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창업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1000명에 가까운 ‘교수 최고경영자(CEO)’가 나왔다. 빨라진 기술 상용화 속도와 풍부한 시중 벤처투자 자금이 교수들을 연구실 밖으로 불러내고 있다. 성공한 학생 CEO가 대거 등장하고 있는 점도 교수들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9일 대학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대학교수(4년제 대학 기준)가 창업한 기업은 지난해 407개로 5년 전(184개) 대비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최근 3년 동안에는 987개 기업을 교수가 설립했다. 업종도 기존 바이오 분야 위주에서 인공지능(AI), 로봇, 반도체, 인지검사 등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인문·예체능 분야 교수 창업 사례도 적지 않다.

일부 교수의 창업 기업은 최근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장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의 데이터처리장치(DPU) 전문 스타트업 망고부스트와 천정희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의 암호기술 전문업체 크립토랩은 시드(설립 단계 투자)와 시리즈A(사업화 단계 투자)에서 각각 130억원과 21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통상 시드, 시리즈A 투자에 수억~수십억원의 자금이 들어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두 기업 모두 해당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수 창업은 세계적으로도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산업 공정과 유통·실생활이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본격화하면서 원천기술의 상용화 속도가 빨라지고 산학 협력이 긴밀해진 영향”으로 해석하고 있다. 교수 등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벤처캐피털(VC)이 생겨나는 등 창업 환경도 개선됐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