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달 궤도선(달의 인공위성) ‘다누리’ 발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6월 한국 최초 독자 발사체 ‘누리호’의 성공으로 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직후라 한국형 달 탐사선의 행보에 국민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달 궤도선은 누리호보다 훨씬 더 고난도 임무를 받았다. 누리호는 저궤도인 지구의 600~700㎞ 상공에 위성을 투입하는 임무를 수행했지만, 다누리는 지구에서 약 39만㎞ 떨어진 달 상공 100㎞ 원궤도에 안착해야 한다. 다누리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 40번 발사대에서 5일 오전 8시8분께(한국시간)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9’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하루 달 12회 공전하며 임무 수행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는 미국 안에서도 지구 적도와 가장 가까운 북위 28.29도, 서경 80.34도에 있다. 지구 자전 속도를 이용해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로 솟구치는 로켓 연료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곳이다. 2007년부터 스페이스X가 팰컨9 전용 발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5일 '우주여정' 떠나는 다누리…5개월간 10번 고비 넘겨야 달 도착
다누리 이동 궤적은 특이하다. 지구에서 출발해 태양 쪽으로 갔다가 다시 달 쪽으로 되돌아오며 거대한 리본형으로 움직인다. 이른바 ‘탄도형 달 전이방식(BLT)’이다. 이동 거리가 길지만 태양과 지구, 달 사이 중력을 최대한 이용해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비행할 수 있다. 비행 기간은 무려 4.5개월이다.

이번에 다누리를 BLT에 투입할 팰컨9은 올 1월 31일 처음 발사됐다. 이번이 여섯 번째 재활용인 시리즈 로켓이다. 지구 저궤도 투입 성능은 누리호(1.5t)의 15배인 22.8t이다. 이 밖에도 누리호는 불가능한 지구 정지천이궤도(정지궤도에 이르는 중간단계 궤도)에 8300㎏, 화성 전이궤도(낮은 고도의 1궤도에서 높은 고도의 2궤도로 올리기 위한 중간궤도)에 4020㎏ 탑재체 투입 능력을 갖춘 고성능 액체 로켓이다. 다누리 분리 시점은 발사 후 40분23초, 거리는 지구로부터 1655㎞ 지점이다. BLT에 진입하는 시점은 발사 후 44분53초다. 발사 후 첫 교신 시점은 60분, 두 번째 교신은 24시간 후다. 이후에도 달 본궤도까지 최대 아홉 번의 고비(궤적 수정 기동)를 넘겨야 한다.

다누리가 임무를 수행할 달 본궤도는 달 상공 100㎞에서 극지방을 지나는 원궤도다. 다누리는 하루에 달을 12회 공전하며 달 착륙선 착륙 후보지 탐색, 자기장 및 방사선 등 달 주변 환경 연구, 우주 인터넷 기술 검증 등 임무를 수행한다. 임무 수행 기간은 내년 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약 1년간이다. 달 궤도 진입은 오는 12월 중순, 임무 궤도 진입은 12월 말~내년 초로 예상된다.

○SK브로드밴드 초대형 안테나로 교신

다누리와 교신하는 국내 메인 지상국은 경기 여주위성센터에 SK브로드밴드가 건설한 초대형 심우주지상안테나다. 지구와 달의 거리는 약 38만4400㎞다. 이렇게 먼 거리(심우주) 간 통신은 신호 감도가 떨어져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초대형 안테나가 필수적이다. 여주 안테나는 직경 35m에 높이 43m, 중량 710t에 이른다. 국내 안테나 가운데 단연 최대 규모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호주 캔버라에서 운영하는 심우주안테나가 이 메인 안테나를 지원(백업)한다. 스페인 마드리드, 미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심우주안테나와도 교신한다. NASA가 운영하는 심우주통신망(DSN)을 구성하는 안테나다. 항우연은 올 5월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와 함께 심우주통신 호환 시험을 마쳤다. 다누리 발사로 한국이 DSN에 데뷔하는 셈이다. 명령 전송과 상태정보 수신, 탑재체 데이터 수신 등이 이들 4개 안테나 간 네트워크에서 이뤄진다.

여주 안테나 지상 운영 시스템은 한컴인스페이스, 쎄트렉아이, 솔탑, 비욘디솔루션, 케이씨이아이 등이 제작했다. 케이씨이아이는 비행항법 하드웨어를 개발했다. 쎄트렉아이는 비행항법 소프트웨어를, 한컴인스페이스는 운영시스템 통합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항우연 관계자는 “다누리가 달 궤도에 도착해 임무를 수행하는 내내 NASA와 심우주통신망 운영 관련 상호 협력을 지속할 예정”이라며 “다누리 임무수행 종료 후에도 NASA, 유럽우주국(ESA)과 우주탐사 협력을 위한 확장이 가능하도록 안테나를 설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