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사들이 양자암호통신 사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양자암호통신이란 양자역학 원리를 활용해 도청 등 제3자의 정보 탈취 시도를 무력화하는 차세대 보안 기술이다.

"해독불가 암호로 도청 봉쇄"…양자통신 선점 나선 이통사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양자암호 전용회선 서비스를 출시한 KT는 최근 공공 분야와 단체,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기업 간 거래(B2B) 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KT의 양자암호 전용회선은 양자키분배장비(QKD) 방식으로 통신을 암호화한 게 특징이다. QKD는 망 중간에 제3자가 암호키 탈취를 시도하면 정보가 변형되는 방식으로 현존하는 가장 안전한 보안 기술로 평가받는다. 기존 KT 전용회선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양자암호통신을 필요한 구간에 적용할 수 있다.

백승택 KT 데이터 인프라 DX사업담당은 “KT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확보한 양자암호통신 관련 국제 표준을 바탕으로 공공, 국방, 금융 등 분야에 강력한 보안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지속적인 서비스 개발로 세계 양자암호통신 분야를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도 1일 QKD 방식의 기업용 양자암호 전용회선을 출시했다. 이 업체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총 800㎞ 규모의 국가 기간통신망에 양자암호 기술을 적용하는 데 성공하는 등 기술력을 입증했다. 향후 국가 기관뿐만 아니라 공공·금융기관, 대용량 데이터 송수신이 필요한 기업 등을 대상으로 양자암호 전용회선 서비스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양자내성암호(PQC)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PQC는 초고속 계산이 가능한 양자컴퓨터로도 쉽게 풀리지 않는 수학 알고리즘을 활용해 암호 해독에 걸리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게 핵심이다. LG유플러스는 2020년 6월 세계 최초로 PQC 기술을 적용한 광전송장비를 개발한 데 이어 지난 4월 PQC 전용회선을 선보였다.

양자암호통신 서비스는 국내 양자기술로는 처음으로 상용화에 성공한 분야다. 통신사들이 수년 전부터 일제히 양자암호통신 사업에 뛰어든 건 아직 걸음마 단계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방대한 양의 계산을 매우 빠른 속도로 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 산업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면서 이를 뒷받침할 양자암호통신 산업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2019년 5억700만달러였던 세계 양자정보통신 시장은 2030년 650억달러로 연평균 56% 성장할 전망이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