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스트리듐 디피실균
클로스트리듐 디피실균
세계 최초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신약 허가를 기대하고 있는 세레스 테라퓨틱스가 자사주 매각을 통한 실탄 확보에 나섰다.

세레스 테라퓨틱스는 1억 달러(약 1298억원) 규모 다이렉트 오퍼링(Direct offering)을 진행한다고 30일(미국 시간) 발표했다.

다이렉트 오퍼링이란 증권사를 끼지 않고 회사가 직접 자사주를 제3자에게 매각해 현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3174만6030주를 주당 3.15달러로 매각해 약 1억 달러를 조달한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30일 장중 3.08달러까지 하락했던 주가는 다시 상승해 3.43달러로 장을 마쳤다. 이번 딜에는 재너스 엔더슨 인베스터스, 네슬레 헬스사이언스 등 기존 및 신규 주주들이 참여했다.

세레스 테라퓨틱스는 신약 허가에 가장 인접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업체로 꼽힌다. 지난달 7일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SER-109’의 사용승인(BLA)을 신청했다. FDA 승인을 받으면 SER-109는 허가당국의 승인을 얻은 세계 첫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된다. SER-109는 재발성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 감염증(CDI·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 치료제다.

업계는 세레스 테라퓨틱스가 차기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과 연구개발을 위해 1억 달러 규모 실탄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다.
자사주 매각으로 1억 달러 실탄 확보하는 세레스 테라퓨틱스…주가 부진 덫 벗어날까 [이우상의 글로벌워치]
1년 사이 주가 –85% 하락한 세레즈 테라퓨틱스

세레스 테라퓨틱스의 주가는 BLA를 신청 소식이 전해진 6월 7일 4.16달러까지 오른 뒤(전일 대비 28.8% 상승) 일주일만인 14일 2.7달러까지 하락했다. 최근 미국 증시 바이오장의 약세를 감안하더라도 세레스 테라퓨틱스의 주가 약세는 심상치 않다. 불과 1년 전(2021년 7월 1일) 이 회사의 주가는 22.6달러였다. 1년 사이 84.8% 하락한 셈이다.

제약바이오업계는 SER-109의 불확실한 시장성과 '똘똘한' 후속 후보물질의 부재에서 주가 부진의 원인을 찾고 있다.

먼저 SER-109. FDA로부터 신약허가를 받더라도 생산 관련 문제가 사업화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세레스 테라퓨틱스의 SER-109는 분변은행에서 받은 건강한 사람의 분면을 이용해서 만든다”며 “이 때문에 신약허가를 받는다 해도 대량생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같은 적응증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베단타 바이오사이언스는 분변이 아닌 박테리아 균총으로 신약을 개발 중이다. 경쟁사 대비 대량 생산에서 밀릴 수 있다는 얘기다.

CDI 치료를 위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이전 같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표준치료법이 바뀌면서 재발률이 줄어들고 있다. 이전까지는 항생제 반코마이신을 처방했으나, 미국 감염병 학회(IDSA)는 CDI 치료에 피닥소마이신을 사용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변경했다. 처방시 CDI가 재발하지 않고 치료되는 비율이 반코마이신은 65%, 피닥소마이신은 75%로 알려졌다. 피닥소마이신이 CDI 재발률을 낮출 수 있는 만큼 SER-109의 시장성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CDI 치료를 겨냥한 새로운 항생제 개발도 SER-109 시장성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어큐렉스 파마슈티컬즈(Acurx Pharmaceuticals)의 항생제 후보물질 이베자폴스타트(ibezapolstat)는 임상 2a상에서 재발성 CDI 환자에 대한 100%의 치료율을 보였다. 어큐렉스 파마슈티컬즈는 올 하반기 중 임상 2b상의 환자 등록을 마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밝힌대로 SER-109의 뒤를 이을 후속 후보물질 또한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SER-109 다음으로 연구개발(R&D) 속도가 빠른 후보물질이었던 SER-287은 궤양성 대장염 환자 대상 임상2b상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 그 결과, 세레스 테라퓨틱스는 지난해 7월 개발 프로그램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세레스 테라퓨틱스는 새롭게 설계해 배양한 미생물균총 기반의 SER-301로 재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