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긱스(Geeks)의 최다은 기자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NFT 행사인 'NFT NYC'를 찾았습니다. 올해 4년째 열리는 'NFT NYC'는 매년 이맘때쯤 맨해튼 타임스웨어 일대 전광판을 원색의 NFT 물결로 채우고, 전 세계의 NFT 홀더들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올해 'NFT NYC'는 최근 넓어진 NFT의 쓰임새에 맞춰 주제도 다양해졌습니다. 최 기자를 따라 NFT의 미래를 살펴봅시다.

대체불가능토큰(NFT)이 유통, 제조, 서비스 등 주류(主流) 산업에 전방위로 파고들고 있다. 소유자(홀더) 중심의 커뮤니티와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보안 기능, 희소성 등이 주목받으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앞다퉈 NFT를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NFT 행사인 ‘NFT NYC’에 맞춰 NFT 아트 전시공간을 현지에 마련했다. TV로 NFT 작품을 감상하고 거래하는 방식을 처음 선보였다. 23일에는 블록체인 지갑도 발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같은 날 2차 NFT인 플라즈마의 티저 이미지를 공개한다.

NFT가 디지털 아트, 게임 등 단순한 흥미와 재미를 넘어 대기업의 본격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가상자산 가격 급락과 NFT 시장 위축에도 NFT 사용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엔에프티고(NFTGo)에 따르면 NFT 보유자는 작년 6월 50만 명에서 올해 6월 246만 명으로 1년 새 다섯 배가량으로 불어났다.

NFT는 메타버스와 현실 세계를 잇는 이른바 ‘피지털(physical+digital)’ 서비스의 핵심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나이키가 가상 패션기업 아티팩트와 NFT 기반 디지털 운동화를 판매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루이비통의 모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프라다그룹 등은 제품의 진품 인증 시스템에 NFT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번 NFT NYC 행사에 연사로 나선 글로벌 핀테크기업 문페이의 이반 소토 라이트 대표는 “NFT는 이제 단순 수집품이나 투자 수단을 넘어섰다”며 “사용처가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크립토 윈터에도 NFT 활용도 커져”

세계 최대 대체불가능토큰(NFT) 행사인 ‘NFT NYC’가 21일(현지시간) 개막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일대에서 사흘간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NFT 관련 이벤트를 알리는 광고들이 전광판을 가득 채우고 있다. 최다은 기자
세계 최대 대체불가능토큰(NFT) 행사인 ‘NFT NYC’가 21일(현지시간) 개막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일대에서 사흘간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NFT 관련 이벤트를 알리는 광고들이 전광판을 가득 채우고 있다. 최다은 기자
21일(현지시간) 아침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특이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검은색 네임태그를 목에 걸고 원숭이 고양이 등의 캐릭터가 그려진 옷을 입고 다니기도 한다. 초면인 사람에게 “(NFT) 작가냐” “웹3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며 스스럼없이 말을 건다. 뉴욕에서 이날부터 열린 세계 최대 대체불가능토큰(NFT) 행사인 ‘NFT NYC’에 참가하기 위해 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이다. 한국에서도 대기업과 빅테크 임원부터 아이돌 가수에 이르기까지 100여 명이 이 행사를 찾았다. 최근 가상자산 가격 급락에도 NFT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는 믿음이 행사장 열기를 고조시켰다.

NFT NYC가 이날 뉴욕 맨해튼에서 본격 개막했다. 맨해튼 중심가는 개막 며칠 전부터 NFT로 물들었다. 가장 비싼 광고판으로 알려진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주요 전광판은 NFT 관련 기업이 차지했고 오프닝 연설이 진행되는 라디오시티 뮤직홀은 500여 명의 참석자가 자리를 메웠다.

NFT NYC는 NFT 관련 기업·투자자·아티스트 등이 모여 토론하는 행사다. 행사 기간 뉴욕 곳곳에서 전시회와 만찬이 이어진다. 올해가 4년차인데 각종 행사만 100건이 넘는 ‘대규모 도시 축제’로 발전했다. 공식 행사 등록비가 100만원을 넘는데도 올해 등록자가 1만5000명에 달한다.

참가자들은 “올해는 NFT의 재미와 흥미보다는 ‘실용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해 예술과 수집품, 거래소, 소셜네트워크, 게임 등 다섯 가지에 집중됐던 주제는 올해 브랜드, 음악, 패션, 스포츠, 부동산, 영화, 핀테크, NFT 창작 등 다양한 산업 영역으로 확대됐다.

댑레이더에 따르면 글로벌 NFT의 지난 5월 거래액(30억달러)은 고점이던 1월(60억달러)에 비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주요 분야별 NFT 신규 공급량은 골고루 늘어나고 있다. 더 다양한 분야에 NFT가 활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코인펀드의 데이비드 팩맨은 개막 연설에서 “NFT는 한때의 유행이나 투기 수단이 아니라 디지털 지식재산권의 개막을 상징하는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NFT는 다단계 금융사기에 가까운 코인 논란과는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NFT를 통한 커뮤니티 기능과 실생활 적용 분야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참석자는 “대표 블루칩 NFT인 BAYC(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 중에서도 ‘양복 입은 원숭이’ NFT를 수집하고 있다”며 “BAYC 내에서도 유명 사업가들이 양복 입은 원숭이 NFT 수집가 커뮤니티를 형성해 교류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100여 명 참가

올해 NFT NYC엔 국내 기업도 대거 참여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게임회사 위메이드, 더핑크퐁컴퍼니, 하나금융투자, 벤처캐피털 TBT, 블록체인 서비스 스타트업 플레이댑 등이 뉴욕에 출동했다.

더핑크퐁컴퍼니는 NFT NYC 현장에서 아기상어의 두 번째 NFT 컬렉션 티저를 공개했다. 콘텐츠의 블록체인화를 지원하는 플레이댑은 현장에 대형 부스를 열었다. 크리에이터커머스 플랫폼 마플샵을 운영하는 마플코퍼레이션은 한국 NFT 작가를 소개하는 ‘HY NFT’ 행사의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다.

이 밖에 와인 NFT 투자플랫폼 뱅크오브와인을 운영하는 블링커스, 인공지능 음악 솔루션 스타트업 포자랩스, NFT카드게임 실타래팀, 인플루언서 기반 NFT 브랜드 샤이고스트팀도 참여했다. NFT 기반 연예기획 스타트업인 모드하우스의 걸그룹 트리플S 멤버들도 행사장을 찾았다.

장도훈 TBT 객원심사역은 “국내에선 코인 투자에 집중하고 있지만 글로벌 NFT업계에선 이미 산업을 얘기하고 있다”며 “현장에 와 보니 세계에서 1만5000명이 모인 만큼 이업종 간 교류가 활발하다”고 했다.

초대장 코드 보여줘야 입장…NFT 대화하며 친구 돼

뉴욕서 열린 세계 최대 NFT 파티...현장에서 본 NFT의 미래는 [긱스]
“암호화폐 지갑을 통해 받은 초대장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초대장 코드를 보여주세요.”

21일(현지시간) 뉴욕 브루클린 강가의 한 건물에서 열린 ‘Ape fest’(사진)에 200여 명의 NFT 소유자(홀더)가 모여들었다. Ape fest는 인기 NFT인 BAYC(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 홀더만 입장이 가능한 행사다. 관련 조형물 등 일부분만 공개돼 있다.

입장은 엄격하게 제한된다. 홀더는 1명의 지인만 데려갈 수 있다. 입장 시 홀더와 함께 있어야 한다.

강가의 건물 하나를 통째로 빌린 BAYC의 파티장을 가보니 “덕후(마니아) 중의 덕후는 양덕”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유행어가 떠올랐다. 서양 마니아들의 ‘덕질’이 규모와 세밀함에서 압도적이라는 뜻에서다.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NFT가 강력한 커뮤니티 입장권인 동시에 자산의 성격까지 지닌 만큼 유명 블루칩 NFT 행사는 규모도 크고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박 앞의 초대형 원숭이 조형물이 눈길을 끌었다. 건물 외관에도 화려한 NFT 디스플레이가 전시돼 있었다. 포토부스, 굿즈 상점 등 층별로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었다. 옥상(루프톱)에서는 대규모 밴드 공연이 펼쳐졌다. 루프톱 파티에서 100여 명이 맥주와 피자를 먹으며 춤을 추는 등 그야말로 ‘우리들의 세상’이었다. 파티에 온 이들은 대부분 “어떤 Ape를 가지고 있냐”며 서로 가진 NFT를 자랑했다.

NFT NYC 행사에서는 BAYC 외에도 각양각색의 홀더 파티가 뉴욕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대부분의 파티는 초대를 받아야 입장이 가능하다. 별도의 공개적인 안내가 없다. 모든 정보는 각자의 트위터, 텔레그램 등을 통해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날 오후에는 또 다른 인기 NFT인 크립토펑크의 홀더들이 브런치 모임을 하고 200여 명의 홀더가 친교 활동을 했다. 유명 NFT 프로젝트 중 하나인 두들스(Doodles)는 홀더 파티에서 새 프로젝트 및 투자 유치를 발표하는 등 주주총회 성격의 행사도 있었다. 두들스 행사에서는 미국 유명 가수인 체인스모커스가 공연하기도 했다.

NFT로 팬덤형 고객 확보

현대자동차가 인기 NFT 캐릭터 ‘메타콩즈'와 함께 공개한 ‘메타모빌리티' 세계관 이미지.
현대자동차가 인기 NFT 캐릭터 ‘메타콩즈'와 함께 공개한 ‘메타모빌리티' 세계관 이미지.
“Everyone getting ready for NFT NYC(NFT NYC에 갈 준비가 됐는가)?”

세계 최대 대체불가능토큰(NFT) 행사인 ‘NFT NYC’ 개막을 앞둔 지난 18일, 삼성전자 북미법인(삼성US) 공식 디스코드 방에서 관리자인 ‘cryptobulls’가 들뜬 어조로 채팅을 이어갔다. 행사 기간에 행사 장소인 뉴욕 맨해튼에서 NFT아트갤러리를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대화에 참여한 NFT 소유자(홀더)들은 “삼성전자가 뉴욕에 뜬다”며 뜨겁게 반응했다. 이 소통방에 있는 1만3000여 명 대부분은 프로필 사진을 자신만의 NFT 캐릭터로 채웠다.

최근 삼성전자는 NFT 홀더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이다. NFT 수집에 관심이 많은 홀더를 커뮤니티로 묶어 ‘충성 고객군’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NFT NYC 기간에 삼성전자는 뉴욕의 고객체험 공간인 삼성837을 단장해 NFT 홀더들을 위한 아트갤러리를 운영하기로 했다. 에브너 로넌 삼성전자 제품개발담당 부사장과 미셜 마토스 삼성US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패널로 나서 삼성의 NFT사업 전략을 해설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서는 TV를 활용한 NFT 거래·감상 플랫폼인 스마트허브를 공개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투자 자회사 삼성넥스트는 NFT기업 메타플렉스에 투자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도 NFT를 활용한 충성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 NFT를 다루는 전문 디스코드 채널을 열어 5000명의 실사용자를 확보했다. 지난달엔 CES 2022에서 공개한 자사 NFT 세계관 ‘메타모빌리티 유니버스’에서 사용될 별똥별NFT를 1만 개 한정 발행했다. NFT NYC 행사 기간인 23일부터는 2차 NFT인 플라즈마의 티저 이미지를 공개한다. 가상세계에서 벌어지는 스토리에 따라 모빌리티 관련 NFT를 발행하고, 2023년 구현될 메타버스 세계에 이를 연계하겠다는 구상이다.
뉴욕서 열린 세계 최대 NFT 파티...현장에서 본 NFT의 미래는 [긱스]

전방위로 NFT 확산

SK와 롯데는 NFT 거래 플랫폼의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SK는 시스템통합(SI) 계열사 SK㈜ C&C 주도로 체인제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단순 조작으로 NFT를 제작하고 거래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수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 4월 NFT랩 조직을 신설했다. 지난해 7월 인수한 메타버스기업 칼리버스와 함께 NFT 거래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기업들 사이에선 ‘복제 불가능’이라는 NFT의 특성에 맞춰 기존 사업과 연계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은 최근 ‘톱 100’ 음악 추천 인증서를 NFT로 만들었다. ‘멜론뮤직어워드(MMA) NFT’도 한정 발행해 연말 자사 시상식 티켓과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보안업체 라온화이트햇은 중앙대와 손잡고 오는 8월 학부 졸업생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위·변조가 불가능한 NFT 학위증을 내놓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프로필 이미지에 옷을 입힐 수 있는 웨어러블 NFT를, 현대백화점은 NFT 지갑을 만들어 사은품이나 할인쿠폰을 얹어주는 서비스를 꺼내 들었다.

해외에서도 NFT는 유통·제조 분야로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최근 창업자 하워드 슐츠를 중심으로 NFT 커뮤니티와 자사 브랜드 기반 수집품 제작에 들어갔다. 소비자 충성도를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지난달 NFT 판매를 시작한 이베이는 NFT를 보관하는 전용 디지털금고 이베이볼트를 약 2980㎡ 부지에 만들었다.

뉴욕=최다은/김주완/허란/이시은 기자 max@hankyung.com
참, 한 가지 더

'암호화폐 겨울'에도 가격 방어…"팬덤 강할수록 디커플링 심화"

최근 암호화폐 가격 급락에도 인기 대체불가능토큰(NFT)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암호화폐 가격과 NFT 가격 간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NFT의 새로운 가치에 주목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평가다.

22일 세계 최대 NFT거래소에 따르면 인기 NFT인 BAYC(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의 이달 평균 거래량은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인기 NFT에 대한 수요가 여전하다는 얘기다. 다만 지난달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이 침체한 영향이다.

올해 들어 암호화폐와 NFT 가격 간 연동성이 떨어지면서 NFT 수요가 크게 줄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NFT 시장이 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같은 시기의 NFT 판매 가격과 NFT 결제 수단인 이더리움 시세를 분석한 결과 BAYC의 평균 판매 가격은 지난 1월 3억5508만원에서 5월 6억526만원으로 70% 이상 올랐다. 이더리움 가격은 올해 들어 2월과 3월 반짝 상승한 이후 계속 떨어졌다.

NFT 전문 분석 플랫폼 논펀저블에 따르면 전체 NFT 평균 가격 기준으로는 올 1분기에 이더리움 시세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김민수 NFT뱅크 대표는 “투자자들이 NFT 가치를 암호화폐 가격 기준이 아닌 그 자체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더리움 가격이 떨어진 만큼 NFT 가격도 무조건 하락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BAYC는 원화 기준으로 올해 고점보다 50% 정도 떨어졌다. 같은 시기 이더리움의 하락 폭은 70% 이상을 기록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