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관리에도 '애자일' 가속화
단기목표 세워 짧은 주기 체크
'지속적 성과관리제' 도입 늘어
기업의 인사관리(HR)가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화와 함께 기민성을 강조하는 ‘애자일(agile)’ 원칙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때의 기민성은 고객의 니즈에 빠르게 대응하는 속도라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오늘날 기업의 생존 전략은 고객에게 지속해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혁신을 거듭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의 비밀(The Age of Agile)》의 저자 스티븐 데닝은 설명한다.
그렇다면 얼마나 빨라야 할까? 다이앤 거슨 전 IBM 최고인사책임자(CHRO)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타이어를 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고도성장 전략을 설명하는 저서 《블리츠 스케일링》에서 링크트인 창업자 리드 호프먼은 한술 더 떠 “절벽에서 몸을 던져 떨어지는 동안 비행기를 조립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의 기민성과 유연성이 요구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더욱 빨라진 디지털 전환 속에서 요구되는 HR 혁신의 모습을 두 개의 키워드로 요약한다면, 지속적인 피드백과 구성원 경험을 꼽을 수 있다. 지속해서 적시에 피드백을 주고받아 고객에게 계속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제품과 서비스를 혁신하고, 이런 혁신의 주체인 구성원을 내부 고객으로 대우한다. 즉 구성원을 관리 대상이 아니라 지원 대상으로 본다.
IBM 기업가치연구소가 발표한 HR 3.0의 핵심 역시 이런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HR 3.0 여정의 가속화’라는 보고서에서 “HR 3.0에서 기업의 부서는 애자일 컨설팅 조직으로 전환한다”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은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다른 부서를 통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한다. 또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의 일하는 방식인 애자일 원칙을 조직 전체에 적용하고 있다. HR은 이런 정보의 교류와 학습이 전사적으로 원활히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고객의 니즈와 즉각적인 피드백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토대가 조직 내에서 지속적인 피드백이 자유롭게 흐를 수 있는 문화다.
수시로 피드백을 주고받고, 빠른 변화에 유연하고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단기(주로 분기) 목표를 수립해 더 짧은 주기로 체크인(목표 달성에 대한 진척도 확인)하는 ‘지속적인 성과관리(CPM)’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CPM을 운영하면서 어도비는 자발적 이직이 30% 줄었고, IBM은 직원 몰입도가 크게 향상됐다.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 파타고니아도 분기별 목표 수립과 체크인을 한 결과, 업무에 대한 기대치가 분명해지고 피드백의 품질이 향상됐다고 자체 평가했다.
‘직원 경험’ 역시 고객 경험처럼 지속해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HR 3.0의 핵심 중 하나다. 우선 직원의 목소리(VOE)를 경청하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상시로 운영해야 한다. 기업의 제도와 문화, HR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일종의 순고객추천지수(Net Promoter Score·NPS)를 조사 추적하고, 펄스 체크 등을 통해 구성원의 기분과 컨디션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등의 방법이 고안되고 있다. 이 밖에 정기적인 직원 몰입도 조사, 퇴직자 면접 등을 통해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사내외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구성원의 불만을 확인해야 한다.
오늘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농업 스타트업 그린랩스를 소개하려 합니다. (위 사진은 그린랩스의 식물공장 사진입니다. 뒤에 자세히 소개할게요.)그린랩스는 농업 데이터 플랫폼인 ‘팜모닝’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0년 7월 출시한 팜모닝은 국내 농가의 절반 이상이 쓰고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팜모닝 인기에 힘입어 최근 농산물 유통 시장에서 맹활약 중인 회사죠.그린랩스는 요즘 잘나간다는 스타트업이 대부분 강남역 인근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과 달리 송파구 문정동에 있습니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과 가까워서 그럴까 싶었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하더군요.회사 주소는 '송파구 정의로 8길 9 AJ비전타워'이고, 이 건물 3~6층과 8~10층을 쓰고 있습니다. 건물 11개 층 가운데 7개 층을 쓰고 있는 건데요. 올해 직원들이 크게 불어나 사무실을 확대했다고 하네요.이곳은 3층 라운지입니다. 휴식 공간이자 각종 행사, 나눔, 회의 등을 하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제가 갔을 때 이렇게 직원들이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거나 대화하고 있더군요. 한쪽에는 농민들을 위해 제작한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이 휴게 공간에는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도 마련돼 있습니다. 아래 사진들을 보시죠.위 사진은 풀무원이 하는 '출출박스'라는 것인데요. 간식이 필요한 직원들이 쓸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린랩스는 직원들을 위한 간식비를 제공하고 있고, 커피 머신, 차, 음료 등은 무한으로 마실 수 있다고 합니다.출출박스는 스마트폰을 통해 이렇게 이용 가능하다고 하네요.가끔 '농산물 나눔'도 이곳에서 이뤄진다고 합니다. (그린랩스 직원들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데 늦으면 못 먹는다고 하네요 ^^)농가 방문 뒤에 다양한 농산물을 직원들과 함께 나눈다고 합니다. 건물 반대편으로 가면 이런 회의 공간들이 나옵니다.회의실들은 자동으로 이용자, 이용 시간 등이 태블릿PC로 안내되고 있더군요.(아래 사진) '그린랩스에서 일하는 방법'이라는 문구도 적혀 있습니다.이제 직원들이 일하는 공간으로 옮겨가 볼까요?아래 이곳이 사무실 입구입니다.사무실에 들어서면 이런 게 보입니다. 그린랩스 로고가 위에 조그마하게 적혀 있네요.오른쪽에 있는 이 책장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사내 도서관입니다. '그린책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하네요. 테크 분야 전문 도서 및 자기계발서 등 구성원들의 희망 도서를 무제한으로 지원한다고 합니다.그린랩스 사무실은 전반적으로 흰색과 초록색 톤을 주로 사용하여 깔끔하고 깨끗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직원들이 일하는 공간은 이렇게 생겼고요. 컴퓨터를 새로 지급하고 있어서 군데군데 박스들이 보인다고 하네요.그린랩스 직원은 작년 말 기준으로 260명가량이었는데 현재는 500명 수준이라고 합니다. 국내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채용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회사가 아닐까 싶네요. 그만큼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겠죠.신입 직원들은 이런 '웰컴키트'도 받는다고 하네요.이곳은 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전화 부스입니다. 조용히 개인 전화를 하고 싶을 때 이용하면 좋을 거 같네요.사무실 안에도 별도 휴게 공간이 있습니다.이렇게 안마의자와 소파 등이 마련돼 있고요.여성들을 위해서는 별도의 여성 휴게실도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죠.여성 휴게실에는 이렇게 잠을 잘 수 있는 공간까지 있더군요.(그런데 남성들은 왜 이런 공간이 없는 거죠? ㅎㅎ)사무실과 휴게 공간 구경은 여기까지 마치고, 좀 더 특별한 곳으로 안내하려 합니다. 아마도 이 공간은 스타트업 중에는 그린랩스만 갖고 있는 시설이 아닐까 싶은데요. 바로 식물공장, 팜모닝 체험관입니다. 맨 위에 올렸던 사진도 이 식물공장 모습이었습니다.체험관 입구는 이렇게 생겼습니다.안으로 들어가면 회사 소개와 다양한 농사 관련 설명들이 적혀 있는 입간판들이 보입니다.회사 연혁도 이렇게 붙어 있네요.아래 이곳들은 일종의 스마트팜인데요. 식물은 모형입니다.한쪽에서는 농사 관련 제품들을 이렇게 전시해 놓고 있었습니다.아래 이곳은 식물공장입니다. 다양한 농작물을 실험하는 공간이라고 합니다.푸릇푸릇하니 좋죠?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식물공장이라고 합니다. 최적의 광원, 넓은 범위의 온도 등 환경제어가 가능한 기술력을 적용해 다양한 작물 재배가 가능하다고 합니다.어떠신가요? 역시 ‘애그리테크(agri-tech)' 스타트업답게 그린랩스는 농사와 관련된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게 눈에 띄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린랩스는 어떤 회사?2017년 5월 설립된 그린랩스는 5년 만에 국내 최대 데이터 농업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회사입니다.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인류의 먹는 것을 혁신한다’는 비전으로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돕고 있습니다.그린랩스는 농민들에게 다양한 정보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팜모닝 외에 농민과 기업 간 장터인 ‘신선하이’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린랩스 매출이 주로 이곳을 통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린랩스가 농민의 작물을 직접 매입해 바이어(매입자)와 연결해주는 게 특징입니다. 이렇게 하면 농민들의 유통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고,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인 만큼 그린랩스의 수익도 크게 늘 수 있겠죠.앞서 몇 차례 얘기했듯 그린랩스는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팜모닝을 처음 출시한 게 2020년 7월이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3년 만에 회사가 이렇게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고, 올해는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하네요. 사실상 이미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됐다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그린랩스는 글로벌 사업도 추진 중입니다. 이미 중국, 베트남 등에는 스마트팜 등 일부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일본에서도 곧 팜모닝 같은 서비스를 내놓는다고 하네요. 안동현 그린랩스 대표는 “팜모닝을 ‘농민의 구글’로 키울 것”이라며 “전 세계 20억 농민이 쓰는 앱 서비스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습니다.그린랩스는 대규모 투자도 받았습니다. 올 초에는 SK스퀘어를 비롯해 다양한 투자기관으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마쳤습니다. 누적 투자액은 2400억원입니다.직원들은 8~11시 사이에 출근이 가능한 자율 출퇴근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재택근무도 가능하고, 거점 오피스(여의도, 을지로, 강남)에서 일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올해만 300명가량이 입사했다고 하니 스타트업의 인재 ‘블랙홀’로 떠오르는 회사가 아닐까 합니다.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