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현 퀀텀인사이트 대표. 그는 "시야를 확 넓혀서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그랜드챌린지'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황성현 퀀텀인사이트 대표. 그는 "시야를 확 넓혀서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그랜드챌린지'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10년 이내에 10억 명 이상의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는 뭘까."

황성현 퀀텀인사이트 대표(TEU 커미티 코프레지던트)는 혁신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했다. "구글과 넷플릭스 같은 기업들이 이런 큰 규모의 고민을 했던 곳들"이라며 "시야를 확 넓혀서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그랜드챌린지'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만 명 아닌 10억 명의 문제 찾아야"
황 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래를 바꿀 혁신가에게 필요한 첫 번째 역량으로 '넓은 시야'를 꼽았다. 그는 "내가 아는 것, 내가 본 것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더 큰 미래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며 "국내 문제에 한정하면 몇십만 명, 많아야 몇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치지만 전 세계로 시야를 넓히면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황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시니어 HR 비즈니스 파트너로 일한 인사 전문가다. 야후코리아의 인사본부장, 구글코리아 인사팀장, 카카오 인사총괄 부사장 등을 역임했고, 40여 개 스타트업에 인사 부문 자문을 했다. 그런 그가 본격적으로 스타트업계 혁신 인재를 키우는 일에 팔 걷고 나섰다. 비영리 사단법인 타이드인스티튜트의 TEU(Tide Envision University)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황 대표는 혁신을 꿈꾼다고 말하는 많은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이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에만 천착하는 게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는 "한국 학생들한테 당면한 가장 큰 문제가 뭐냐고 물어보면 취업 문제, 황사 문제 같은 걸 얘기한다"며 "물론 이 문제들도 중요하지만 우주 쓰레기, 아프리카 기아, 기후변화 등 더 크고 전 세계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업적으로 엄청난 먹거리가 되는 데 한국 인재들이 중요한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게 황 대표 얘기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싱귤래리티대 같은 프로그램을 한국에 만든다면 세상을 바꿀 어렴풋한 아이디어가 있는데 어떻게 구현해낼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와 함께 기획한 TEU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와 구글 등이 후원하는 실리콘밸리의 ‘싱귤래리티대’를 벤치마킹한 10주짜리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사회문제를 풀기 위한 특강과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창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팀 프로젝트, 멘토링, 데모데이 등이 진행된다.
TEU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모습.
TEU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모습.
황 대표는 "TEU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식량 부족과 기후 문제 등 인류가 당면한 큰 이슈들"이라며 "10년 안에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혁신학교"라고 강조했다.
글로벌회사 환상 대신…실력 키워라
TEU는 특강도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각 첨단기술 영역에서 이론과 경험을 겸비한 혁신가들과 함께 하는 토론식으로 진행한다. 황 대표는 "자신의 비전을 주변에 전파하고 설득하는 역량을 키우는 과정"이라며 "다른 사람들과 아이디어와 에너지, 지식을 나눌 수 있는 열린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로그램 후반부엔 비슷한 문제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팀을 이뤄 실제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가야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 '싱귤래리티대'를 벤치마킹한 TEU의 커리큘럼
미국 실리콘밸리 '싱귤래리티대'를 벤치마킹한 TEU의 커리큘럼
정규과정이 진행되는 기간은 10주. 정원은 50명이다. 참여자 학력이나 경력, 나이는 상관 없다. 지금까지 정규 4기 과정 등을 통해 120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TEU 5기는 7월 16일부터 9월 17일까지 진행된다. 황 대표는 "꾸준히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지금도 TEU 5기생을 모집하고 있다"며 "미친 아이디어를 실현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대상"이라고 했다. 그는 "성공한 스타트업 대표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 타게팅하는 유저들의 삶을 바꾸겠다고 나섰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글로벌 기업인 구글에서 HR을 담당했던 황 대표는 "한국 청년들에게 글로벌 회사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은데, 오히려 큰 회사에서 작은 역할만 하다 보면 크게 배울만한 게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 회사에 들어가겠다고 인터뷰 잘하는 기술만 연습하는 경우도 많은데, 내가 어떤 한 영역에 전문가로 이름이 나면 회사 쪽에서 찾아온다"고 했다.

그는 창업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작은 기술, 테크닉을 얻는 데만 너무 목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큰 문제를 찾아 해결하겠다고 나서면 기술과 돈은 모여든다"는 것이다.

"당장 '나는 왜 이 기술적인 부분을 모를까' 하고 열등감을 갖기 보다는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고민을 했으면 합니다. 큰 시야를 가지고 넓게 보면 미래를 바꿀 기회를 찾을 수 있습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