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옛 페이스북) 창업자가 '메타버스'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옛 페이스북) 창업자가 '메타버스'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SNS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거느린 세계적인 빅테크(big tech) 기업, 메타플랫폼이 최근 고난의 행군 중입니다. 사명을 바꾸고(페이스북→메타플랫폼) 수조원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을 정도로 메타버스(metaverse)에 주력했지만 주가는 신통치 않습니다. 올 들어 현재까지 메타플랫폼의 주가 하락률은 46.68%로 아마존(-15.76%) 마이크로소프트(-12.80%) 알파벳(구글, -16.08%), 애플(-5.44%) 등 다른 빅테크 기업보다 부진합니다.

광고사업 부진에 메타플랫폼(옛 페북) 주가 47% 급락

메타플랫폼의 부진 원인으론 여러 가지가 거론됩니다. 우선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 창업자가 미래 사업으로 점찍은 메타버스에 대한 의구심이 큽니다. 막 시작된 산업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입니다.

두번째는 중국의 짧은 동영상(숏폼) 중심 SNS '틱톡'의 성장입니다. 저커버그도 인스타그램의 짧은 동영상 '릴스'를 띄우며 대규모 투자로 대응하고 있지만 틱톡에 계속 밀리는 상황입니다. 요즘 페이스북을 쓰면 '아저씨' 소리를 듣는다고 하죠. 10대, 20대들은 빠르게 틱톡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주가 부진의 결정적인 원인으론 '광고사업의 위축'이 꼽힙니다. 메타플랫폼은 고객들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맞춤형 광고'를 띄우는 '타깃 광고'의 선두주자였습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쓰시는 분들, 예를 들어 스마트폰으로 신발에 대해 검색을 했는데, 페이스북 화면에 유명 브랜드의 신발 광고가 떠 있는 경험 많이 하셨을 겁니다. 메타플랫폼은 이같은 타깃광고의 정확성과 높은 효과(고객들이 클릭을 해서 물건 구매로 많이 연결된다는 것)를 앞세워 다른 SNS보다 훨씬 비싼 광고 수수료를 광고주로부터 받았다고 합니다.

애플의 광고정책 변경이 메타플랫폼에 '직격탄'

타깃 광고로 돈 잘 벌고 있던 메타플랫폼에 '직격탄'을 날린 건 애플입니다. 페이스북은 검색 정보 같이 고객의 취향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스마트폰을 통해 얻었습니다. 애플과 구글은 사실상 묵인하고 있었죠. 그런데 애플이 2019년께부터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외치더니 지난해 5월 메타플랫폼이 고객 정보를 사실상 가져가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메타플랫폼 등이 개인정보를 추적할 때 반도시 '동의'를 얻도록 한 겁니다.

메타플랫폼 매출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광고 매출은 크게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 326억달러를 찍은 뒤 1분기엔 270억달러, 2분기엔 281억달러로 줄었습니다. 2분기엔 광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하는 '역성장'을 기록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애플을 맹비난했지만 애플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애플과 메타플랫폼의 감정의 골은 깊어질대로 깊어진 상황입니다.

그런데 애플은 왜 '개인정보 보호'를 앞세워 메타플랫폼을 공격했을까요. 애플이 최근 쏟아내고 있는 광고처럼 진심으로 고객의 정보를 중요하게 생각했을 수 있겠죠.

다만 애플이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시행한 이후,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해 애플의 광고 실적은 238% 급증했습니다. 디지털 광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메타플랫폼이 휘청이면 광고주들은 대안을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업체가 애플, 구글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애플도 앱스토어, 뮤직 등을 통해 광고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홍보 매출 30% 떼어달라" 애플의 요구를 거절한 게 원인(?)

두번째 힌트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애플이 개인정보 보호 조치를 시행하기 1년 전 메타플랫폼과 '수익공유 협상'을 한 사실이 공개됐습니다. WSJ는 12일 "애플이 메타에 광고 매출 일부 공유를 요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애플은 당시 메타플랫폼에 "홍보게시물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페이스북은 일정 금액을 받고 홍보 게시물을 자주 노출해주고 있었습니다.

또 애플은 광고를 게재하지 않는 구독서비스 출시를 메타플랫폼에 요구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가 생기고 고객들이 결제하면, 애플이 '인앱결제' 정책에 따라 최대 30%의 수수료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WSJ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애플과 메타플랫폼은 매출 공유 방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계속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 '개인정보 보호 강화' 카드를 꺼내 메타플랫폼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저커버그는 애플에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메타버스' 등을 화두로 꺼내며 독자 생존을 모색했지만 현재까지는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앱스토어, 서비스를 장악한 애플의 힘은 이처럼 세계적인 빅테크 메타플랫폼을 궁지로 몰아넣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