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어드사이언스가 새로운 기전으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 중인 신약벤처를 인수한다.

길리어드는 4일(미국 시간) 신약벤처 미로바이오를 현금 4억500만달러(약 5259억원)로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길리어드는 이번 계약으로 미로바이오의 자가면역질환 관련 표적을 발굴할 수 있는 플랫폼과 자가면역질환 후보물질 전체를 확보하게 됐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와 항암제, 간 질환 치료제 위주로 편성된 기존 사업에 자가면역질환 분야를 새롭게 추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로바이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2019년 분사 창업(스핀오프)한 신약벤처다. 지난달 8000만파운드(약 1262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받기도 했다.

개발 중인 후보물질 중 가장 속도가 빠른 건 'MB272'다. 'BTLA'(B 및 T 림프구 감쇠기) 효능제(Agonist)로 임상 1상에 최근 진입했다. 'CD28' 계열에 속하는 BTLA는 구조와 기능면에서 잘 알려진 면역관문인 'PD-1'이나 'CTLA-4'과 유사한 성질을 지녔다. BTLA는 대부분의 림프구에서 발견되며, 특히 면역세포인 B세포 및 T세포의 활성화와 증식을 저해해 면역억제를 유도한다. BTLA 효능제인 MB272는 B세포 및 T세포의 활성과 증식을 억제해 염증성 면역반응을 저해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이번주 임상 1상 첫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BTLA는 비교적 새로운 표적으로 손꼽힌다. 임상시험 정보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따르면 BTLA를 표적으로 진행되는 임상 연구는 MB272를 제외하고 5개에 불과하다. 주요 경쟁물질은 지난해 임상 2상에 진입한 일라이 릴리의 ‘LY3361237’다. 건선과 전신 홍반성 루프스병 환자를 대상으로 1상을 마친 데 이어 전신 홍반성 루프스병에 대해 2상을 진행하고 있다.

길리어드는 미로바이오를 인수함으로써 루프스 치료제 시장 진입에 좀 더 발빠르게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코헤런트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2022년 루프스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28억달러로 추정된다. 연평균 8.6%씩 성장해 2030년엔 54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는 루프스 외에도 길리어드가 보다 큰 그림으로 이번 인수를 결정했다고 보고 있다. 미로바이오는 수용체를 찾고 시각화해주는 기술인 ‘체크포인트 아틀라스’와 항체 발굴 플랫폼 ‘아이-리스토어(I-ReSToRE)’를 보유했다. 길리어드가 이를 활용해 기존 자가면역질환 후보물질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후보물질을 발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라비우스 마틴 길리어드 연구담당 수석부사장은 “미로바이오의 고유한 플랫폼 기술로 면역억제 수용체를 표적하는 동급 최고의 항체를 생산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