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스트리아 비엔나 IAEA 회의장에서 만난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마크 포이 영국 원자력규제청(ONR) 청장. 원안위 제공
24일 오스트리아 비엔나 IAEA 회의장에서 만난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마크 포이 영국 원자력규제청(ONR) 청장. 원안위 제공
국내 최상위 원자력 규제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유국희·차관)가 고효율 차세대 녹색에너지원인 소형모듈원전(SMR)의 국제 표준 정립에 처음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때문에 고사한 원전 산업을 되살리겠다며 적극적 행보를 이어가는 상황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원안위는 유국희 위원장이 SMR 안전기준을 국제 표준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3~24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원자력 조화 및 표준화 회의(NHSI)'에 참석했다고 25일 밝혔다.

원안위 관계자는 "증가하는 SMR 수요에 대응해 SMR 안전 확보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엔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 미국 영국 캐나다 등 각국 원자력 규제기관 대표 등과 함께 기업, 국제기구 및 협회 60여 곳이 참석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요 증가와 기후변화 위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SM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SMR의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규제기관 및 기업들의 적극적 참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위원장은 한국의 원전 경쟁력을 내세우면서 앞으로 SMR 관련 국제 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캐나다, 영국과 각각 양자회의를 갖고 SMR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세 국가 모두 SMR 개발을 세계에서 선도하고 있는 곳이다.

가장 빠르게 SMR을 상용화하고 있는 미국 기업 뉴스케일파워는 지난달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등이 뉴스케일파워와 협력하고 있다. 유 위원장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다니엘 도만 사무처장을 만나 크리스토퍼 한슨 NRC 위원장에게 보내는 협력 서한을 전달했다. 이 서한엔 SMR 개발 분야 협력 확대, 상호 인력교류 추진 제안 등이 담겼다.

유 위원장은 캐나다 원자력규제위원회(CNSC) 루미나 벨쉬 위원장과 '원안위와 CNSC간 SMR 정례회의'를 새로 만들기로 합의했다. 캐나다는 현대엔지니어링이 동부 온타리오주, 서부 앨버타주에 각각 비경수로형 4세대 SMR인 고온가스로(HTR), 소듐고속냉각로(SFR)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온타리오주에 들어설 HTR은 청정수소인 그린수소 생산이 가능한 전기출력 10MW급 마이크로모듈원자로(MMR)다.

영국 원자력규제청(ONR) 마크 포이 청장과는 양 기관 간 'SMR 규제협력 기반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연내 맺기로 했다. 영국 롤스로이스는 2035년까지 SMR 10여기를 건설해 4만여 개 일자리와 520억파운드(약 83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지난해 밝혔다.

유 위원장은 "SMR 안전을 위한 규제체계 마련은 개별 국가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정보 교환과 협력이 중요하다"며 "SMR 수요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