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과 KT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합병에 나선 것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개별 업체의 투자만으로는 기대만큼의 수요를 끌어오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에선 통합 OTT를 KT의 통신 서비스와 연계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세 불리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티빙+시즌, 이용자 560만명…OTT 판 흔든다

양사 채널·서비스 총동원

12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시즌 합병은 티빙이 시즌의 서비스를 플랫폼 내에 품고, KT는 티빙 앱을 KT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선탑재)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티빙은 이용자가 직접 앱을 내려받아 설치해야 하는 구조였다. SK텔레콤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된 웨이브를 쉽게 따라잡지 못한 배경이다. 이달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KT에 신규 가입·번호이동·기기 변경을 통해 새로 유입된 이용자는 약 42만 명이다. KT 스마트폰이 티빙을 선탑재하면 이들 모두 잠재적 이용자가 될 수 있다.

콘텐츠 투자와 마케팅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CJ ENM과 KT가 줄어든 마케팅 예산을 지식재산권(IP)·콘텐츠 확보에 돌릴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재원을 합쳐 텐트폴(대작)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를 만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티빙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티빙은 매출 1315억원에 영업손실 2077억원을 냈다. 광고선전비는 전년 대비 27배나 뛴 181억원이었다. 후발주자로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재원을 대거 투입했던 KT스튜디오지니 역시 콘텐츠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 OTT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손을 잡으면 OTT 콘텐츠 원소스멀티유즈(OSMU)에 KT의 TV 채널 ENA, 인터넷TV(IPTV) 올레tv, CJ ENM의 TV 채널 tvN 등을 총동원할 수 있다”며 “이런 가치사슬 구조로 콘텐츠 투자비 회수(리쿱)가 쉬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분 혈맹’ 구축에도 속도

14일 KT스튜디오지니 이사회에는 티빙 최대주주(지분율 67.6%)인 CJ ENM이 최대 1000억원 규모로 KT스튜디오지니 지분을 인수하는 안건도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말 CJ ENM이 KT스튜디오지니에 약 1000억원을 투자해 콘텐츠 개발·제작·유통·활용 등을 함께한다고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 협업은 계획만 나왔을 뿐 실제 투자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시즌 기업 가치를 얼마로 볼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 영향이다.

앞서 KT는 시즌의 가치를 약 1조원대로 추산했다. 반면 시장에서 보는 가치는 이보다 낮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시즌 앱은 지난달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157만 명이다. MAU가 약 402만 명으로 이용자가 2.5배가량 많은 티빙은 지난 2월 2500억원 규모 외부 투자를 이끌어내면서 약 2조원의 가치 평가를 받았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기업 가치 산정은 티빙과 시즌 간 합병 비율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기업 가치에 대해 눈높이를 맞췄다면 남은 논의는 상대적으로 순조롭게 풀릴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