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민의 기대 수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상위권이며,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 역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보건의료 인력은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었다.보건복지부는 이달 초 발표된 ‘OECD 보건통계 2022’를 토대로 국내 보건의료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년으로 OECD 국가 평균인 80.5년보다 3년 길었다. 이는 10년 전보다 3.3년 증가한 것이다. 기대수명은 해당 연도에 태어난 사람이 앞으로 살 것으로 기대되는 연수다.국민 1인당 의사에게 외래진료를 받은 횟수는 연간 14.7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았다. OECD 평균(5.9회)의 2.5배다. 의료장비 보유 및 이용도 평균보다 앞섰다. 인구 100만 명당 컴퓨터단층촬영(CT) 보유는 40.6대로 OECD 평균인 29.1대보다 많았으며, CT 이용량 역시 250건으로 평균(147.1건)을 웃돌았다.의료수요 대비 의료진 수는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국내 임상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2.4명)에 이어 두 번째로 적었고 평균(3.7명)에도 못 미쳤다. 전문의 중 봉직의의 소득은 연간 19만5463달러, 개원의는 연간 30만3000달러로 모두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이 되는 과체중 및 비만 인구 비율(37.8%)은 OECD 국가 중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 자살 사망률은 2019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25.4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어떻게 하면 암세포만 골라서 정밀하게 공격할 수 있을까요. 오래전부터 제약바이오업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왔습니다. 표적항암제와 CAR-T 치료제, 항체약물접합체(ADC) 등이 과학자들과 제약사가 지금까지 찾아낸 답이죠. 하지만 완벽한 해결책은 아닙니다.표적항암제는 내성 문제가 있고, CAR-T 치료제는 흔히 백혈병이라고 부르는 혈액암 중 일부에만 듣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 표적항암제와 ADC 모두 암의 일부 돌연변이를 추적하는 특성이 있어 해당 돌연변이가 없거나 적은 환자는 쓸 수 없는 약점이 있습니다.최근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팀은 대장균을 조종해 항암제를 암세포에 전달한 시험 결과를 공개해 주목받았습니다. 미생물을 새로운 약물전달체로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지요.대장균이 다른 곳이 아니라 암세포로 갈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대장균은 산소가 적은 환경을 좋아하는 혐기성 미생물입니다. 암세포가 자라나는 곳은 빠른 성장 때문에 산소 소모가 크고, 혈관이 엉망으로 발달해 있어 산소가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대장균이 좋아하는 혐기성 환경이 암세포가 있는 곳에서 만들어지는 셈이지요. 대장균은 섬모를 움직여 원하는 환경을 향해 스스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연구팀은 이 대장균에 자성 물질을 붙였습니다. 외부에서 자기장을 형성해 대장균이 암세포로 향하도록 조종한 것입니다.연구팀은 이 대장균에 자성물질 외에도 리포솜으로 감싼 항암제를 단단히 붙였습니다. 이 리포솜은 암세포 주변의 낮은 산도(pH)에 의해 녹아 열리게 됩니다. 외부에서 근적외선을 쪼여 리포솜이 하나도 빠짐없이 항암제를 분비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죠. 대장균의 목적지를 외부에서 입력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배달’하고자 하는 항암제를 원하는 시점에 꺼낼 수도 있으니 로봇이라고 봐도 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어드밴스’ 7월 15일자에 실렸습니다.약점도 있습니다. 대장균은 기본적으로 독성이 있어 패혈증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 실험은 동물이나 사람에게 한 것이 아닙니다. 3차원으로 암조직을 본떠 만든 유사체에서 이뤄졌습니다.미생물 같은 단세포 생물이나 세포를 이용한 마이크로로봇 연구는 국내는 물론 독일 스위스 캐나다 등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고용량 비타민 B6를 섭취하면 불안과 우울감을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영국 레딩대 연구진은 18~58세 성인 478명을 대상으로 비타민B6의 우울감 개선 효과를 확인해 지난 19일 국제학술지 ‘인간 정신약리학’에 발표했다.연구진은 참가자에게 고용량 비타민B6·B12 또는 위약을 무작위 배정했다. 참가자 중 265명은 불안감을 겪고 있었고, 146명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임상 참가자들은 한 달간 하루에 한 번 음식과 함께 약물을 복용했다. 비타민B6·B12를 배정받은 참가자는 하루 권장량의 약 50배에 달하는 고용량 비타민을 섭취했다.비타민B12를 복용한 참가자는 시험기간에 위약에 비해 뚜렷한 효과를 나타내지 못했지만, 비타민B6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우울감을 개선하는 효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뇌의 신경세포(뉴런) 간에 신호를 전달하는 가바의 생산에 비타민B6가 관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가바가 부족하면 우울증 불안감 불면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한 달간 약물을 복용한 참가자들의 가바 수치를 조사했더니 비타민B6를 복용한 참가자에게서 가바가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연구진은 고용량 비타민B6 섭취가 가바 작용제로 알려진 알프라졸람을 복용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밝혔다. 알프라졸람은 불안장애 우울증 공황장애 등에 처방되는 약물로, 뇌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에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장기간 투약하면 약물 의존성이 생길 수 있는 단점이 있다.연구를 주도한 데이비드 필드 레딩대 교수는 “비타민B6는 뇌의 충동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고, 이는 불안감과 우울감을 낮춰주는 데도 효과를 보인다”고 했다. 이어 “비타민B6 정제와 함께 비타민B6가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비타민B6는 참치 연어 달걀 고구마 시금치 당근 바나나 등에 많다.과도한 양의 비타민B6를 장기간 복용하면 손발이 저리고 입 주위 감각 상실 등의 신경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비타민B6의 하루 권장량은 1.4~1.5㎎이다. 전문가들은 하루 100㎎ 이상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