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Rn’ 저해제 시장의 선두주자인 아젠엑스(아겐스 SE ADR)가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피하주사(SC) 제형의 ‘비브가르트’(성분명 에프가티지모드) 품목허가(BLA)를 신청한다. 적응증은 전신성 중증근무력증(gMG)이다.

아젠엑스는 28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아젠엑스는 지난해 정맥주사(IV) 제형의 비브가르트로 FDA의 허가를 따내며 ‘세계 최초의 FcRn 저해제’를 탄생시켰다. 이번에 SC제형으로 FDA의 벽을 넘는다면 아젠엑스는 투여 편의성까지 확보하게 된다.

올 3분기 유럽 승인도 기대

우리 몸에는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는 항체가 크게 2가지 있다. 이 중 ‘AChR’ 항체가 85%를 차지한다. 나머지 중 8%는 ‘MuSK’ 항체다. 로슈의 블록버스터(연 매출 1조원 이상 의약품)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리툭산’은 MuSK에만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FcRn 항체는 AChR 항체를 억제할 수 있다.

AChR 항체가 유발하는 질환 중 하나가 gMG다. gMG는 ‘면역글로불린G(IgG)’가 신경과 근육 간 신호전달을 방해해 근육 약화를 유발하는 희귀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심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중증근무력증(MG) 환자의 약 85%가 24개월 이내에 gMG로 진행된다는 게 아젠엑스의 설명이다. 비브가르트는 IgG의 수용체인 FcRn을 차단하는 기전의 신약이다.

비브가르트는 앞서 IV제형으로 먼저 개발돼 미국과 일본에서 각각 작년 12월과 올 1월 gMG 치료제로 승인됐다. 여기에 더해 SC제형 임상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하며 확장 계획에 탄력이 붙게 됐다.

아젠엑스는 지난 5월 SC제형의 비브가르트가 IV제형 대비 통계적 비열등성을 입증해 1차 지표를 충족했다는 임상 3상 주요결과(톱라인)를 발표했다. SC제형은 IV제형 대비 입원비 및 의료진 인건비 제외로 치료비 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체 중증근무력증 치료제 시장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회사는 추산하고 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비브가르트(IV)의 2분기 매출도 공개됐다. 올 2분기 비브가르트는 총 7500만달러(약 97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분기 2100만달러(약 273억원)에서 크게 늘었다.

아젠엑스는 비브가르트 IV제형의 허가 신청도 이어가고 있다. 올 3분기에는 유럽에서 승인될 것으로 예상 중이다. 지난달 비브가르트는 gMG 치료제로 유럽 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의 승인 권고를 받았다. 유럽 집행위원회(EC)는 CHMP의 의견을 참고해, 권고 이후 약 60일 이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승인될 경우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리히텐슈타인 등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판매가 가능해진다.

협력사를 통해 중국과 이스라엘에도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중국에서는 자이랩이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에 비브가르트의 BLA를 제출했다. NMPA는 현재 이를 접수하고 심사에 돌입한 상태다.

아젠엑스는 연말까지 비브가르트의 자가면역질환 적응증을 10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FcRn 저해제 분야에서 선두자리를 공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한올바이오파마, 짧은 투약시간이 강점

아젠엑스가 비브가르트의 존재감을 키워가는 게 다른 FcRn 저해제 개발사들에게 호재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인 만큼 선두주자가 인지도를 높여 놓으면 후발주자들이 시장에 비교적 쉽게 안착할 수 있다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한올바이오파마가 SC제형의 FcRn 저해제인 ‘HL161’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협력사인 이뮤노반트를 통해 중증근무력증으로 지난 6월 임상 3상을 시작했다. 2024년 주요결과(톱라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HL161은 IV제형의 비브가르트 대비 투약 편의성에서 강점이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만약 내년 SC제형의 비브가르트가 FDA의 허가를 받으면 HL161은 SC제형에서도 후발주자가 된다. 하지만 투약 시간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의견이 있다.

엄민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비브가르트의 SC버전은 항체량이 1000mg으로 피하주사 투약 시 30초 내외가 필요하다”며 “HL161은 개발 초기부터 항체의 용량을 최소화하고 피하주사에 적합한 항체를 선택해 10초 이내 투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