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드아웃 홈페이지 캡처
솔드아웃 홈페이지 캡처
국내 리셀(되팔기) 플랫폼 시장을 이끌고 있는 두 업체가 부딪쳤습니다. 네이버 크림과 무신사 솔드아웃의 이야기입니다.

올해 초 '피어오브갓' 에센셜 제품의 진·가품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었던 두 업체가 최근엔 나이키 한정판 운동화의 진·가품 여부에 대한 판정이 엇갈렸습니다. 업계에서는 '가품 공방' 2차전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와함께 최근 플랫폼업체들이 진품을 판별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지만 제조사가 아닌 이상 진·가품 여부를 인증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솔드아웃서 '정품'이었던 운동화, 크림선 '가품'

크림
크림
16일 플랫폼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약 200만원에 솔드아웃에서 진품 판정을 받고 거래된 나이키 운동화가 이달 크림에서는 가품 판정을 받고 거래 불가 통보가 내려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구매자가 솔드아웃 측에 이의를 제기하며 솔드아웃은 해당 운동화에 대한 진·가품 검증 과정을 다시 진행할 예정입니다. 재검증 이후 해당 제품이 가품으로 판정되면, 솔드아웃은 제품 구매자에게 구매금액의 300%를 보상해야 합니다.

솔드아웃 관계자는 "구매자에게 해당 제품에 대해 재검수를 진행하겠다고 안내한 상황"이라며 "재검수 과정은 택배 배송 등을 포함해 최소 1주일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재검수 판정 결과를 두고 네이버와 무신사가 '가품 공방 2차전'을 벌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앞서 올해 1월 네이버 크림은 피어오브갓 에센셜 라인 제품 가품을 구별하는 방법을 전달하면서 가품의 사례로 '무신사 부티크' 브랜드 씰이 붙어 있는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무신사는 자사가 판매한 티셔츠를 가품으로 칭하며 공지사항에 올린 크림에 "게시물을 삭제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크림은 이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해당 논란은 제품 제조사인 피어오브갓이 "(무신사가 판매한 제품은) 진품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면서 4월 초 마무리됐습니다.

가품 논란으로 "플랫폼 경쟁력 약화" 우려도

솔드아웃
솔드아웃
이번 건에 대해 무신사 솔드아웃이 진·가품 판정 여부를 번복하면 솔드아웃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이용자가 줄어들며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제조사가 아닌 이상 '자체 기준'을 토대로 진·가품 여부를 판정할수밖에 없는데, 이 자체 기준은 해당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제품의 수량이 많아야 더욱 정확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실제 크림과 솔드아웃의 월간이용자수(MAU)는 최근 들어 격차가 커졌습니다. 모바일 빅데이터플랫폼 아이제이웍스에 따르면 올해 1월 크림의 MAU는 68만1556명에서 지난달 89만8505명으로 증가했지만, 솔드아웃의 MAU는 21만6917명에서 17만2616명으로 줄었습니다.

다만 이같은 문제는 솔드아웃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지난 5월엔 크림에서 진품 판정을 받은 제품이 솔드아웃에서 가품 판정을 받는 사례도 나왔습니다.

플랫폼 업계는 검수 시스템 강화 중

'가품 논란'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자 플랫폼업계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솔드아웃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운영하는 검수센터 외에 올해 5월 서울에 ‘제2검수센터’를 열었습니다. 면적은 약 3835㎡로, 성수 검수센터에 비해 2배 이상 큽니다.

크림은 운동화 외에 다른 품목에서 판매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자체 검수 기준을 강화했습니다. 기존에는 ‘패션잡화’ 카테고리 상품에 대해 모조품·가품, 중고품, 상품 불일치(시즌, 컬러, 품번 등), 사이즈 불일치에 해당할 때 판매자에게 페널티를 10~15% 부과했으나, 지난달부터는 스트랩, 세컨백, 브로치 등 기본 구성품이 누락됐을 때도 페널티 10%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리셀플랫폼이 자체적인 노력을 강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로 가품 판별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한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제조사가 아닌 이상 플랫폼의 자체 인력이 진·가품을 구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진·가품을 판정하는 것과 관련해 공인 자격 시스템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리셀 시장이 커지고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진·가품을 검수하는 기준도 더욱 세분화·구체화될 것"이라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논란도 많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