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토젠 "혈액으로 폐암·유방암 항암제 효과 예측"
“똑같은 암이라도 개인에게 꼭 맞는 항암제를 선택해 ‘맞춤형 정밀치료’를 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습니다.”(최대출 엔젠바이오 대표)

“완치 후 혹시 암이 재발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진단해 제때 약을 처방하면 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백인성 싸이토젠 최고재무책임자)

12일 서울 한강로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KBIC 2022)’의 진단 세션에서 관련 업계는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 시대를 구현하기 위한 신기술을 앞다퉈 선보였다. 극초기 암을 80% 이상의 정확도로 진단할 뿐 아니라 항암제의 효과와 예후까지 예측하는 기술도 소개됐다.

“혈액으로 항암제 효과 예측”

싸이토젠은 액체생검 검체 중 분리 난도가 높은 순환종양세포(CTC)를 기반으로 폐암·유방암 동반진단 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액체생검은 혈액, 침 등을 통해 질병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법이다. 가던트헬스 등 글로벌 액체생검 기업들은 대부분 암세포에서 떨어져 나온 순환종양DNA(ctDNA)를 검체로 사용한다. 반면 싸이토젠은 암 조직에서 떨어져 나온 CTC를 활용한다.

백인성 최고재무책임자(CFO)는 “CTC는 ctDNA보다 순도가 높고 원발암(최초 발생암)의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며 “혈액 안의 CTC를 손상 없이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새끼 손톱만 한 구멍이 50만 개 이상 뚫려 있는 고밀도 미세다공(HDM) 칩을 통해 세포가 서로 겹치지 않도록 하고, 살아있는 채로 분리한다.

이를 통해 비소세포폐암, 유방암을 대상으로 동반진단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동반진단은 환자에게 항암제를 투여하기 전에 이 약이 환자에게 잘 들을지를 확인하는 검사다. 싸이토젠은 연내 미국 실험실표준인증 실험실(클리아랩)을 인수해 미국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극초기 간암도 80% 이상 잡아내”

레피다인은 극초기 간암까지 잡아내는 조기진단 서비스 ‘메틸리버DX’를 앞세웠다. 경쟁사보다 10배 적은 혈액(1~2mL)으로 암 발생 직전 단계부터 진단 가능하다. 자체 발굴한 네 개의 메틸화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를 활용했다. 조기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예비임상을 진행한 결과 민감도(양성 판별률)는 86%, 특이도(음성 판별률)는 92%였다. 권혁성 레피다인 연구소장은 “기존 바이오마커보다 정확도가 높다”며 “내년 싱가포르에서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발 가능성 등 예후 예측도 진단업계의 주요 관심사였다. 젠큐릭스는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항암화학치료 필요 여부를 선별하는 검사법을 개발했다. 박현욱 젠큐릭스 부사장은 “주력 사업은 암 환자의 바이오마커를 분석해 항암 치료가 불필요한 환자를 선별하는 예후진단 분야”라고 밝혔다.

노보믹스는 세계 최초로 위암 환자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진단 시스템을 개발했다. 2·3기 암 환자에게 한정됐던 예후진단 기술을 1·4기 암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차세대유전체분석(NGS) 업체들도 ‘암 정복’ 청사진을 내놨다. 국내 NGS 시장 점유율 1위인 엔젠바이오는 클라우드 기반의 암 돌연변이 유전자 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국내 병원에 공급할 계획이다. 테라젠바이오는 지난 10년간 쌓은 유전체 분석 사업을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선아/이주현/박인혁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