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7세대 176단 SSD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 7세대 176단 SSD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가 연내 236단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최근 와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이 연이어 200단 이상의 기술력을 뽐내며 삼성전자를 추격하자 본격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36단 연내 양산해 시장 우려 불식시킬 듯
1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내 236단 낸드 양산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 기준으로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이미 200단 이상 적층 기술을 확보했고 수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담금질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낸드는 정보기술(IT) 기기 전원이 꺼져도 각종 데이터가 저장되는 비휘발성 메모리반도체다. 이 분야에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의 층수를 단(段)이라 부른다. 236단 낸드는 셀을 236겹 쌓아 올렸다는 뜻으로, 셀을 몇 층까지 쌓을 수 있느냐에 따라 데이터 저장량이 결정된다.

삼성전자는 2013년 수직으로 쌓아 올린 3차원 공간에 구멍을 내 각 층을 연결한 이른바 'V(Vertical) 낸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현재 삼성 반도체를 총괄하는 경계현 DS(반도체)부문장이 V낸드 개발의 주역.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후 얼마나 단수를 높이느냐가 기술력의 척도가 됐다. 낸드는 인공지능(AI)·클라우드 시장 개화로 IT 시장이 고도화하는 가운데 고용량 제품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20년간 낸드 1위 자리를 지켜온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176단, 230단 이상 등 '최초 양산' 타이틀을 연이어 마이크론에 내줬다. 마이크론이 유독 '세계 최초' 마케팅에 적극적이긴 하지만 일각에선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가 좁혀진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삼성전자는 낸드에서 35% 안팎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로 독보적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현재 양산 중인 최고층 낸드 단수는 176단. 경쟁 업체들 약진으로 차세대 기술력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삼성전자는 236단 낸드를 연내 양산해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고 노하우를 집약해 성능과 가격 경쟁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들 도전에 직면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지난 3일 세계 최고층인 238단 낸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PC 저장장치인 클라이언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cSSD)에 들어가는 238단 제품을 먼저 공급하고 이후 스마트폰용과 서버용 고용량 SSD 등으로 제품 활용 범위를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238단 4D 낸드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238단 4D 낸드 [사진=SK하이닉스]
마이크론 역시 지난달 27일 176단에 이어 232단 낸드를 세계 최초 양산했다고 발표했다. 232단은 176단과 비교해 데이터 처리 속도가 50% 빠르고 면적을 28% 줄인 제품으로, 하반기 해당 기술을 탑재한 SSD를 출시할 계획도 알렸다.

또 다른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웨스턴디지털은 지난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투자자 행사에서 단위 면적이 가장 작은 162단 낸드를 조만간 출시하고 2024년까지 200단 이상 초고층 낸드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웨스턴디지털은 일본 기옥시아와 총 2788억엔(한화 약 2조 7200억원)을 투자해 일본 미에현 요카이치시에 세계 최대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어 그 파장이 주목된다. 기옥시아는 2017년 도시바가 낸드 사업을 분사하며 만들어진 회사로 세계 낸드 점유율 2위를 놓고 SK하이닉스와 다투고 있다.

양사는 이곳에서 최신 3차원 낸드를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는 가운데 일본 경제산업성이 이 공장에 최대 929억엔(약 9056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해 일본 정부 차원 지원도 활발하다. 두 회사가 설립한 공장은 내년 2월 중 제품을 출하할 예정이다.

중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YMTC 역시 올해 말 232단 3차원 낸드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YMTC는 올 연말로 계획한 192단 낸드 양산을 중단하고, 232단 낸드 양산 직행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지난 5월 YMTC는 192단 낸드플래시 시제품을 고객사에 전달해 성능 테스트를 마쳤으며 232단 낸드 기술 개발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황 안좋지만 낸 SSD 수요 견조
향후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을 것이란 전망 가운데서도 이처럼 업체들은 낸드에 주력하고 있다. 메모리 업체들은 특히 고부가가치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개발·양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eSSD는 기업의 대규모 서버 및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저장장치다.
미국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232단 낸드플래시 설명 자료. /마이크론 제공
미국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232단 낸드플래시 설명 자료. /마이크론 제공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발표에서 "2분기에 D램 가격은 하락했지만 낸드 가격이 상승했고 전체적인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매출이 늘었다"고 매출 증가의 공을 낸드로 돌렸다. 삼성전자도 "낸드는 PC와 모바일 등 컨슈머 제품이라 수요가 약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엔드유저(최종 사용자)의 고용량 제품 니즈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의 입장은 단을 높이 쌓아올리는 경쟁보다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니 고객사 입장에서 필요한 대량의 데이터 이동·저장·처리·관리 최적화 솔루션을 마련하자는 것이었다"면서 "하지만 경쟁사들이 마케팅하기 좋은 '최초' 타이틀로 견제에 나서자 삼성전자도 이에 대응하고 나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업계 사람들은 적어도 메모리에서만큼은 삼성전자가 독보적이란 걸 알고 있다"며 "최근 주가가 안좋기 때문에 시장 안정과 마케팅 차원에서 236단 연내 양산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추측된다"고 부연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