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의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 '엔허투'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ADC를 개발 중인 신약벤처에 대한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는 메르사나 테라퓨틱스에 1억 달러(약 1308억원)를 지급하고 HER2 표적 ADC ‘XMT-2056’을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8일(미국 시간) 발표했다.

이번 거래로 GSK는 XMT-2056에 대한 공동개발 및 상용화에 대한 독점적 선택권을 갖게 됐다. GSK가 옵션을 행사할 시 메르사나 테라퓨틱스가 받게 되는 금액은 13억6000만 달러(1조 7795억원)다. ADC 단일 후보물질 관련 딜 중에선 최대 금액이 된다.

메르사나 테라퓨틱스는 올 연말 XMT-2056의 임상 1상을 유방암과 위암, 비소세포폐암 환자 등을 대상으로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동물모델을 이용한 전임상시험에서 XMT-2056는 HER2 발현량의 높고 낮음과 관계없이 항종양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시장 경쟁상황은 만만치 않다. 엔허투가 지난 6일(미국 시간) 임상 3상(DESTINY-Breast04) 결과를 근거로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도 쓰일 수 있도록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속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GSK는 이외에도 다발성 골수종을 적응증으로 하는 3개 이상의 ADC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ADC 확보에 발 벗고 나선 글로벌 제약사들

미국 머크(MSD) 또한 ADC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MSD는 키트루다 등 블록버스터 의약품 매출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2028년께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어 새로운 제품 및 후보물질이 절실한 상황이다. MSD는 지난 4일(미국 시간) 중국 생명공학기업 쓰촨켈룬 파마슈티컬과 ADC 개발협력 및 독점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 선급금은 3500만 달러이며, 쓰촨켈룬 파마슈티컬은 단계별기술료 및 사업화 단계에 따라 최대 9억100만 달러까지 MSD로부터 수령할 수 있다.

MSD는 앞서 쓰촨켈룬 파마슈티컬로부터 TROP2를 표적하는 SKB-264에 대해 중국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 대한 권리를 획득했다. SKB-264는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며 키트루다와 병용 투여하는 임상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MSD는 다양한 ADC 후보물질을 보유한 시에틀 제네틱스의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시장에 알려져 있지만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바는 없는 상태다.

스웨덴 제약사 스웨디시 오펀 바이오비트럼(SOBI)은 지난 달 ADC 테라퓨틱스와 ‘론카스툭시맙 테서린(제품명 질론타)’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했다.

론카스툭시맙 테서린은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R/R DLBCL)의 3차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ADC 치료제다. ‘킴리아(노바티스)’나 ‘예스카타(길리어드)’와 같은 CAR-T 치료제처럼 B세포에 있는 CD19을 표적하는 ADC다. CAR-T 요법을 받았는 데도 효과가 없는 경우에도 론카스툭시맙 테서린을 투약할 수 있다. DLBCL ADC 치료제로는 ADC 치료제 ‘폴리비’와 경쟁하고 있다.

SOBI는 선불로 5500만달러를 ADC 테라퓨틱스에 지불했으며, 유럽에서 허가를 받으면 추가로 50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단계별 기술료 및 사업화 이정표 모두 달성시 SOBI가 ADC 테라퓨틱스에 지급해야하는 최대 금액은 3억3000만 달러다.

지난 2월 릴리는 이뮤노젠과 최대 17억 달러 규모 ADC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릴리는 이뮤노젠의 캄토테신(camptothecin) 기술을 이용해 항암제 ADC 개발에 나선다. 캄토테신은 제1형 토포이소머라제(Type I topoisomerase)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다. 토포이소머라제는 유방암 등 고형암 치료제 후보물질에 흔히 쓰이는 표적이다.
GSK, 최대 1조8000억원으로 메르사나 테라퓨틱스 ADC 도입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