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는 바닷물을 이용해 서버의 열을 식히는 '나틱 프로젝트'를 실험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바닷물을 이용해 서버의 열을 식히는 '나틱 프로젝트'를 실험 중이다.
코로나19로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규모가 커지자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혁신 스타트업의 노력도 뜨겁다. 서버 냉각을 위해 물에 띄우는 방식의 데이터센터가 나오는가 하면, 내부 관리를 로봇이 맡는 무인형 데이터센터도 등장한다.
대세로 떠오르는 수랭식 냉각
데이터센터는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클라우드 시장이 급성장하는 데 따른 것이다. 클라우드(cloud)는 단어 뜻 그대로 구름처럼 서버 자원을 품는다. 이용자의 컴퓨터는 클라우드에 접속하는 장치일 뿐이고, 진짜 작업은 온라인에 분산된 가상의 공간에서 이뤄진다.

대형 서버를 갖추지 않은 기업도 클라우드에서 자원을 빌려 각종 인터넷 서비스에 나설 수 있다. 물리적인 서버들이 몰려 있는 데이터센터는 가상의 공간을 만드는 뿌리 역할을 한다. 아마존웹서비스(AWS)·마이크로소프트(MS)·IBM 등 글로벌 클라우드서비스업체(CSP)와 NHN, 네이버 등이 데이터센터를 갖추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 규모가 올해 4820억달러(약 640조원)에서 2025년엔 8375억달러(약 1100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데이터센터를 늘리려는 기업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전력 비용과 탄소 배출이다. 수많은 서버가 모여 있는 데이터센터는 높은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냉각 방식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런 고민에 대한 해법을 찾는 역할을 스타트업들이 하고 있다. 2016년 설립된 데이터빈은 ‘침지냉각’ 기반의 새 냉각 시스템을 개발해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첫 인증을 받았다. 침지냉각은 냉수를 냉각 매체로 이용하는 방식으로 최근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비전도성 액체 안에 서버를 넣어 냉각시키는 기술이어서 전력 비용이나 탄소 발생 문제가 적다. 2018년 알리바바, 2020년 MS가 이런 방식을 도입했다.

데이터빈의 냉각 시스템인 ‘스마트박스’는 냉매를 담은 침지 탱크, 열 교환기, 모니터링 장치로 구성된다. 냉각 비용의 95%를 절감하고, 공간 사용 효율을 55%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데이터빈 측은 “전기 사용량은 80%,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0% 절감할 수 있다”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 정부기관과 전자 대기업 등이 고객사”라고 전했다.
대기업-스타트업 연합 전선
네이버가 내년 말 준공하는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조감도. 로봇이 내부 서버와 시설을 관리할 예정이다.
네이버가 내년 말 준공하는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조감도. 로봇이 내부 서버와 시설을 관리할 예정이다.
데이터센터 시장이 커지면서 빅테크 기업들도 스타트업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선 네이버와 스타트업의 협업이 활발하다. 네이버는 2023년을 목표로 두 번째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짓고 있다. 총면적 29만3697㎡ 규모에 65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한다. 특징은 로봇이 내부 서버와 시설을 관리한다는 점이다. 5세대(5G) 통신과 클라우드 서버 기술 발전에 따른 성과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로봇 스타트업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네이버의 기업형 액셀러레이터(AC) 조직인 D2SF는 지난 6월 플로틱과 세이프틱스에 후속 투자했다. 플로틱은 플로틱은 네이버랩스 로보틱스 인턴들이 지난해 창업한 회사다. 네이버 D2SF가 초기(시드) 투자를 집행한 곳으로, 현재 물류창고를 대상으로 로봇 자율주행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세이프틱스는 협동로봇과 관련한 솔루션을 개발했다. 가상 환경에서 로봇의 안전성을 점검할 수 있다.

한화솔루션은 해외 데이터센터 전력 관리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지난해 말 미국 스타트업인 랜시움테크놀로지의 지분을 인수했다. 랜시움테크놀로지는 2017년 미국 벤처 투자가 마이클 맥너마라가 설립한 전력 관리 기업이다. 미국 텍사스 애빌린시에 데이터센터를 조성하고,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저가에 제공한다. 한화솔루션은 1억달러(약 1330억원)를 투자하고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도 참여한다.
스타트업 고객 잡아라…건설사도 '눈독'
용인죽전 퍼시픽 데이터센터 투시도. 현대건설 제공.
용인죽전 퍼시픽 데이터센터 투시도. 현대건설 제공.
대형 건설사들 약진도 두드러진다. 이들에게 스타트업은 새로운 시장을 열어준 고객이다. 자체적으로 서버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비효율적이라 판단한 업체들의 설비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GS건설은 2017년 하나금융그룹 통합데이터 센터 건립을 시작으로 9개 데이터센터를 지었다. 지난해에는 자회사 디씨브릿지를 설립하고 사업개발과 시공, 영업 등에 이르는 전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계 사모펀드 액티스, 파빌리온자산운용과 함께 경기 안양시에 2445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기도 하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0년부터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4월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데이터센터 플랫폼 업체 디지털엣지와 조인트벤처(JV)를 만들고 총 사업비 1조원 규모의 부평 데이터센터 공동 개발 사업에 착수하기도 했다. 2024년 준공이 목표다. DL이엔씨는 지난 7월 4290억원 규모 김포 데이터센터 신축 공사를 수주했다. 자회사 DL건설도 서울시 금천구에서 3000억원 규모 공사를 따냈다. 현대건설은 부동산 자산운용사 퍼시픽자산운용과 국내 최대 규모 망중립 데이터센터 '용인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달에 데이터센터 세운다
데이터센터 관련 기술은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스타트업 노틸러스데이터테크놀로지스는 7㎿ 규모의 ‘떠다니는 데이터센터’를 만들었다. 기존의 수랭 시스템을 넘어서 부유형 데이터센터를 개발한 것이다. 지난해 4월 처음 탄생한 이 회사의 데이터센터는 실리콘밸리 인근에 있는 샌호아킨강 위에 있다. 바지선 갑판 위에 929㎡ 넓이로 세워졌다. 내부 폐쇄 장치에 강물을 끌어들여 서버를 냉각하고, 온도를 내리는 데 사용한 물은 식혀서 다시 강으로 내보내는 구조다.

달에 데이터센터를 만들려는 스타트업도 있다. 우주에 데이터 저장시설을 만들어 기후변화나 사이버 공격과 같은 위험 요소를 배제하겠다는 취지다. 미국의 론스타데이터홀딩스가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500만달러(약 66억원) 규모 시드 투자를 진행했다. 조만간 작은 탑재물부터 달에 보낸다는 계획이다. 달의 용암 동굴 안에 데이터센터를 둬서 유해 전자선과 열로부터 데이터센터를 보호한다는 전략이다. 달은 태양 빛이 닿을 때와 아닐 때 표면 온도가 200도 이상 차이 난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