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중간 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가 ‘바이오 컨트롤타워’를 신설한다. 백신, 혈액제제,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서 바이오 신약 개발 부문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4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K케미칼,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SK디스커버리 내에 ‘바이오위원회’(가칭)를 두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위원회는 SK디스커버리 산하 계열사들의 바이오 컨트롤타워가 돼 계열사 간 사업 시너지를 높여가는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 사장들이 멤버로 참여하며 각사 이사회 의사결정을 지원할 계획이다.제약·바이오는 최종현 SK선대회장 때인 1980년대부터 SK그룹이 직접 일궈낸 사업이다. SK케미칼은 1999년 국산 1호 합성신약인 항암제 선플라워를 개발하는 등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신약 개발을 주도해왔다. 2000년대 초부터는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사진)이 SK케미칼을 중심으로 한 제약·바이오 계열사들을 챙겨왔다. 2017년 말 SK디스커버리가 출범하면서 사실상 최 부회장의 독자경영 체제를 갖췄다.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그룹 지주사 SK㈜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 사업과는 별개로 움직이고 있다.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바이오 3총사’의 몸값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극적으로 몸집이 커진 회사는 SK바이오사이언스다. 2019년 1832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지난해 9290억원으로 뛰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맡은 게 배경이었다. 올 들어서는 국산 1호 코로나19백신까지 개발했고 유럽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또 8조원 시장 규모인 폐렴구균백신(GBP410)을 개발 중이다. 화이자, 모더나 백신과 같은 mRNA 백신 개발에도 도전장을 냈다.바이오 컨트롤타워 신설을 계기로 SK플라즈마 상장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SK플라즈마는 기존 혈액제제 사업에 그치지 않고 신약 개발 쪽으로 사업영역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전문기업인 티움바이오와도 협업하고 있다. 세포유전자치료제 신약 벤처인 큐로셀에는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SK 관계자는 “SK㈜와 SK디스커버리 산하의 바이오 사업은 각개전투가 아니라 ‘따로 또 같이’ 전략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HLB생명과학은 중국 항서제약이 진행한 표적항암제 파이로티닙의 유방암 1차 치료 임상 3상 결과, 1차 유효성지표가 충족됐다고 4일 밝혔다. 국내 판권을 보유한 HLB생명과학의 파이프라인(후보물질) 확장 가능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항서제약은 파이로티닙과 트라스트주맙, 도세탁셀 병용요법으로 'HER2' 양성 환자 590명을 대상으로 3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1차 유효성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파이로티닙은 중국에서 2020년 유방암 2차 치료제로 허가됐다. 항서제약은 3상 전체 결과를 향후 암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HLB생명과학은 2020년 9월 항서제약과 파이로티닙 국내 독점 권리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12월 비소세포폐암(NSCLC) 임상 3상을 승인받아 진행 중이다. 지난달 29일에는 유방암 3차 치료제 3상 가교 임상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가교 임상은 해외에서 판매허가를 받은 약물에 대해 인종적 차이에 다른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자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상이다.파이로티닙이 유방암 1차 치료제로 승인될 경우, 추가적인 3상 가교 임상 가능성도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한용해 HLB생명과학 대표는 "올해 신약허가 신청을 추진 중인 리보세라닙에 이어 파이로티닙의 임상 3상이 연이어 가시화되며 HLB그룹의 신약 파이프라인과 기업가치가 강화되고 있다"며 "파이로티닙은 폐암과 유방암을 비롯해 다양한 적응증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는 표적항암제인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병용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블라인드 인터뷰증권사 리서치센터 주관한 제약사 NDR 흥행 ‘참패’담당 애널리스트 “증시 전체 분위기 따른 것”“한달 전 쯤부터 ‘제약·바이오 부활’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던데, 아직은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다.”1년 반 동안 내리막만 타다가 반등 조짐을 보였던 제약·바이오 업종이 지난달 중순부터 박스권에 갇혀 있다. 하반기 학회 이벤트를 앞두고 급등하는 개별 종목이 나오지만 온기가 업종 전체로 퍼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아직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토로가 나온다. 직전 고점 돌파하고도 못 뻗어나간 업종지수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KRX헬스케어지수는 3066.85로 마감됐다. 지난달 한 달 동안 8.13% 오른 뒤, 이달 들어 0.82% 하락했다.이 지수는 지난 6월23일 2723.45로 저점을 찍은 뒤 2주 남짓 기간동안 상승탄력을 받아 7월 11일(3065.68)에는 직전 고점인 5월30일의 3060.32를 넘어섰다. 2020년말 고점을 찍은 뒤 하락하면서 반등이 나와도 직전 고점을 돌파하지 못하고 꺾이기를 반복하던 모습에서는 벗어났다.하지만 직전 고점을 돌파한 뒤에는 상승탄력이 떨어지며 120일 이동평균선과 아직 돌파하지 못한 올해 4월29일의 고점(3136.71) 사이의 박스권에 갇혀 있다.상승 동력이 될 만한 호재가 없는 것도 아니다.우선 하반기 주요 학회 이벤트를 앞둔 바이오 종목의 경우 급등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오는 6~9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세계폐암학회(IASLC)에서 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지난달 30.48% 상승한 뒤, 이달 들어서도 전일까지 3거래일만에 13.27% 치솟았다.전일에는 메드팩토가 미국암연구학회(AACR)의 췌장암 특별 컨퍼런스에서 항암 신약 후보물질 백토서팁의 병용 임상 중간 데이터를 포스터로 발표할 수 있도록 채택됐다는 소식에 하루만에 15.23% 급등했다.하지만 과거처럼 개별 종목의 호재가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를 자극하지는 못하고 있다.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와 함께 IASLC에 참가하는 유한양행의 경우 이달 들어 오히려 주가가 2.60% 하락했다. “NDR서 미팅 일정 못 채울 정도로 기관 관심 저조”제약·바이오 업종 전반에 온기가 퍼지지 못하는 배경에 대해 한 상장 바이오기업 IR담당 임원 A씨는 “아직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그는 “최근 한 증권사가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제약·바이오기업의 투자설명회(NDR)를 열었는데, 참가한 기업들 중 상당수가 하루 동안 5번 정도 할 수 있는 1대1 미팅 일정을 다 채우지 못했다”고 전했다.A씨는 “대형 운용사의 경우 제약·바이오 업종을 전담하는 매니저가 있지만, 중소형 운용사의 경우 여러 업종을 한 사람이 맡는다”며 “아직까지 제약·바이오 업종이 다른 업종에 비해 관심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당시 행사에 참여해 미팅 일정을 채우지 못한 기업들 중에는 종근당과 부광약품과 같은 유명 제약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들은 최근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아파도 약은 사 먹어야 한다'는 논리로 '경기 방어주'로 꼽히며 3주 전까지의 업종 상승세를 주도한 바 있다. 행사를 주선한 애널리스트 B씨는 행사가 흥행하지 못했다는 걸 인정했다. 다만 제약사들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굽히지 않았다.B씨는 "행사의 흥행이 부진했던 건 올해 주식 시장이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이지, 기관 투자가들이 제약업종을 특별히 부정적으로 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제약사의 경우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어 주가 전망도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실제 최근 제약사들은 잇따라 호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매출 규모 상위 제약사 중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의 영업이익은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컨센서스를 각각 10.75%, 25.1%, 16.86% 웃돌았다.📂 “CEO가 연구자 출신이면 주가가 별로다?” feat. A씨▶A씨: 지금처럼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는 최고경영자(CEO)가 비즈니스맨 출신인 바이오회사의 주가가 연구자 출신인 창업자가 경영하는 회사보다 더 좋은 흐름을 보여.▷기자: 신약 후보물질에 대해서 정확하게 설명해줘서 연구자 출신 창업자가 더 믿음이 가던데.▶A씨: IR 행사에 가면 투자자들이 원하는 이야기보다는 후보물질을 설명하는 데 너무 치우치는 경향이 있어. 결국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거지. 사실 투자자들은 후보물질이 경쟁 약물 대비 얼마나 좋은지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인하면 됐지, 후보물질의 생물학적·화학적 특성까지 공부하려는 게 아니잖아.▷기자: 의사 출신 창업자가 경영하는 바이오기업 중 성공한 곳도 많지 않나?▶A씨: 고객이라고도 할 수 있는 환자를 상대해온 의사와 실험실에서 연구에 매진한 연구자는 달라. 연구자 출신이라도 시장에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대응하면 되는데, 헬릭스미스의 사례를 봐도 김선영 대표는 투자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하는 것 같아.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