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앤드존슨·MSD "보스턴은 신약개발 트렌드 모이는 곳"
존슨앤드존슨은 지난해 글로벌 제약·헬스케어 회사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938억달러)을 기록했다. 미국 머크(MSD)는 자체 개발한 면역항암 신약 ‘키트루다’가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172억달러)을 낸 항암제에 올랐다. 존슨앤드존슨과 MSD 모두 아쉬울 게 없어 보이는 글로벌 제약사지만, 미국 보스턴에선 얘기가 다르다. 최신 연구개발(R&D)과 신약 개발 트렌드 정보가 모이는 보스턴의 바이오 생태계 내에선 수많은 구성원 중 하나일 뿐이다. 뉴저지 본사에서 불과 3시간 거리인 보스턴에 굳이 별도 조직을 둔 것도 이런 바이오 생태계에 ‘합승’하기 위해서다.

리자베스 리베일 MSD 보스턴·유럽 지역 사업개발 및 라이선싱(BD&L) 헤드(부사장·오른쪽)와 홍 신 존슨앤드존슨 보스턴 오픈이노베이션센터 선임 디렉터(왼쪽)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스턴에 왜 거점이 있어야 하는가’를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모두 ‘녹아들다(embed)’라는 단어를 여러 번 썼다.

리베일 부사장은 “보스턴 생태계에 완전히 녹아들기 위해 거점을 뒀다”고 말했다. 그의 업무는 보스턴 지역에서 유망한 기술을 갖춘 협력 대상을 발굴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예 생태계의 일원이 되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그는 “보스턴에서는 글로벌 신약 개발 트렌드에 대한 정보를 한발 앞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부 트렌드 등 정보만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리베일 부사장은 이 지역 바이오텍과 글로벌 제약사 등의 모임인 매스바이오(MassBio)의 이사를 맡아 유망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 중인 바이오텍에 조언도 해준다. 신생 바이오텍은 신약 개발 경험이 풍부한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개발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고, MSD 등 글로벌 제약사는 이들 바이오텍과 협력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윈윈’하는 구조다. 리베일 부사장은 “바이오텍에 중요한 이슈인 자금 유치에 대해서도 조언해준다”고 했다.

홍 신 선임 디렉터는 “보스턴에 있는 유수 연구기관, 유망 바이오텍과 지속적으로 활발하게 교류하려면 이곳 생태계에 녹아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혁신은 결코 고립된 공간에서 나올 수 없다”며 “대형 병원과 벤처캐피털(VC), 바이오텍 등이 모여 있는 보스턴 같은 곳에서 혁신이 가능하다”고 했다. 존슨앤드존슨의 제약사업 자회사인 얀센이 빠르게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의대 수련병원인 베스이스라엘디코니스병원(BIDMC)과 꾸준히 협력해 온 덕분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보스턴=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