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을 운영하는 힐링페이퍼의 홍승일 대표는 의사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하지만 그는 공교롭게 대한의사협회와 싸움을 벌이고 있다. 홍 대표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는 정보를 투명히 공개해 소비자들이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가격도 적지 못하는 성형외과 광고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의사협회의 광고 심의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경 긱스(Geeks)가 홍 대표와 인터뷰를 통해 비급여 의료 시장의 규제 문제를 다뤄봤다.
홍승일 힐링페이퍼(강남언니) 대표가 환하게 웃고 있다. 힐링페이퍼 제공
홍승일 힐링페이퍼(강남언니) 대표가 환하게 웃고 있다. 힐링페이퍼 제공
"2년 전에 봤을 때랑 이미지가 완전 달라지셨어요. 이전에는 뭐랄까, 되게 수수한 느낌이셨는데 지금은 약간 '음악 하는 분' 같네요. 하하. 사실 올해 초 판결도 있었고, 마음이 편치 않으실 거 같은데요. 항소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말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홍승일 힐링페이퍼(강남언니) 대표는 올 초 의료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15~2018년 사이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를 통해 병원들에 환자를 소개·유인·알선하고 수수료를 받은 혐의였다.

홍 대표가 말을 꺼냈다. "사업 초기 저희가 좀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조사에서부터 판결이 나올 때까지가 2년 정도 걸렸는데, 좀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문제였는데 당시에는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따지기 어려웠던 부분이죠. 문제가 됐던 수익 모델은 전체 매출의 2% 정도밖에 안 됐죠. 서비스는 바로 중단했고요. 현재는 광고 수익 모델로 100% 운영되고 있습니다."

홍 대표는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제는 저희가 사내 변호사도 계시고 새로운 어떤 사업 모델을 만든다거나 서비스를 할 때 이게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용자 후기까지 광고라니"


강남언니는 요즘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대한의사협회와의 갈등이다. 의료법에 따라 의료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로 구성된 자율심의기구의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 유일한 의료광고 심의기구인데 사실상 의협이 힘을 행사하는 도구로 쓰고 있다는 게 강남언니 측 주장이다.

의협은 강남언니 플랫폼 내 이용자들 후기도 광고로 보고 있다. 성형외과 시술 등을 원하는 이용자가 병원을 선택할 때 필요한 가격 정보도 공개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의협은 강남언니와 같은 미용의료 플랫폼도 의료광고 사전 심의 대상에 포함해 규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홍 대표는 의협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남들이 후기로 얘기해 주는 게 광고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광고는 아니잖아요. 의협이 광고에 대해 심의할 수 있는 기구를 갖고 있으니까 광고의 범위를 확장하려 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나 국가 기관에서 유권 해석을 내릴 때도 이용자들이 작성하는 후기나 평가 같은 것은 이용자 콘텐츠라고 보고 있거든요."
홍슬일 힐링페이퍼(강남언니) 대표가 대한의사협회와의 갈등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미용의료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대표라는 이미지보다는 '동네 아저씨' 같은 인상을 풍긴다. 안정락 기자
홍슬일 힐링페이퍼(강남언니) 대표가 대한의사협회와의 갈등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미용의료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대표라는 이미지보다는 '동네 아저씨' 같은 인상을 풍긴다. 안정락 기자
강남언니는 성형외과‧피부클리닉 등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 비급여 미용 정보 플랫폼이다. 이용자가 미용의료 경험과 시술 전‧후 사진 등을 스스로 플랫폼에 올릴 수 있다. 이를 보고 다른 이용자들은 자신에게 적합한 시술, 병원, 의사 등을 선택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이런 정보를 알려면 병원에서 상담을 받아야만 했다. 강남언니는 이를 고객에게 투명하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이 같은 행위를 의협은 의료광고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이 생산하는 콘텐츠도 광고로 봐야 되고, 그게 광고라면 심의를 받아야 되고, 그 심의를 하는 주체는 의협 산하기구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어 저희는 '벙찌는' 거죠."

홍 대표는 말을 이어갔다. "예를 들면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의료에 대해서 가격을 공개하라는 입장인데 의협은 광고에 가격이 표시돼 있으면 심의를 통과시켜 주지 않아요. 그러니까 자체적으로 정부 부처의 가이드라인을 반대하고 있는 셈이죠. 법적으로 의료광고 심의 기구는 이러이러한 조건을 맞추면 누구든 만들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실제로는 유사 이래 의협만 운영하고 있죠."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병원 광고를 보면 '우리 병원은 이런 시술을 하고, 이런 장비가 있습니다. 가격이 이렇습니다' 하고 알리는 게 아니라 의사들이나 모델만 나와 '따봉'이나 하고 있죠. 그런 광고가 아니면 승인을 안 내주기 때문에 그렇거든요. 고객인 소비자는 정보에서 배제돼 있는 거죠. 보건복지부는 가격을 공개하라고 하는데 의사들이 즉시 거부 서명 운동을 했어요. 진짜로 너무 자기 밥그릇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저희랑 같이 모이는 자리가 있으면 뭔가 논리로 대화한다기보다는 '네가 여기 왜 나왔어'라는 식으로 나오더군요."

"성형외과 가격 정보 투명하게 공개해야"


홍 대표는 의협이 정상적인 논의를 거부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했다. '막강한 파워 집단'이라 대응이 쉽지 않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강남언니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어떤 사업 모델을 가져갈 수 있을까. 홍 대표의 설명은 이렇다.

"저희들이 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사실 정보를 투명하게 알리는 것입니다. 이 병원에 어떤 의사들이 있고, 이 의사는 어떤 시술을 하고 있고, 이 병원에는 어떤 장비가 있고, 그 장비는 어떤 치료에 효과를 보이는지 다양한 정보를 투명하게 드러내죠."

'쏘나타 이론'도 꺼냈다. "우리가 동네 앞에 있는 병원에 가면 어떤 레이저 장비가 있는지 정확히 몰라요. 그냥 '쏘나타가 있어' 정도만 알고 있는 거예요. 근데 현대자동차에서 만든 쏘나타도 1세대가 있고, 6세대 7세대 최신형 쏘나타가 있는데 이런 걸 고객들은 모르죠. 이런 걸 저희가 알려줍니다."

또 하나는 가치 정보라고 했다. "내가 적시에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지, 사람들이 만족하는지, 시술 전후 어떤 차이를 느끼는지 이런 것들은 정량화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가치가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점심시간에 잠깐 가야 되는데 대기 시간이 1시간 넘어 낭패를 보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상담실장과 얘기할 때 가격을 높여 너무 불편해하시고요. 내가 10만 원이라고 알고 갔으면 딱 10만 원에 결제하고 올 수 있는 병원인지 이런 게 중요하죠. 저희는 이런 걸 다 항목화해 평판을 수집합니다."
강남언니 옥외 광고. "피부 시술, 가격도 중요하니까"라는 문구를 담아 가격 정보도 제공하지 못하는 성형외과 광고 문제를 꼬집고 있다. 안정락 기자
강남언니 옥외 광고. "피부 시술, 가격도 중요하니까"라는 문구를 담아 가격 정보도 제공하지 못하는 성형외과 광고 문제를 꼬집고 있다. 안정락 기자
의협과 갈등이 심한데 병원 정보는 어떻게 얻는지 궁금했다. 홍 대표는 비급여 시술, 즉 미용의료 시설들은 스스로 정보 제공을 잘해주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의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환자를 보는 급여 영역은 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보통 고객이라고 안 하고 환자라고 하죠. 비급여는 보험 적용이 안 돼서 시장경제에 맡겨진 영역이에요. 그래서 여기는 고객이라고 부르죠. 강남언니는 미용의료만 하죠."

다시 쏘나타 이론을 꺼냈다.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곳들에서는 예를 들어 7세대 쏘나타를 운전하는 택시 기사라면 이걸 자랑하고 싶잖아요. 그냥 중형차라는 것만 아는 것과는 천지 차이죠. '토닝 레이저'만 해도 1세대가 2000만 원이라면 최신형은 2억원이에요. 근데 1세대 쓰는 병원이랑 최신형 쓰는 병원이 똑같이 5만 원 받고 시술한다면 후자는 억울하겠죠. 그래서 다들 자발적으로 등록하는 겁니다. 가격도 병원을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에 따라 낮출 수 있거든요. 자재 값은 거의 똑같은데 병원 운영을 잘하면서 낮은 가격을 만들어낸 병원들은 이걸 자랑하고 싶을 겁니다."

성형외과 의사들도 의협에 가입돼 있을 텐데 협조가 잘되는지 물어봤다. "의협에서 공문을 엄청나게 많이 보냈다고 해요. 요즘은 좀 안 보내는 것 같은데 과거에는 한 달에도 여러 번 보내고…. 그러면 비급여 하는 의사분들은 되게 스트레스 받아요. 시장경제로 작동되는 미용 시장을 '깜깜이' 시장으로 만드는 건 말이 안 되죠."

홍 대표는 성형외과 광고에 가격 정보가 법적으로 들어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큰 옥외광고에 '1만9900원' 이런 게 적혀 있으면 미관상으로 별로 안 좋을 거고, 브랜드 이미지에도 좋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무조건 가격을 표시하자는 게 아니에요. 한 달에 집행 비용이 20만~30만 원짜리 배너 광고에 가격 정보를 못 넣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거죠. 고객들은 가격이 제일 궁금할 텐데 그걸 알지 못한다는 게 우려되는 거죠"

강남언니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40만 명가량이다. 누적 가입자는 350만 명 정도다. 한국과 일본에서 서비스 중이다. 제휴 병원은 한국 800여 곳, 일본 600여 곳이다. 일본에서는 급여와 비급여 의료를 구분하고 있다. 비급여 의료는 어느 정도 시장경제에 맡기고 있어 투명한 정보 제공에 사실상 제약이 없다. 홍 대표는 “일본만 하더라도 미용의료 업계를 다르게 규제하고 있는데, 한국은 하나의 의료법으로 규제하고 있어 벽을 느낀다”고 했다.

"성형외과도 계절 탄다여름 전엔 지방 흡입술 대폭 늘어나"


화제를 좀 돌려봤다. 성형외과 관련 플랫폼인 만큼 요즘 여성들이 관심 갖는 시술은 뭐가 있는지 물어봤다.

"이게 시기별로 되게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데 시즌별로 지금은 '지방 흡입' 쪽이 몇 배 많이 늘었습니다. 지금은 여름을 대비해야 하니까 몸매 관리가 필요한 시기이고, 사회적으로 조금씩 마스크를 벗고 있으니 윤곽에 대한 거라든지 이런 것들이 많이 늘어나는 거 같아요."

좀 큰 수술들은 보통 겨울이나 여름방학 같은 때 많이 한다고 했다. "작은 시술은 꾸준하긴 한데 그것도 유행 따라 계속 달라지죠. 여름 지나고 나면 이제 잡티가 많이 생겼을 거잖아요. 그럼 토닝 레이저 같은 것들이 많이 늘어나고요. 여름 직전에는 팔뚝 지방 흡입이라든지 지방 흡입류가 막 늘어납니다."

병원들은 전문화를 추구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난 입술 필러로 전문화한다든지 그런 거죠. 이게 소문만 나면 손님이 크게 늘어나니까요.

홍 대표는 한국이 미용 의료 시장만 놓고 보면 성숙도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효율화 정도도 높고, 의료진의 숙련도도 높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에 있는 미용병원은 하루에 10명밖에 못 보는데 한국은 100명, 200명씩 보거든요. 수십 년 동안 시스템이 잘 갖춰졌기 때문입니다.

강남언니는 앞서 성형외과 병원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판매하는 회사도 인수했다.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상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라고 한다. 홍 대표는 "이 제품으로 해외 시장 공략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고객 차트 등을 통합적으로 연계한 소프트웨어로, 미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진보된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강남언니는 지금까지 230억원가량의 누적 투자를 받았다. 레전드캐피털, 프리미엄파트너스 등이 투자했다. 홍 대표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국내 시술 시장이 조금 가라앉았다가 최근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고 했다. 중국 등 해외 의료 관광객 등을 연계한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참, 한가지 더

의사 출신 CEO 홍승일 대표
연세대 의학전문대학원 시절 홍승일 힐링페이퍼(강남언니) 대표(왼쪽)와 박기범 부대표. 힐링페이퍼 제공
연세대 의학전문대학원 시절 홍승일 힐링페이퍼(강남언니) 대표(왼쪽)와 박기범 부대표. 힐링페이퍼 제공
홍 대표는 1982년생으로 의사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연세대 화학공업학과를 졸업한 그는 의사가 되고 싶어 연세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정보기술(IT)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본과 1학년 방학 때 의전원 시험 정보 사이트를 만들기도 했다.

본과 3학년 때인 2012년 친구들과 건강 관리 앱을 만들자고 했고, 그게 창업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들의 건강관리를 돕는 사업을 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지만 이용자들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나이 많은 만성 질환자들에게 복잡한 앱을 제공하자 이용률이 높지 못했다.

강남언니 서비스를 내놓은 건 2015년이다. 서비스명은 박기범 공동창업자 겸 부대표가 지었다. 성형 정보는 ‘언니에게 물어봐’라는 컨셉트로 지은 이름이다. 팀원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한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