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클래스·펫 등 수익모델은 매우 강력
전투 등 플레이 단조롭고 마스코트 '키키' 선정성 소지
[게임위드인] 베일 벗은 '히트2', 수익모델 'HIT', 게임성 'MISS'
폭풍전야.
넥슨의 '히트2' 출시를 지켜보던 게임 업계의 속마음을 한 마디로 요약한 말이다.

히트2는 트레일러에서 공개된 화려한 콘솔 게임급 그래픽과 대규모 공성전으로 발매 전부터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었다.

'리니지2', '테라'등 대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개발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가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았다.

경쟁작을 서비스하는 게임사들은 히트2 발매를 앞두고 대형 업데이트를 예고하며 이용자 이탈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지난 25일 발매된 히트2는 과연 이런 기대와 관심에 부응하는 게임일까.

[게임위드인] 베일 벗은 '히트2', 수익모델 'HIT', 게임성 'MISS'
◇ BM은 '히트'…국내 최초 크리에이터 후원 프로그램 도입
유튜브 게임방송이 대세가 된 트렌드에 맞춰, 넥슨은 게이머가 유료 아이템을 결제하면 게이머 본인이 지정한 유튜버에게 금액 일부를 후원하는 '크리에이터 후원 프로그램'을 히트2에 도입했다.

구독자 수 100명 이상인 유튜버라면 간단한 심사를 거쳐 크리에이터로 등록하고, 팬들이 결제한 금액의 1∼5%를 후원금으로 받을 수 있다.

일부 국내 게임사가 특정 유튜버에게 게임 영상 송출을 대가로 광고비를 지급해 '트럭 시위' 사태까지 발생한 프로모션 유튜버 논란을 이용자도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풀어낸 시도다.

히트2의 BM(수익모델)은 매우 강력하게 설정돼 있다.

부분유료화 BM으로 전 세계 게임업계를 이끌어 간 넥슨의 게임답다는 평가가 나올만하다.

히트2는 클래스(변신) 뽑기, 펫 뽑기, 아이템 컬렉션을 통한 캐릭터 강화, 주문서를 통한 아이템 강화, 자동 전투, 무게 시스템 등 한국형 MMORPG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 중 핵심은 캐릭터 성능에 큰 영향을 주는 클래스·펫 뽑기다.

클래스와 펫은 일반, 고급, 희귀, 영웅, 고대, 전설 6등급으로 나뉜다.

홈페이지에 공시된 확률표에 따르면 '찬란한 클래스 소환권'을 1회 사용했을 때 일반 등급이 나올 확률은 70.64%, 고급 등급은 27.6%다.

일반이나 고급 등급 클래스의 성능은 사실상 '꽝' 수준이다.

반면 희귀 등급이 나올 확률은 1.6%, 영웅 등급은 0.15%로 희박하고 고대 등급은 0.015%다.

펫 뽑기의 확률도 클래스 뽑기와 동일하다.

현재 재화 가격을 기준으로 뽑기 11회당 가격은 980젬이어서, 1회당 약 2천500원꼴이다.

이를 기준으로 확률을 계산해보면 250만원을 들여 1천 번 뽑기를 돌리렸는데도 고대 등급을 단 한 차례도 얻지 못할 확률이 (0.99985)^1000 = 0.860이나 된다.

다시 말해, 250만원을 들여도 고대 등급을 얻을 확률은 14.0%에 불과하다.

국산 중형차 한 대 가격인 2천500만원을 들여 1만 번 뽑기를 하면 사정이 나아지지만 '확실하다'고 할 정도는 안 된다.

고대 등급이 나오는 경우가 있을 확률이 77.7%이고, 고대 등급이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을 확률이 여전히 22.3%나 된다.

최고 등급인 전설 등급은 이렇게 바늘구멍 확률을 뚫고 모은 고대 등급 클래스·펫 4개를 모은 후, 20%의 성공 확률을 뚫고 '합성'해야 얻을 수 있다.

합성이 실패하면 재료로 쓰인 클래스나 펫은 당연히 사라진다.

뽑기에서 나온 결과물로 또다른 뽑기를 돌리는 '합성 뽑기'는 게임 업계가 지난해 이른바 '컴플리트 가챠'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뒤에도 여러 MMORPG 게임이 채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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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성은 '미스'…전투 단조롭고 혁신은 없어
이렇게 강한 BM을 가진 게임이라도 충분한 게임성과 플레이의 재미가 뒷받침된다면 게이머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문제는 히트2의 게임플레이가 기존에 나온 MMORPG에 비해 크게 특별한 점이 없으며, 일부 요소는 오히려 퇴보했다는 점이다.

전투는 어떤 전략적 요소도 없이 자동사냥을 켜면 캐릭터가 적을 찾아가 제자리에 말뚝처럼 서서 상대가 쓰러질 때까지 스킬을 난사하는 방식이다.

액티브 스킬의 가짓수도 6개의 직업군별로 8~11개에 불과한데, 스킬 입수에 필요한 스킬북 자체가 희소한 자원이라 모두 얻기는 쉽지 않다.

유저가 직접 할 일은 가끔 퀘스트 이름을 클릭해 주고, 캐릭터가 몬스터를 잡는 모습을 '구경'하는 일뿐이다.

최신 그래픽으로 구현된 게임 속 세계는 화려하지만, 그저 자동이동·전투를 지켜보는 플레이어의 눈요깃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누가 봐도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은 지형이 '투명 벽'에 가로막혀있어 빙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플레이어들이 투표로 부활 규칙, PK(플레이어 간 전투) 규칙 등 각종 서버 내 규칙을 정하는 '조율자의 제단'은 히트2만의 고유한 시스템이다.

그렇지만 단조로운 전투 시스템과 레벨 디자인은 조율자의 제단으로도 어찌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10대 초반 여아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히트2의 마스코트 격 캐릭터 '키키'는 스트리퍼 수준의 선정적인 의상을 입고 애교를 부린다.

이런 캐릭터가 사랑스럽다고 여기는 플레이어가 있을런지도 모르지만, 히트2가 글로벌 시장에 출시될 경우 아동의 성적 묘사에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서구권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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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반기 게임계 신작 MMORPG 대격돌…승자는?
국내 게임업계는 올여름 잇따라 신작 MMORPG를 내놨다.

지난 7월 28일 출시한 넷마블의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을 시작으로 이달 16일에는 컴투스가 '서머너즈워: 크로니클'을, 23일에는 라인게임즈가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출시했다.

히트2 이후로는 비슷한 규모의 신작 MMORPG 출시 계획은 연말까지 없다.

히트2로서는 비슷한 시기에 나온 경쟁작, 그리고 개발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은 '리니지W', '오딘: 발할라 라이징' 등 쟁쟁한 작품과 경쟁이 예고된 셈이다.

시작 실적은 나쁘지 않다.

히트2는 발매 직후 애플 앱스토어에서 게임 앱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인기 순위로는 26일 기준 애플 앱스토어에서 2위, 구글 플레이에서 3위다.

하지만 대형 게임사가 신작을 출시하면 발매 초기에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것은 늘 있는 일이어서 앞으로 흥행 여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다.

BM 설계에 총력을 기울인 듯한 히트2의 개발 방향이 옳은 선택이었는지는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