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최신 우주망원경을 통해 지구에서 115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에서 수증기 형태의 물을 확인했다. 지구에서 7600광년 거리인 곳에서 태양보다 더 큰 별들의 탄생과 소멸 과정도 포착했다.

NASA는 1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에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하 웹 망원경)을 통해 찍은 고해상도 우주 사진과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웹 망원경이 찍은 은하단 ‘SMACS 0723’을 공개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웹 망원경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 등 14개국이 함께 개발해 지난해 도입한 망원경이다. 파장이 긴 적외선을 통해 지구에서 약 150만㎞ 떨어진 곳에서 관측한다. 기존 허블 망원경은 지구 밖 600㎞ 궤도를 돌며 가시광선 영역을 관측했다.

NASA는 웹 망원경으로 지구에서 115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WASP-96 b)에서 수증기 형태의 물을 확인했다. 웹 망원경은 WASP-96 b와 이 행성의 대기가 별 앞을 지나갈 때 발생하는 현상을 발견했고, 이 행성 대기에 수증기가 존재하고 있음을 관측했다. 2014년 발견된 WASP-96 b는 봉황자리에 위치한 거대 가스 행성으로, 질량은 목성의 절반 정도다. 노벨상 수상자인 존 매더 NASA 선임 과학자는 “사진을 보면 볼수록 은하 어딘가에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NASA는 별들의 요람으로 알려진 용골자리 성운에 있는 ‘우주 절벽’과 아기별들의 사진도 공개했다. 지구에서 7600광년 떨어져 있는 용골자리 성운은 밤하늘에서 가장 크고 밝은 성운 중 하나다. 태양보다 몇 배나 더 큰 대형 별의 산실로 알려져 있다.


NASA는 웹 망원경을 통해 2억9000만 광년 밖 페가수스자리에 있는 5개 은하인 ‘스테판의 5중주’도 찍었다. 별의 탄생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것으로 웹 망원경이 포착한 이미지 중 가장 크다. 1억5000만 화소 파일 1000개를 하나로 합쳤다. 촬영한 전체 이미지는 달 지름의 5분의 1 정도다.

웹 망원경은 죽어가는 별들이 있는 ‘남쪽고리 성운’도 포착했다. 남쪽고리 성운은 태양에서 2500광년 떨어진 곳에서 태양과 비슷한 질량을 가진 별의 소멸 단계를 볼 수 있는 우주 공간이다. NASA는 앞으로 웹 망원경이 별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소상히 밝혀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성철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은 “웹 망원경은 그동안 우주 연구에서 접근하기 어려웠던 중간 크기의 블랙홀과 우주 팽창 속도 분야에서 새로운 데이터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김진원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