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4나노 DDR5 D램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14나노 DDR5 D램 [사진=삼성전자]
우리나라 수출의 20% 이상을 책임지는 메모리반도체의 하반기 업황이 예상보다 더 좋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주력으로 하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올 하반기에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면서 증권가에서는 이들 기업의 연간 영업이익을 하향 재조정했다. 특히 올해 연간 영업이익 첫 '60조 클럽' 가입을 노렸던 삼성전자의 계획도 실패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가전 수요 악화 등으로 D램 재고 증가"

23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오는 3분기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평균 3~8%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2분기 추정치(0~5% 하락) 대비 낙폭이 더 커지는 셈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하반기를 기점으로 D램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지만 정반대의 전망이 나오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트렌드포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가전 수요 악화의 영향으로 전체 D램 재고가 증가했다"며 3분기 가격 하락을 전망한 배경에 대해 밝혔다.

항목별로는 PC용 D램 가격이 DDR4 기준 3~8% 하락할 전망이다. 특히 올 1분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들의 매출 증가에 기여한 서버용 D램도 재고 물량이 7~8주 정도로 다소 높아 0~5% 가격 하락이 점쳐졌다. 모바일용 D램 가격은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 여파로 3~8% 내려갈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인텔의 차세대 서버 중앙처리장치(CPU) '사파이어래피즈' 출시 지연도 D램 업계에 악재다. 사파이어래피즈는 인텔의 DDR5 지원 첫 서버용 CPU로 DDR4에서 DDR5로 전환을 가속화할 제품이어서 기대를 모았다. DDR5는 차세대 메모리 규격으로 DDR4 대비 2배 개선된 성능을 갖췄다. 인텔은 사파이어래피즈를 지난해 3분기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올 1분기로 늦췄다가 이마저도 연말께 양산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메모리는 특성상 CPU와 짝을 이뤄 판매되고 시장을 형성한다. 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 없이 D램 단독으로는 판매가 되지 않는다. 즉, 인텔의 차세대 CPU가 늦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차세대 메모리인 DDR5 D램 양산 일정도 뒤로 밀리고 있고 이는 고스란히 수익성 훼손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업계는 인텔의 새 제품이 출시돼야 DDR5 수요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AMD에서도 3분기 서버용 CPU를 내놓을 예정이지만 점유율이 낮아 D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인텔의 올 1분기 서버용 CPU 점유율은 88.4%에 달한다. AMD는 11.6%에 불과하다.

증권가, 일제히 삼성전자 영업익 하향 조정

낸드플래시 시장도 3분기 들어 공급 과잉에 직면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낸드플래시 평균 가격이 전 분기 대비 최대 5%(0~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올 2분기 들어 3~8% 상승한 것으로 추정되나 3분기 들어 하락 전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낸드 플래시 공장 증설로 인해 생산량은 계속 늘어나는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이후 노트북, 스마트폰 수요가 감소하면서 낸드 플래시 시장의 공급 과잉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예상했다.
SK하이닉스 24Gb DDR5 D램과 96GB, 48GB D램 모듈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24Gb DDR5 D램과 96GB, 48GB D램 모듈 [사진=SK하이닉스]
증권가에서도 하반기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내놓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완제품 수요 둔화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메모리 출하도 결국 기존의 시장 예상을 밑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PC와 모바일 등 정보기술(IT) 완제품의 부진을 비롯해 여러 어려운 상황으로 메모리 가격의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짚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 위축은 메모리 사업 비중이 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삼성전자에 대해선 올해 영업이익 '60조 클럽' 달성에 실패할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을 60조7000억원에서 58조3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차증권도 최근 전망치를 기존 대비 7.3% 하향한 58조7000억원으로 제시했다. DB금융투자는 기존 63조5000억원에서 59조7000억원으로 각각 낮춰잡았다. 신한금융투자도 SK하이닉스의 연간 실적 전망치 역시 18조1541억원에서 14.5% 낮춘 15조5182억원으로 책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오는 27~29일 열리는 반도체(DS) 부문 글로벌 전략협의회에서 D램 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 부진 여파를 점검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어 반도체 기업들의 전반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메모리반도체의 수요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스템반도체로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