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한강로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바이오 기업 90여 곳이 참여해 사업 계획과 투자 정보 등을 공유했다. 김병언 기자
11일 서울 한강로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바이오 기업 90여 곳이 참여해 사업 계획과 투자 정보 등을 공유했다. 김병언 기자
국내 주요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들이 11일 ‘2022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KBIC 2022)’에 총출동했다. 이들이 제시한 공통 화두는 ‘글로벌’이었다. 종근당 등 화학의약품 개발에 집중하던 전통 제약사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의 청사진을 내놨다. 올 하반기 국내 바이오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이 기술 이전 계획을 발표하는 등 업계의 새로운 전략이 공개됐다.

신약 개발 청사진 내놓은 종근당

종근당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엔 이를 위한 유전자 치료제 연구실을 가톨릭대 옴니버스파크에 열었다. 오춘경 최고기술책임자(CTO·부사장)는 “연구 인력 채용은 마무리됐으며 실험실 등 관련 환경을 준비하고 있다”며 “종근당에서도 신약 개발에 대한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신약 플랫폼을 다양한 질환군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오 부사장은 “‘HDAC6’ 플랫폼을 신경계 질환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으로도 확대할 것”이라며 “많은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주목받고 있어 내년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 이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종근당은 HDAC6 플랫폼이 신경계 유전질환인 샤르코마르투스 등에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이중항체 후보물질인 ‘CKD-702’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국내 임상 1상 시험을 하고 있다. 대사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인 ‘CKD-508’은 영국에서 이상지질혈증 치료를 위한 임상 1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오 부사장은 “몇 주 안에 고지혈증 관련 주요 키 데이터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아이셀, 9월 NK세포 치료제 임상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이병건 회장과 장명호 사장이 함께 메인 세션에 참여해 1시간가량 사업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회장은 “유한양행에 기술 이전한 알레르기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GI-301)은 글로벌 판권 이전을 위한 다양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내년께 글로벌 제약사에 추가 기술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2019년 중국 심시어에 9000억원 규모 기술 이전에 성공한 지아이이노베이션의 GI-101은 이중융합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이다. 세계 면역관문억제제 시장 규모는 239억달러에 달한다. GI-101은 이들로 치료되지 않은 암 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다. 글로벌 제약사의 러브콜이 잇따르는 이유다.

이 회장은 “올해 10월 GI-101과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 병용 임상시험을 위한 미국 환자 투여를 시작할 것”이라며 “다음달 중국에서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고 내년 글로벌 기술수출을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관계사인 지아이셀은 세포 치료제 분야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2월 세계 처음으로 NK세포치료제 200L 배양에 성공한 지아이셀은 연말에 이를 500L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장 사장은 “오는 9월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에서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NK세포 치료제 임상시험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툴젠·앱클론·큐로셀 CAR-T 국산화 도전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세포 치료제의 국산화 계획도 내놨다. 이병화 툴젠 대표는 “호주 바이오업체인 카세릭스에 기술 수출한 CAR-T세포 치료제는 이르면 연내 미국 임상 1상에 진입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임상 결과에 따라 10여 건의 추가 기술이전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건수 큐로셀 대표는 “내년 3월 상업화 이후를 대비한 CAR-T세포 치료제 생산 설비를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5월 임상 1·2상 시험에 진입한 앱클론도 CAR-T세포 치료제 치료 질환군을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로리보핵산(miRNA) 표적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오케스트라의 류진협 대표도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글로벌 ‘톱티어’ 기업 한 곳과 기술이전 계약 논의가 막바지 단계”라며 “다른 해외 제약사 세 곳과는 검증시험(FSA)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지현/이주현/박인혁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