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 펫 시장 손 내민 제약사들
반려동물용 인지기능장애 치료제, 강아지·고양이용 프로바이오틱스, 동물용 진단 서비스…. 국내 제약사들이 지난해와 올해 선보인 제품군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반려동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제약사들의 동물용 의약품 시장 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대웅은 서울대와 동물 의약품을 개발하고 합작회사를 세우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23일 발표했다. 대웅과 서울대는 3년 안에 중간엽줄기세포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개와 고양이의 유전병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반려동물 등이 먹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도 출시한다. 이들 제품군을 토대로 반려동물의 생애 전 주기를 관리해주는 헬스케어업체를 세우는 게 목표다. 윤재춘 대웅 대표는 “국내 반려동물 헬스케어사업을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웅은 2015년 대웅제약에 동물용의약품사업부를 꾸리면서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2016년까지 간기능 개선제, 구충제 등을 출시했지만 이후엔 이렇다 할 행보가 없었다. 당시엔 수의사가 주도권을 쥔 동물의약품 시장에 약국 영업을 주로 하던 제약사들이 진출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동물의약품 시장을 두고 수의사와 약사 간 영역 갈등이 첨예했기 때문이다.

4조원 펫 시장 손 내민 제약사들
하지만 반려동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제약사들의 진출 속도는 다시 빨라졌다. 일동제약은 올해 2월 반려동물을 위한 유산균과 관절 건강 영양제를 출시했다. 광동제약도 반려견 영양제 브랜드 견옥고의 신제품을 내놨다. 대한뉴팜은 지난달 동물병원 전용 브랜드 디앙쥬를 론칭하고 수의사 처방용 유산균을 선보였다. 종근당바이오는 반려동물 프로바이오틱스 라비벳을 판매하고 있다.

의약품과 진단 시장 진출도 늘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국내 첫 반려동물 인지기능장애 치료제 제다큐어와 사료 브랜드 윌로펫을 출시했다. 동국제약도 반려동물 치주질환 치료제 캐니돌을 선보였다. GC셀은 동물 진단회사 그린벳을 운영하고 있다.

사람 대상 신약을 개발하는 데는 통상 10년 넘는 시간이 걸린다. 동물용 의약품은 이를 절반 이상 단축할 수 있다. 신약 개발 노하우를 가진 제약사들이 동물용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다. 최근엔 사람이 먹는 것과 같은 브랜드의 건강기능식품을 반려동물용으로 출시하는 사례도 늘었다.

코로나19 유행 후 재택근무 등이 자리잡으면서 반려동물 시장이 급성장한 것도 영역 확대에 영향을 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3조7694억원인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가 2027년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