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에 본격 확산…네이버·라인·야놀자 등 도입
'풀 리모트' 근무 업스테이지 등 스타트업서도 활발
퇴근하는 즉시 휴가 시작…IT업계서 퍼지는 '워케이션'
30대 회사원 A씨는 경기도 용인의 한 정보기술(IT) 스타트업 직원이다.

그런데 A씨는 매일 용인 사무실로 출근하는 대신 부산 해운대 바다가 보이는 리조트에서 노트북을 열고 일을 시작한다.

휴가 중에 예상치 못하게 잠깐 일을 붙잡게 된 것이 아니다.

이미 A씨가 이곳에서 일한 지는 몇 달이 넘었다.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병행하는 '워케이션'(Workation) 중이기 때문이다.

26일 IT업계에 따르면 워케이션은 산과 해변 등 국내외 휴가지에서 머물면서 일과 시간에는 업무를 하다가, 퇴근 후와 주말에는 휴식을 즐기는 식으로 장기 체류와 관광을 혼합한 형태의 근무 방식이다.

워케이션은 2015년 미국과 유럽에서 처음 시작됐다.

화상회의와 협업 툴 등 기술의 발달로 원격근무 기반이 조성되면서 근로자에게 일할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한 기업이 속속 나타났다.

2017년 7월 일본항공(JAL)이 워케이션을 시행한 뒤에는 국내에도 IT기업을 중심으로 하나둘 이 방식을 도입하는 회사들이 늘어났다.

워케이션은 특히 2020년 이후 국내에서 확산세를 가속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재택근무가 익숙해지며 근로자는 물론 기업도 이를 효과적인 업무수행 방식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퇴근하는 즉시 휴가 시작…IT업계서 퍼지는 '워케이션'
한국관광공사는 2020∼2021년 구글·네이버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2020년 워케이션의 소셜네트워크 버즈량(언급량)은 전년 대비 200% 늘었다"며 지속적인 트렌드의 성장을 예측했다.

또 여가 플랫폼 기업 여기어때가 올해 4월 자사 앱 이용자 350명에게 워케이션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90.9%는 이를 경험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이미 워케이션을 도입한 IT 기업들은 참여자들의 호응을 얻어 점차 적용 범위를 늘려나가고 있다.

퇴근하는 즉시 휴가 시작…IT업계서 퍼지는 '워케이션'
네이버 관계사 라인플러스는 지난해 7월부터 사실상의 워케이션인 '라인 하이브리드 워크 1.0'을 도입했다.

직원을 국내의 원하는 장소에서 원격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라인플러스는 이달 말까지 1년간 시행한 이 제도에 임직원이 순조롭게 적응했다고 보고, 다음 달부터는 한국과의 시차가 4시간 이내인 해외(일본, 대만, 사이판, 호주 등)에서도 일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숙박 플랫폼 기업인 야놀자는 지난해 10월 일주일간 임직원들을 강원도 평창에서 머물도록 지원하는 워케이션 기간을 도입했다.

올해 5월에는 강원 동해와 전남 여수에서 2주간의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추가 진행하는 등 이 제도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 IT기업인 네이버도 다음 달부터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워케이션을 시행한다.

신청 직원 중 매주 10명을 추첨해 강원 춘천과 일본 도쿄의 자사 건물에서 최대 4박 5일간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퇴근하는 즉시 휴가 시작…IT업계서 퍼지는 '워케이션'
스타트업들은 일찌감치 워케이션을 도입해 직원들의 일과 휴식을 함께 지원하고 있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2020년 10월 창업 이래 100% 원격근무인 '풀 리모트'(Full-Remote)'를 골자로 한 근무제를 운용하고 있다.

풀 리모트는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가장 편한 방식으로 모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워케이션 기간을 따로 정할 필요 없이 원하는 장소로 떠나 일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업스테이지는 강조했다.

실제로 이 회사의 김성훈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은 수도권은 물론 부산과 울산, 제주 등 다양한 지역에서 근무 중이다.

90여명의 임직원 중 약 10%는 미국(본토·하와이), 일본, 홍콩 등에서 일하고 있다.

업스테이지의 한 개발자는 "개발을 하는 입장에서는 자유롭게 일하다 영감이 나왔을 때 집중 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데, 내가 원하는 곳에서 일하다 보니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퇴근하는 즉시 휴가 시작…IT업계서 퍼지는 '워케이션'
세금신고·환급 도움 서비스 '삼쩜삼'을 운영하는 택스테크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는 이번 달부터 전 직원이 순차적으로 워케이션에 돌입했다.

종합소득세 정기 신고 기간인 5월에 격무에 시달린 직원들이 6∼8월 중 한 달을 골라 자유롭게 워케이션을 떠날 수 있게 했다.

지난해 이 제도를 처음 도입했을 때는 6월 한 달 중에 3주만 허용했다가 기간을 늘린 것이다.

다만 워케이션은 회사와 근로자 양측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입하면 업무 효율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근로자의 근태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고, 직원 간 대면 소통이 줄어들며 위기 상황 시 대응이 늦어질 수도 있다"면서 "단번에 시행하기보다는 시스템과 규칙을 만들어나가면서 적응하는 것이 기업과 직원 서로를 위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퇴근하는 즉시 휴가 시작…IT업계서 퍼지는 '워케이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