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 아밀로이드베타(Aβ)라는 나쁜 단백질이 쌓여 알츠하이머 치매가 생긴다.’

수십 년간 치매 치료제 개발에 폭넓게 활용된 ‘Aβ 가설’이다. 이를 뒷받침하던 주요 연구 중 하나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 일각에선 이 가설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β를 활용해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에도 불똥이 튀었다. 하지만 전체 Aβ 가설이 잘못됐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2006년 네이처에 발표된 미국 미네소타대의 알츠하이머 연구 결과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논문은 알츠하이머 쥐 모델에서 ‘Aβ*56’ 단백질을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연구진은 “건강한 쥐에게 Aβ*56을 주입했더니 인지 기능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 논문은 미국 바이오회사 카사바사이언스가 개발하던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기반이 됐다. 매슈 슈래그 미국 밴더빌트대 교수는 이 회사를 조사하다가 해당 논문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이언스는 6개월에 걸친 분석 끝에 “논문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알츠하이머는 치매 원인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속에 아밀로이드 덩어리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1906년이다. 1985년 이 물질이 Aβ가 뭉쳐진 덩어리로 밝혀졌다. 존 하디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교수 등은 1992년 ‘Aβ가 치매의 유력한 주범’이라고 발표했고, 이를 토대로 Aβ 가설이 세워졌다.

이번에 논란이 된 미네소타대 연구는 Aβ 가설을 활용한 신약 개발 연구에 불을 지폈다. 2006년 발간된 뒤 16년간 알츠하이머 치료제 연구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됐다.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젠은 지난해 Aβ를 없애주는 방식의 첫 치매 치료제인 아두카누맙 시판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효과가 작고 부작용이 커 환자 치료에 폭넓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국내외 제약사들의 치매 신약 개발 속도가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Aβ가설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수십 종에 이르는 Aβ단백질 가운데 한 유형의 연구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모든 Aβ 연구를 부정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정지현 얼머스인베스트먼트 이사는 “최근 연구결과에서는 Aβ1-42가 알츠하이머병과 밀접하다고 밝혀졌다”며 “대부분의 관련 연구는 문제가 된 논문 주제인 Aβ*56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지현/최지원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