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티마 제노믹스가 공개한 DNA 조각을 분사시키는 웨이퍼의 모습. 원심력을 이용해 DNA 조각을 웨이퍼에 얇고 균일하게 분사해, 분석 시 필요한 시약의 양을 줄일 수 있다. ultima genomics 제공
얼티마 제노믹스가 공개한 DNA 조각을 분사시키는 웨이퍼의 모습. 원심력을 이용해 DNA 조각을 웨이퍼에 얇고 균일하게 분사해, 분석 시 필요한 시약의 양을 줄일 수 있다. ultima genomics 제공
100달러(약 13만원)에 유전자 전체를 분석할 수 있는 시대가 올까. 미국의 얼티마 제노믹스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지난 6일부터 나흘간 열린 유전체 분야 국제학회인 'AGBT' 정기 총회에서 이같은 기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 유전자 분석 시장은 일루미나가 8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루미나를 포함해 대다수의 유전자 분석 기업은 ‘염기서열결정법(sequencing by synthesis)’ 방식을 이용한다. DNA를 짧은 조각으로 나눈 뒤, 작은 구슬(비드)에 장착시킨다. 이후 DNA 조각에 서로 다른 빛이 나는 4개의 염기를 상보적으로 결합시킨다. 이를 카메라로 기록한 뒤 발광하는 빛을 분석하면 DNA 서열을 알 수 있다. 이런 방식은 DNA를 병렬로 분석할 수 있어 소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얼티마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술적 차별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DNA 조각이 든 비드를 얇고 균일하게 분사시키는 기술이다. 둥근 실리콘 웨이퍼에 DNA 비드를 분사시킨 뒤 웨이퍼를 회전시킨다. DNA 비드가 얇게 퍼지게 되면 분석에 필요한 여러 시약의 양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또 카메라가 앞뒤로 움직이는 대신 마치 CD처럼 나선형으로 움직이는 것도 특징이다. 이는 시각화(이미징)를 통한 DNA 분석 속도를 높인다.

두 번째 차별점은 빛을 내는 태그를 일부 염기들에만 장착했다. 구체적인 알고리즘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얼티마는 모든 염기가 아닌 일부 염기만으로도 정확한 DNA 분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얼티마는 매사추세츠공대(MIT) 및 하버드대 브로드연구소 연구진과 함께 회사의 유전자 분석 시스템을 실험했다. 그 결과를 지난 3일 논문 사전 게재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에 공개했다. 논문에 따르면 총 224개의 인간 게놈 검체(샘플)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전체 유전자를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시간 이하였으며,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앞서 5월 30일 바이오아카이브에 공개한 논문에서는 얼티마 분석법으로 대장암의 일종인 결직장 선암종(colorectal adenocarcinoma)을 진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얼티마는 DNA에 나타난 후성유전학적 변화인 메틸화 양상(패턴)을 분석했다. 후성유전학적 변화는 생활습관과 식습관 등에 의해 DNA가 일부 변하는 것이다. 비만과 당뇨 등 대사질환부터 암까지 여러 질병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얼티마는 44개의 DNA 샘플을 분석해 암이 될 수 있는 용종부터 대장암까지, 암의 진행에 따라 달라지는 메틸화 패턴을 확인했다고 했다. 대장암 진단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 연구에 참여한 마이클 스나이더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는 "적은 비용으로 고품질의 유전자 분석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며 "암 진단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얼티마를 포함한 여러 유전자 분석 기업들이 저렴한 분석 서비스로 시장을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암 진단 등에 사용되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의 비용은 100만원 안팎이다. 국내의 한 종양내과 임상의는 “비용이 고가이다 보니 모든 환자에게 권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가격이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면 환자의 부담도 줄고, 의료진의 입장에서도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