평가지표(co-primary endpoint)로 설정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임상 개발 전문가는 “1차와 2차 평가지표가 각각으로 설정된 임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임상 실패가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임상 개발 전문가는 “두 개 지표가 병렬로 설정됐다해도 일부만 충족했기 때문에 임상에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에스씨엠생명과학 관계자는 “각각의 지표들은 우선 순위의 개념이 아니라, 임상에서 연구자들이 어떤 부분을 확인하고 싶은지에 대한 니즈를 반영해 설계한 것”이라며 “이번 임상에서 다양한 변수를 확인하고 유의미한 임상 데이터들을 확보해, 승인된 치료제가 없는 급성췌장염에서 2b상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이번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2b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2b상에선 모집 대상자 수 확대를 통한 유효성 및 안전성 검증, 변수에 따른 주요 지표의 변화량 관찰, 최적 투약 용량 탐색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