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랩 창업한 조재필 교수, 글로벌 1% '소재 장인'
“독보적인 기술이라는 자부심이 있다면 정년이 보장된 교수라고 하더라도 창업가의 길로 가야죠.”

2차전지 소재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조재필 UNIST(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화학공학과 특훈교수(사진)는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 교수는 “올 하반기 에스엠랩을 코스닥시장에 상장해 조달한 자금으로 연간 전기차 3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극재 3만t 양산 설비를 갖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과학기술 정보 분석 서비스 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A)는 그를 ‘재료과학 분야 상위 1% 연구자’로 뽑았다. CA는 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예측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신진 연구자이자 지역대학 우수과학자이기도 하다. 작년 12월 2차전지 음극재인 흑연을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입자 크기의 실리콘으로 대체해 배터리 성능을 크게 개선하는 방법을 찾아내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실었다.

조 교수는 2017년 니켈 함량이 80% 이상인 ‘하이니켈 단결정 양극재 양산 원천기술’을 세계 최초로 확보했다. 기존에 주로 사용되던 리튬·인산·철(LFP) 양극재나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와 비교해 에너지 밀도는 높이고 생산 비용은 낮췄다. 이런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그는 2018년 7월 에스엠랩을 창업했다. 에스엠랩은 창업 직후부터 벤처캐피털(VC)의 주목을 받았다. 작년까지 누적 10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했다. 올 4분기부터는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과 실증 테스트도 앞두고 있다. 조 교수는 “고객사의 전기차 설계에 따라 다르지만 목표는 10분 내 완전 충전이 가능하면서 주행거리를 현재 양극재와 비교해 최소 50㎞ 이상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VC업계에서는 상장을 앞둔 에스엠랩의 기업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조 교수는 “2030년까지 세계 양극재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