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 조기진단 FDA 혁신기기 지정
혈액으로 알츠하이머를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로슈의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 조기진단 의료기기인 ‘일렉시스 아밀로이드 플라스마 패널(Elecsys Amyloid Plasma Panel)’을 혁신기기(breakthrough device)로 지정했다. 혈액 기반으로는 처음이다. 로슈는 FDA의 혁신기기 지정으로 승인 절차가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DA는 지난 5월 미국의 의료기기 업체 후지레비오 다이고노스틱스가 개발한 체외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 기기인 ‘루미펄스’를 승인했다. 알츠하이머의 체외 진단기기로는 최초의 사례다. 루미펄스는 뇌척수액을 통해 진단하는 기기로, 혈액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로슈의 일렉시스 아밀로이드 플라스마 패널은 혈액 검체에서 인산화된 ‘p타우-181(pTau-181)’과 ‘아포지단백E4(ApoE4)’의 양을 측정한다. p타우의 양이 많은 경우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포지단백E4 역시 알츠하이머의 발병에 가장 핵심적인 위험 요소로 알려져 있다.

로슈는 두 가지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를 통해 뇌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이나 뇌척수액 검사를 받아야 하는 환자를 선별해낸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진단기기를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임상 정보나 추가 검사 결과와 함께 활용되는 하나의 도구”라며 “PET처럼 환자에게 부담이 되는 검사를 하기 전 사전 점검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알츠하이머 환자는 로슈의 기기를 통해 더 빠르게 진단을 받을 수 있다. 알츠하이머가 아닌 사람은 불필요한 추가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뇌척수액 검사는 침습적이고, PET은 매우 비싸, 이 과정을 줄여주는 것 역시 조기진단의 큰 역할이란 것이다.

토마스 쉬네커 로슈 진단 대표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삶을 바꾸는 열쇠는 가능한 빨리 진단하고 올바른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진단기기는 환자의 진단 과정을 간소화하고 진단 속도와 접근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계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는 5500만명 이상이다.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이 있는 4명 중 3명은 진단받지 않고 있으며, 진단을 받은 사람은 증상이 나타난 이후 평균 2.8년 후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피플바이오가 혈액 기반의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피플바이오는 최근 전국 대학병원 종합병원 병의원 등에서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피플바이오의 조기 진단기기는 혈액 내 아밀로이드베타 올리고머화(응집화) 정도를 측정해 진단한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