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윤 파마코렉스 대표. / 사진=최혁 기자
차병윤 파마코렉스 대표. / 사진=최혁 기자
"기존 항암제 중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후보 약물이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세웠어요. 암 환자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낮고, 치매 환자가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연구 논문들을 주목했죠. 한국뇌연구원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고, 'PR001'이라 명명한 후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대에서 농생명학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현지에서 후학을 양성하던 한국인이 제약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치매와 과민성방광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차병윤 파마코렉스 대표(사진)의 얘기다. 그에게 안정된 삶을 뒤로 하고 창업에 도전한 이유를 물었더니 "난치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신약을 개발하고 싶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치매는 여러 나라들이 고령화를 겪으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때문에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업계는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20년 기준 63억4000만달러(한화 약 8조2400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2026년까지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이 연평균 6.5%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제대로 된 치매 치료 약물도 없어 미충족 수요가 매우 높은 시장이다.

과민성방광 치료제도 마찬가지.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과민성방광 치료제 시장은 약 1280억원으로 매년 규모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규모 역시 5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신약 개발 속도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파마코렉스는 토종 제약 스타트업으로서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다음은 난치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차 대표와의 일문일답.
파마코렉스가 지난달 6~8일 휘닉스 제주 섭지코지에서 개최된 '인터비즈 바이오 파트너링 & 투자포럼'에서 미팅을 하고 있다. / 사진=파마코렉스 제공
파마코렉스가 지난달 6~8일 휘닉스 제주 섭지코지에서 개최된 '인터비즈 바이오 파트너링 & 투자포럼'에서 미팅을 하고 있다. / 사진=파마코렉스 제공
- 파마코렉스는 어떤 회사인가.

"파마코렉스는 난치성 질환 중에서도 치매, 과민성방광과 관련해 신약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난치성 질환은 여러 원인에 의해 발병하는 질환을 뜻한다.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이 힘든 것은 발병 원인이 워낙 다양해 하나의 표적만 공략한다고 해서 치료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다. 여러 원인을 동시에 조절할 수 있는 약물을 '다중표적'이라 하는데 파마코렉스는 다중표적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 창업의 계기가 있었나.

"회사를 2019년 1월 설립해 대전에 자리 잡았다. 제약 관련 석·박사급 직원 7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제가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할 때 세계 최초로 고지혈증 치료제를 개발한 연구실(랩)에 있었다. 그 과정을 직접 겪으면서 신약 개발이 단순한 꿈이 아니라 충분히 가능성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후 일본에서 수년간 교수로 재직하면서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과 공동연구를 했고, 그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을 했다."

- 치매치료제는 개발이 어려운 것으로 아는데.

"치매치료제는 많은 제약사들이 개발을 시도했지만 거의 실패했다. 치매는 여러 원인에 의해 발병하는 난치성 질환인데, 제약사들은 하나의 원인을 특정해 치료제를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 그래서는 치매라는 복합적 질환을 치료하기 어렵다. 우리는 다르게 접근하려 노력했다."

- 어떤 식으로 다르게 접근했는지.

"치매와 암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임상 논문들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암 환자 중에는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낮고, 반대로 치매 환자 중에서는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연구 논문들을 탐독했다. '기존에 있는 항암제 중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후보 약물이 있지 않을까'라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시작해 저희가 'PR001'(성분명: 이브루티닙)이라 명명한 물질을 찾아냈다. 저희 치매치료제의 시작이다.

과민성방광의 경우 화장실을 자주 가는 빈뇨, 밤에 잠을 자다가 가는 야간뇨, 중년층의 요실금, 절박뇨 등을 통칭해 과민성방광이라 한다. 한 가지가 아닌 여러 원인에 의해 발병하는 난치성 질환이라는 점에선 비슷하다. 이에 맞는 물질을 찾았고 현재 비임상 단계에 돌입했다."
차병윤 파마코렉스 대표. / 사진=최혁 기자
차병윤 파마코렉스 대표. / 사진=최혁 기자
- PR001이라는 물질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PR001은 저분자 물질(small molecule) 치매치료 후보물질이다. 원래 백혈병 치료제로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항암제인데, 우리는 치매치료제로 약물 재창출을 진행하고 있다. 약물 재창출은 기존 약물 용도를 바꿔 개발하는 방법으로 개발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다.

파마코렉스는 세계 최초로 이브루티닙의 치매 치료효과를 밝혀냈다. 치매는 여러 원인에 의해 발병하기 때문에 여러 원인을 동시에 조절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브루티닙은 치매 동물모델에서 아밀로이드베타 침착 억제, 타우 인산화 억제, 항뇌염증, 신경돌기 증가 등의 효능이 검증됐다. 내년 초 임상2상 진입을 목표로하고 있으며 7년 이내에 치매 치료제로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 파마코렉스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

"기존에 나와있는 항암제 중에서 치매 치료 효과가 있는 물질을 발굴한 것이다. 항암제를 베이스로 했기 때문에 FDA 승인을 이미 받은 절차적 장점이 있어 치매 치료제로 재탄생시키는 비용과 시간이 확 줄어든다. 보통 신약 하나 개발하는 데 10~15년 걸린다고 본다. 우리의 목표는 이 기간을 절반가량으로 줄여 치료제를 출시하는 것이다.

과민성방광 치료제도 기존의 약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부작용이 심해 투약을 중단하거나 효과가 미미해 고통받는 환자들이 상당수다. 우리가 개발한 약물은 특발성 방광, 신경인성 방광 양쪽 다 효과를 내는 약물이다. 연구자 임상을 통해 부작용이 없다는 것도 밝혀냈다."

- 신약 벤처기업으로서 애로사항도 있을텐데.

"모든 스타트업이 그렇겠지만 자금과 인력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신약개발 메가펀드를 조성해 바이오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는 발표를 해 기대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바이오에 투자하는 분위기가 다소 식었는데 정부가 펀드를 주도해 저희 같은 바이오 스타트업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면 좋겠다."

- 대전에서 창업한 이유는.

대전에 바이오 벤처뿐 아니라 생명공학연구원, 화학연구원, 안전성평가연구소를 비롯해 여러 대학병원들도 있다. 예상외로 바이오 저변이 좋더라.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인사, 노무, 총무, 법률적 지원을 받는 부분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스타트업들이 시행착오를 덜 겪을 수 있도록 여러 컨설팅을 해주는 게 큰 도움이 된다."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치매치료제는 내년 임상 2상 진입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하려 한다. 원래 비임상과 임상 1·2·3상까지 해야 출시할 수 있는데 저희는 약물 재창출이라는 방법으로 시도했기 때문에 비임상과 임상 1상은 면제받고 바로 임상 2상에 들어간다. 임상 2상을 마치는 시점에 특허를 글로벌 제약사들한테 팔거나 이를 통해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할 생각이다. 임상에서 효과가 있다는 판명이 나면 파급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과민성방광 치료제의 경우 국내 제약사들과 계속 접촉을 하고 있다. 대량생산을 논하는 단계까지 근접했다. 이 물질 자체가 여러 장점이 많아 2~3년 안에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 치매치료제를 기대해도 되나.

"현 시점에서 치매를 고칠 수 있는 근원적 치료제는 없다. 증상 완화 내지 지연시킬 수 있는 약물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근원적 치매 치료제 개발이 결코 꿈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파마코렉스가 6년 안에 실현시켜보겠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