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투자가 망설여지는 이유 중 하나는 어렵다는 것이다. 용어부터가 생소하다. 하나의 용어를 이해하기 위해 여러 단어를 찾아봐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바이오 용어(꼬.꼬.바)’에서 낯선 제약·바이오 관련 용어를 알기 쉽게 풀어본다.[편집자주]
올릭스는 프랑스 떼아 오픈 이노베이션에 기술이전한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제 'OLX301A'의 미국 임상 1상 진입 성과 달성에 따라 1차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수령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7월 26일 기사)
큐라클은 난치성 혈관 치료제 및 항암제를 비롯한 신규 파이프라인(후보물질)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이원일 박사를 신약연구소장으로 영입했다고 2일 밝혔다. (8월 2일 기사)
어떤 단어들은 특정 산업 혹은 학술 분야에서 새로운 의미로 쓰입니다. 제약·바이오에서는 파이프라인(pipeline)이 그 중 하나입니다.

파이프라인은 본디 물 석유 가스 등이 흐르는 관로(管路)를 뜻합니다. 수도관 송유관 가스관 등입니다. 컴퓨터공학에서는 특정 단계의 데이터 출력이 다음 단계의 입력으로 이어지는 자료 처리 구조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파이프라인은 기업이 현재 승인받기 위해 개발 중인 의약품 자산을 일컫습니다. 신약이 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라는 뜻으로 신약후보물질이라고 합니다. 신약뿐 아니라 복제약이나 개량신약 등도 파이프라인에 포함되기 때문에 후보물질로도 부릅니다.

파이프라인의 가치는 개발 단계, 목표 질환의 시장 규모, 개발 성공 확률, 경쟁 약물의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산됩니다. 파이프라인의 가치는 기술거래 과정에서 명확하게 수치화돼죠.

신약개발 위험부담 낮추는 마일스톤

기술거래는 특정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파는 행위입니다. 바이오를 포함한 산업계에서 두루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기술에 대한 권리를 구입해 들여오는 행위는 기술도입, 영어로 라이선스 인(LI·License In)이라고 합니다. 기술의 권리를 파는 것은 기술이전, 라이선스 아웃(LO·License Out)이라고 하죠. 외국 기업에 판매하는 경우는 기술수출이라고도 합니다.

들여온 기술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고 원래 소유자에게 돌려주는 것은 기술반환입니다. 획득한 권리를 제3자에게 다시 판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재실시권, 서브라이선스(sublicense)를 주는 겁니다.

기술이전 계약은 바이오기업 투자자들이 특히 기대하는 소식 중 하나입니다. 개발 중인 약물의 가치를 인정받고 관련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술거래 계약의 대금 지불 조건은 좀 복잡합니다. 계약금 마일스톤 로열티 등의 용어가 나옵니다.

계약금은 계약이 성사됐을 때 지급하는 금액입니다. 선급금(upfront fee)이라고도 합니다. 계약금은 계약 이후 단기간 내에 받습니다. 통상 신약개발이 중단되거나 기술이 반환되더라도 계약 상대방에 돌려줄 의무가 없습니다.

바이오 기업의 기술이전 계약에서는 총액만큼이나 계약금의 비율도 중요하게 봅니다. 단기간 내 수령할 수 있고, 총액에서 계약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 그만큼 상대방이 파이프라인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서입니다.

마일스톤(milestone)의 사전적 의미는 목적지까지의 남은 길을 표기하는 바위입니다. 인생에서의 중요한 사건 혹은 시점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한글로는 이정표로 번역됩니다.

바이오 기술거래 계약에서는 사전에 합의한 각 개발단계의 목표를 달성했을 때 지급하는 금액을 마일스톤이라고 합니다. 단계별 기술료라고도 합니다. 신약개발은 실패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개발 단계에 따라 각각 대가를 나눠 지급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임상 1상 단계 파이프라인의 기술이전 계약에서는 임상 2상과 3상의 진입 및 종료, 품목허가 승인 등에 성공했을 때 마일스톤을 지급합니다. 마일스톤도 보통 반환 의무가 없습니다.

개발 과정상 후반에 책정된 마일스톤일수록 수령에 대한 불확실성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이오 기업들은 계약의 총 마일스톤 규모를 공개해도 각 단계별 조건 및 금액은 명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열티는 의약품이 승인받고 판매됐을 때 매출에 비례해 받는 금액입니다. 경상기술사용료라고도 합니다. 대부분 로열티는 계약 총액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향후 판매금액을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로열티 비율도 대부분 공개하지 않습니다.

파이프라인 기술거래 총 규모=계약금+마일스톤

통상적으로 기술거래 계약의 총 규모는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합한 금액을 일컫습니다. 올릭스의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올릭스는 2020년에 프랑스 떼아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당시 올릭스는 건성 황반변성치료제 파이프라인 ‘OLX301A’와 습성 황반변성 및 망막하섬유화증 치료제 파이프라인 ‘OLX301D’를 기술이전했습니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를 제외한 세계 모든 지역에서의 개발 및 판매에 대한 권리를 넘겼습니다.

두 물질에 대한 각각의 계약금은 72억원, 총 마일스톤은 2210억원입니다. 두 물질의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합한 금액은 4500억원대입니다. 당시 계약에는 떼아가 향후 올릭스의 새로운 안질환 파이프라인 2개를 같은 조건으로 구매할 수 있는 옵션(우선 계약권)도 포함됐습니다. 떼아가 옵션을 행사한다면 총 계약 규모는 9000억원에 달하게 됩니다.

이번 마일스톤 수령의 조건은 임상 1상 진입입니다. 임상 1상 진입에 따른 마일스톤 금액은 떼아의 요청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올릭스는 작년 매출인 37억원의 10분의 1 이상이라고 공시했습니다. 남은 마일스톤은 이후 단계별 목표 달성에 따라 나눠 받게 됩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